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로들의 생활신앙] 레 미제라블(Les Miserab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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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는 셰익스피어가 있고 스페인에는 세르반테스가 있으며, 독일엔 괴테가 있고 이탈리아에는 단테가 있다면, 프랑스에는 빅토르 위고가 있다. 빅토르 위고의 생애는 휴머니즘을 추구하는 문학과 인류의 무한한 진보, 이상주의 사회건설 등 낙관적인 신념으로도 일관되어 있다. 1885년 그가 죽자 국장으로 장례가 치러지고, 유해는 위인들이 묻히는 국립 팡테옹 묘지에 묻혔다.

소설 <레 미제라블>은 프랑스에서 구질서가 무너지고, 새로운 세계를 열망하던 시대를 배경으로 위고의 해박한 지식과 인도주의적 세계관을 담아 엮어낸 대서사시적 낭만 드라마다. 그가 방탕하게 살다가 1841년 여름 사랑하는 딸 레오폴디느가 세느강에서 익사하자 돌변했다. 딸을 묻으며 “이것은 내 죄악에 대한 하나님의 심판이다”라고 울부짖었다. 그 후 사랑을 주제로 이 소설을 썼다. 프랑스어로 <불행한 사람들>이란 뜻이다.

소설의 줄거리는 이렇다. 1800년대 초반 작은 도시에 장발장이란 중년 사내가 들어선다. 19년간 감옥 생활을 마친 뒤였다. 일찍 부모를 잃고 과부인 누나 집에서 컸다. 가난한 집에 7명의 조카들이 있었다. 먹을 음식이 떨어지자 조카들을 위해 빵을 훔치다 잡혀 4년 징역형을 받았고, 4번이나 탈옥하다 잡혀 추가되는 형 때문에 19년을 복역한 것이다. 그동안 누나와 조카들은 뿔뿔이 흩어져 소식도 모르고 오히려 수감 중에 불평등한 사회에 대한 깊은 증오심만 키우게 됐고, 철저한 이기주의자가 된 것이다. 그 도시에선 장발장이 전과자라는 것을 알게 된 후 음식도 팔지 않고 숙박도 거절했다. 겨우 미리엘 주교를 찾아가서 음식과 잠자리를 얻게 되었다. “다른 이들은 모두 나를 경계하는데 왜 주교님은 저를 받아주십니까?”라고 묻자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는 모두 한 형제입니다”라는 답을 듣는다. 그러나 장발장은 새벽에 충동적으로 주교의 유일한 귀중품과 은식기를 훔쳐 달아나다 경찰에 체포돼 다시 주교 앞에 끌려왔다. 그러자 주교는 “왜 은촛대는 가져가지 않았소?”라고 말하며 은식기는 자기가 장발장에게 준 것이라고 그를 감싸준다. 장발장은 미리엘 주교의 자비심에 깊은 충격을 받고 회개하며 처음으로 따듯한 사랑의 힘을 알게 되었다. 그 후 새로운 삶을 결심한다. 그래서 ‘마들렌’으로 개명하고 어느 도시에 가서 공장을 운영해 큰 부자가 되었고 이익금으로 가난한 사람을 도움으로 존경을 받고 드디어 그 도시의 시장이 되었다. 그러나 단 한 사람만이 그를 전과자라고 의심하며 집요하게 그의 정체를 캐려고 하는데 그가 바로 자베르 경감이다. 자베르 경감은 법률은 모든 사람에게 철저히 적용돼야 하고 그것을 실현시키는 것이 자기의 사명이라고 믿는 원칙론자이다. 그러던 중 한 사람이 전과자 장발장이란 누명을 쓰고 억울하게 벌을 받게 되자 장발장은 법정에 나가 자기가 진짜 장발장이라고 자백한다. 이 일로 징역형을 선고받지만, 곧 탈옥하여 예전에 자기가 도와주었던 여공 팡틴의 딸 코제트가 불행에 빠져있는 것을 구출해 파리로 돌아온다. 추격하는 자베르 경감을 피해 어느 수도원에서 정원사로 일하며 코제트를 키운다. 세월이 지나 숙녀가 된 코제트는 개혁적인 변호사 마리우스를 사랑하게 된다. 장발장은 왕당파와의 시가전에서 총상을 입은 마리우스를 구해내 코제트와 결혼시킨다.

한편 왕당파의 간첩으로 개혁파 속에 숨어 있던 자베르는 신분이 노출되어 개혁파에 붙잡히고 사형선고를 받는다. 자베르를 발견한 장발장은 사형집행관이 되어 남몰래 그를 풀어준다. 장발장의 사랑과 자베르의 원칙론이 충돌하는 순간이다. 결국, 자베르는 자신의 신념이 패배했음을 인정하고 세느강에 몸을 던져 자살하고 만다. 이때 상처를 회복한 마리우스는 장발장의 정체를 알아 그가 코제트의 친아버지가 아님이 밝혀지자 잠시 멀리하다가 다시 그에게로 돌아온다. 그리고 장발장은 코제트와 마리우스가 지켜보는 가운데 조용히 숨을 거두면서 이런 유언을 남긴다. “벽난로 위에 있는 두 개의 은촛대를 너희에게 준다. 그것을 내게 주신 분이 지금 하늘에서 나를 보고 만족하실지 어떨지 모르겠구나. 다만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했을 뿐이다.” 

빅토르 위고의 인생과 사랑의 기도를 이루는 것은 웅대하면서도 낙천적인 그의 성격이다. 그는 우리 인류가 3대 싸움에 개입해 있다고 말했다. ①인간과 자연의 싸움 ②인간과 인간의 싸움 ③자기와의 내면적 싸움이다. 자연과의 싸움에선 인간이 패배자다. 자연은 학대하는 자에게 반드시 보복한다. 코로나19도 자연을 학대한 인간이 겪는 응보 중 하나다. 자기와의 싸움은 <레 미제라블>에서 그려냈다.

김형태 박사

<한남대 14-15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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