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이른바 가나안 교인이라는 말이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정보화시대를 대표하는 백과사전인 위키백과에 보면 이렇게 정의하고 있다. “성경에 나오는 지명인 ‘가나안’을 거꾸로 하면 ‘안나가’이며 어떤 특정한 곳에 가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그러므로 ‘가나안 교인’이란 교회에 나가지 않지만 자신은 크리스천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다.” 이제 이렇게 가나안 교인이라는 말이 일반 백과사전에까지 등재될 정도로 보편화되었다.
2018년 10월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21세기교회연구소와 한국교회탐구센터가 설문조사기관인 지앤컴리서치에 의뢰해 조사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가나안 교인이 우리나라의 기독교인 가운데 무려 20%나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들 가운데 절반 이상이 가나안교인이 된 지는 5년 이내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근자에 들어와 가나안 교인들이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코로나 사태 이후 이런 기존의 가나안 교인과 다른 새로운 형태의 가나안 교인이 또 생겨나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현재 사회적 거리두기로 대부분의 교인들이 현장예배에 참석하지 않고 온라인으로 예배를 드리고 있다. 그런데 코로사 사태가 끝나고 예전처럼 현장예배를 드릴 수 있게 됐을 때 과연 교인들이 모두 다시 현장예배에 나올 것인가? 벌써 코로나 사태가 시작된 지 1년이 지났고 앞으로도 코로나 사태가 끝이 나기까지 적어도 6개월에서 1년 가까이 시간이 필요하다고 할 때 코로나 사태 이전처럼 모두가 다 현장예배에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2020년 12월 지앤컴리서치가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가 이 우려의 심각성을 확인시켜 준다. 교회 출석을 잘하던 사람들에게 코로나가 종식된 후 계속 교회에 출석할 것인가를 물었더니 77%의 교인들만 긍정적인 답을 했고, 나머지 23%는 가끔 나오든지 아니면 온라인으로만 예배를 드리겠다고 답을 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코로나 사태 이전에 교회출석을 잘하던 교인들 가운데 23% 정도는 현장예배로 복귀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결국 코로나 사태가 끝난 후 이름하여 ‘코로나 가나안 교인’이 등장하게 될 것이다.
이것은 금번 코로나 사태가 히 10장이 말씀하고 있는 ‘모이기를 폐하는 습관’이 한국교회 내에 확산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임을 확인시켜 준다. 그동안 2000년대에 들어와서 점차 한국교회 성도들이 교회에 모이는 열심과 헌신이 줄어왔다. 그러던 중에 이 코로나 사태로 오랫동안 예배가 온라인으로 드려지고 각종 교회사역이 중단되면서 모이기를 폐하는 습관이 성도들에게 서서히 자리잡아 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향후 코로나사태가 끝이 난 후에 코로나 가나안 교인의 등장으로 주일예배 출석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물론이고 다른 각종 모임의 참여도 역시 현격하게 떨어질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을 하게 된다.
미국의 저명한 여류신학자 샐리 맥패그는 교회를 심장으로 비유하여 설명한 바 있다. 심장에는 정맥을 통해 피가 심장을 향해 모여드는 구심운동이 있고, 또 동맥을 통해 피가 심장에서 밖으로 나가는 원심운동이 있다. 교회는 이처럼 교회를 향해 성도들이 모여드는 운동이 있고, 또 교회에서 세상을 향해 성도들이 흩어지는 운동이 있는 것이다. 건강한 심장이 이 구심운동과 원심운동이 잘 균형을 이루고 있는 것처럼 건강한 교회 역시 이 모임의 운동과 흩어짐의 운동이 잘 균형을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비유에서 보듯 한국교회는 코로나 사태로 큰 타격을 받게 될 것이다. 우선 모임이 약화될 것이고, 그 여파로 동력이 상실되어 흩어짐도 자연히 약화될 것이다. 이런 양방의 약화가 악순환을 이루어 한국교회는 회복하기 힘든 침체의 늪에 빠지게 될 것이다. 여기에 코로나 가나안 교인의 등장이 걱정스러운 이유가 있다.
박봉수 목사
<상도중앙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