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가정의 달, 다시 ‘가정’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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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 일이다. 어느 주일날, 40대로 보이는 새가족이 등록을 했는데, 가족란에 빈칸으로 되어 있길래, “남편은 같이 등록을 안 하셨나요? 혹시 자녀들은 같이 안 오셨나요?” 하고 물었다. 새가족은 당황해서 그냥 힘없이 “네…”하고 대답했다. 순간, ‘아, 내가 괜한 걸 물었구나…’ 생각하고 다른 질문으로 급하게 넘어갔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그분은 남편과 이혼하고, 자녀도 남편이 키우고 있다는 것이었다. 나는 그 날 이후로 새가족 등록을 하게 되면 절대로 가족 관계를 묻지 않게 되었다. 실제로 올 초 발표된 행정안전부의 ‘2020년 세대원 수별 가구 비율’ 기사(2021.1.4.조선일보)에 보면, 2인 가구는 23.4%, 3인 가구는 17.4%, 4인 이상 가구는 20.0%인데 비해서 1인 가구는 39.2%라고 한다. 이미 2020년에 1인 가구 수가, 3인 이상 모든 가구 수를 합친 것보다 많아졌다. 식당에도 1인 식탁이 놓여있는 모습이 이제는 낯설지 않다. 20여 년 전 청년부 사역자로 있을 때 5월이 되면, ‘결혼과 가정’에 대한 특강을 했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이제는 “결혼을 왜 해야 하는가” 하는 특강을 해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이 시대 가장 큰 위기는 바로 가정의 위기가 아닐까 생각한다. 큰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강력범죄들이 모두 가정과 관련된 일이다. 너무도 안타까운 ‘정인이 사망 사건’을 비롯한 아동학대 문제, 가정폭력 문제, 부모의 이혼으로 방황하는 청소년 문제… 모두 가정과 관련이 있는 문제들이다. 가정이 바로 섰다면 이런 문제들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생각해 보면, 좋은 남편이 되는 것, 좋은 아내가 되는 것, 좋은 아빠가 되는 것, 좋은 엄마가 되는 것이라는 가장 중요한 덕목을 학교에서 배우지 않았다. 그 어디에서도 가르쳐 주지 않는다. 그저 자기의 경험에 따라 행동할 뿐이다. 언젠가 가정의 달, 행복한 가정에 대해서 설교한 적이 있었다. 모두가 은혜 받았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한 구역장에게 뜻밖의 문자가 날라 왔다. 얼마 전 이혼한 어느 한 새신자가 구역장에게 ‘교회는 정상적인 가정을 가진 사람만 다녀야 하는지’ 조심스럽게 물어 왔다는 것이다. ‘목사님이 그 분을 따로 위로해 주어야 할 거 같습니다’라는 문자를 받고 뜨끔했다. 그리고 우리 시대 “과연 가정이 무엇인가”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가정에 대한 개념이 달라지는 이 시대,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변할 수 없는 가정에 대한 진리가 3가지 있다. 첫째는 하나님이 가정을 만드셨다는 것과, 둘째는 모든 생명은 가정을 통해서 이어진다는 것, 그리고 세 번째는 가정은 ‘사랑’으로 그 상태가 유지된다는 것이다. 최초의 인간, 아담을 만드시고, 그의 짝 하와를 만드셨다. 이 둘이 최초의 가정이 되었다. 그리고 이 둘은 서로 사랑했고, 그 결과로 새로운 생명이 탄생했다. 가정은, 하나님이 통치하시고, 생명을 이어가며, 사랑의 원리가 있다. 1인 가족의 시대의 최대의 약점은 서로 마음을 나눌 상대가 없다는 것이다. 교회는 그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그 대안은 바로, 교회가 새로운 가정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교회에는 가정에 적용되는 3가지의 원리가 그대로 들어 있다. 교회는 하나님이 만드시고, 통치하시는 곳이요(통치의 원리), 교회를 통해서 영적 생명이 탄생하는 곳이며(생명의 원리), 교회는 하나님의 사랑을 함께 나누는 곳이다(사랑의 원리). 그러므로 교회가 또 하나의 가정이 될 수 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교회에 ‘가정 같은 교회, 교회 같은 가정’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적어 놓았다. 코로나 시대, 가정이 교회와 같이 예배하는 장소가 되어야 하고, 교회가 가정과 같이 우리의 삶에 쉼과 안식을 제공해야 한다. 가정 위기의 시대, 교회가 또 하나의 가정이 되어, 관계에 소외되어 외로워하고, 경쟁에 지쳐 있는 현대인들에게 위로와 평안과 안식을 제공하는 교회가 되기를 꿈꾸어 본다. 안식을 누리는 곳, 위로를 누리는 곳, 평안을 누리는 곳, 그곳이 바로 가정이다. 가정의 달, 다시 ‘가정’을 생각한다.

임정수 위임목사
<포항대도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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