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황스러운 상황이었지만 한편으로는 아주 이해를 못할 일도 아니었다. 공동체 의식이 강할수록 타 주민에 대해, 다른 사업에 대해 배타적인 감정을 갖게 되는 게 인지상정이기 때문이다. 이런 때일수록 대화가 더 필요했다. 그때부터 마을 주민들과 만나 접촉하며 대화를 시도했다. 다행히 위미마을 분들은 제주도가 발전하는 일에 아주 포용적이어서 그러한 관점에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특히 마을 발전을 위해 기금을 내놓는 등 친화적인 접근을 시도하자 어느새 그들의 마음도 풀렸다. 그리고 법적으로도 이미 양식장 건설 허가가 났기 때문에 동국수산이 시작되었다.
처음부터 좋은 양식장을 만들기 위해 운영을 잘 하고 있는 모범 양식장 7~8곳을 견학하며 비능률적인 부분은 보완하고 기본 설계부터 바꾸어 나갔다. 그런데 양식장은 생각만큼 잘되지 않았다. 보통 양식장에선 광어를 기르는데, 2~3센티미터 치어를 매입하여 1년을 기르면 평균 1킬로그램을 판매할 수 있는 사이즈가 된다. 양식장의 구조는 꽤 과학적이었다. 해안에서 300미터 떨어진 깊은 바다에서 직경 500밀리미터 PE관 3라인을 연결하고 펌프로 양수하여 고가(高架)수조에 바닷물을 끌어올린다. 그 물이 80개로 나뉜 수조에 자연 낙하하도록 공급하면 물이 회전하며 바다로 빠져나간다. 먹이도 신경 썼고 무엇보다 고기를 잘 길러줄 책임자 선정이 중요하단 생각에 수산대학원까지 수료한 실력자를 선임하여 관리를 맡겼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이웃 양식장보다 못한 성적이 나오고 있었다.
원인은 생각보다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모든 생명체는 실력보다 정성으로 길러야 하는데 실력만 있으면 된다고 믿었던 관리소장은 자기 일에 소홀했고 게으른데다가 정성도 부족했다. 물고기는 무척 민감해서 물의 온도나 탁한 정도 등에 예민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자주 확인하고 신속한 조치가 이루어져야 한다. 물고기는 동이 트기 전에 먹이도 주어야 하고 건강상태도 확인해야 하는데 그는 그러지 못했다.
하지만 십수 년이 지난 지금, 어려운 시기를 보낸 양식장은 비교적 잘 운영되고 있다. 잘못된 방식을 바로잡고 관리에 정성을 쏟아 체계적인 시스템을 도입한 결과이다.
그런데 양식장을 개장한 지 3년쯤 지날 무렵 생각지도 못한 제안이 들어왔다. 제주 마을 사람 몇몇이 내게 면담을 요청해 온 것이다.
“회장님, 저희가 마을 차원에서 부탁드릴 일이 있어서요. 회장님은 서울서 사업도 크게 하시고 인맥도 넓으실 테니 부탁드리는 겁니다. 저희 마을에 골프장을 하나 만들어 주세요.”
“네? 골프장이요? 갑자기 웬 골프장을…….”
평소 여러 운동을 좋아했고 골프 역시 즐기던 운동이라 골프장은 내게도 익숙한 공간이었지만 회원으로서 이용했을 뿐이라 골프장을 만들어 달라는 청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강국창 장로
• 동국성신(주) 대표이사
• 가나안전자정밀(주)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