[장로들의 생활신앙] 발묘조장(拔苗助長)

Google+ LinkedIn Katalk +

세상 모든 일은 순리(順理)가 있다. 식물을 보아도 줄기는 해굽성(向日性)이 있어 태양 빛이 있는 쪽으로 향하여 자라고 뿌리는 땅굽성(向地性)이 있어 땅속으로 뻗어 자란다. 사람도 직립인간(直立人間)이므로 머리를 하늘로 향하고 두 발로 땅을 딛고 서는 것이 순리다. 거꾸로 서서 물구나무 자세를 하는 것은 잠시동안 할 수 있는 것이지 계속 그렇게 살 수는 없다. 순리(順理)가 아니기 때문이다.

1968년 대학 재학 중 주월 한국군 위문단에 끼여 베트남을 다녀왔다. 가는 도중 타이완에 잠시 들러 그곳 대학생들과 만남이 있었다. 시가지를 이동하는데 먼 산에 나무들로 글씨 모양이 새겨져 있는데 ‘본토 수복(本土 收復)’이란 글씨였다. 지금 타이완으로서 본토(중공)를 수복할 수 있겠느냐고 물으니 대답이 이러했다. 대나무 숲에 폭설이 내리면 일시적으로 대나무들이 고개를 숙이고 있다. 그러나 눈이 녹으면 다시 원형을 회복해 곧게 선다는 것이다. 중공 안에도 옛날 장개석을 지지하던 국민당 세력이 있어서 언제가 될지는 모르나 다시 민주주의 정부를 실현할 기회가 올 것이라는 믿음이었다. 의외였지만 그 기다림과 논리는 대단하였다. “선으로 이긴다”(以善勝之)는 철학이 있었다. 악한 것이 순간적으로 이길 수 있으나 최후의 승리는 항상 사필귀정(事必歸正)인 것이다. 강의 흐름이 동(東)쪽으로 흐르고 서(西)쪽으로도 흐르지만, 대국적인 면에서 보면 모든 강은 山에서 출발해 바다(海)로 향한다는 큰 진리를 지키는 것이다. 그래서 정치인들이 국민(民草)을 가벼이 보고 함부로 대하거나 무시하면 반드시 그 값을 치르게 된다.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배를 뒤집어엎기도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물은 높은 곳에서 아래로 흐르게 돼 있고 연기는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올라가게 돼 있다. 이것이 순리요 자연스러운 것이다. 농사도 억지로 지을 수 없다. 봄에 모를 심으면 아무리 급해도 가을까지 기다려야 추수를 할 수 있는 것이다. 급하다고 오늘 심고 내일 추수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성경에도 심는 이가 있고 가꾸는 이가 있으며 결실을 거두는 이가 있는데 이 모두가 함께 기뻐하는 일이라고 했다. 전 정부가 심고 현 정부가 가꾸고 다음 정부가 거두는 일이 있어야 한다. 내가 심었으니 내가 거둬야 겠다. 전 정부가 심은 것은 다 뽑아 버리고 현 정부가 새로 심어야 겠다. 전 정부가 추진해오던 일은 무조건 중단시키고 다 바꾸라고 한다면 국가 백년대계가 5년짜리 쪼가리로 파편이 되어 국내는 혼란스럽고 국제적으로는 믿을 수 없는 정부가 되어 협력과 교류가 불가능해질 것이다.
맹자는 제 나라 왕을 만났을 때 발묘조장(拔苗助長)의 고사를 일러주었다. 송(宋)나라에 한 농부가 있었는데 자기 논에 심어놓은 벼가 빨리 자라기를 원한 나머지 벼 모가지를 모두 뽑아 올려서 결국 모를 다 죽인 이야기이다. 아무리 급해도 바늘허리 매어서는 바느질을 할 수가 없다. 아무리 조급해도 속전속결로 조급하게 덤벼서는 일을 그르치게 되어 있다.
세종대왕은 농지법 하나를 고치는데도 수년간 조사하고 농민들을 면담한 후 점진적으로 고쳐 나갔는데 요즘엔 수많은 법률들을 신중한 검토도 없이 계속 만들어서 국민들을 불안하고 불편하게 만든다. 특히 국제 경쟁력을 발휘해야 할 기업 활동과 대학의 경쟁력 확보에 정부가 도와주기는커녕 발목을 잡고 타율적으로 규제만 해대니 손발이 묶인 채 정해진 길로만 가게 되니 무슨 창의력이 길러지며 국제적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겠는가?

시내 교통신호 등의 변동 주기는 버스 기사와 택시 기사들에게 맡겨야 한다. 그들이 늘 살고 있는 현장이기 때문이다. 이것을 공무원들이 책상 위에서 정하니까 맞지 않는 것이다, 교육부 장관은 교육자, 총학장 중에서 보건복지부 장관은 의료진 중에서, 건설교통부 장관은 건축전문가 중에서 임명하면 될 것이다. 비전문가들이 업무에 대한 식견도 없으면서 일을 맡아 억지로 벼 모가지나 뽑아 올리는 반논리(反論理) 내지는 역리(逆理)를 일삼아 국가 경쟁력을 후퇴시키는 불상사를 이제 그만 봤으면 좋겠다.

김형태 박사
<한국교육자선교회 이사장•더드림교회>

공유하기

Comments are clos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