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이민을 가서 사는 한국인들의 눈에 비친 미국은 ‘장애인의 천국’이요, ‘노인의 천국’이며 ‘여자의 천국’이고 동시에 ‘아이들의 천국’이기도 하다. 그리고 보면 ‘미국이라는 천국’에서 ‘젊은 남성들’만이 소외가 되는 셈이다. 가는 곳마다 장애인들을 위한 별도의 시설이 완벽하게 갖추어져 있고 그들이 불편하지 않게 공부하며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어 있으며 육체적인 장애자는 물론이고 정신적인 장애인들까지도 개인의 능력에 알맞은 직업을 갖도록 배려해주는 사회이므로 ‘장애인의 천국’이라는 말에 수긍이 가지 않을 수가 없다.
나이가 들어 퇴직을 하면 연금이 나오고 또 65세가 지나면 국가가 노인에게 주는 별도 수당이 있으며 모든 노인들에게는 여러 가지 우대정책이 사회적으로 보장되는 나라이고 보면 역시 ‘노인의 천국’이라는 말도 사실이다.
한국의 지나치게 엄격한 가부장제도의 사회에서 여필종부(女必從夫)의 관행을 강요당하면서 살던 한국 여성들에게 ‘Lady First’라는 표어아래 여자들에게 모든 우선순위를 부여하며 성적(性的)인 차별이 거의 없고 CEO(최고경영자)의 위치에 오른 여성들이 많아서 남자들에게 큰소리치며 살아가는 미국의 사회를 ‘여성의 천국’이라 부르는 것이 조금도 이상할 것이 없다.
그 중에서도 ‘아이들의 천국’이라는 말에는 어느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사람이 없을 것이다. 모든 여가생활이나 휴가계획도 아이들 중심이요, 아이들에게 취미생활이나 잠재능력을 키워주기 위해 마련된 시나 정부가 주관하는 프로그램이 수도 없이 많다. 심지어는 비즈니스도 아이들을 도외시 하고는 성공할 수가 없다. 대부분의 미국의 식당에는 아이들이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종이와 크레파스가 항상 정성스레 준비가 되어 있으며 아이들이 가지고 놀 수 있는 장난감은 물론이요, 아이들의 놀이동산이 별도로 마련되어 있으니 가히 ‘아이들의 천국’이란 표현이 맞는 말이다.
만 12세미만의 아이를 보호자 없이 홀로 집에 두지 못한다. 이 규칙을 어기면 아이는 경찰에게 빼앗기게 된다. 한 번은 한국 유학생 부모가 미취학의 두 아이가 초저녁 잠든 사이에 친구네 집에 놀러갔다가 아이들이 잠에서 깨어나 부모가 없자 큰 소리로 우는 바람에 옆집에서 경찰에 신고하여 아이들은 경찰서에서 보호하게 되었다. 밤 11시 경에 집에 돌아온 유학생 부모가 이 사실을 알고 경찰서를 방문하여 자녀를 돌려달라고 하였으나 다음 날 아침 근무교대시간까지는 돌려줄 수 없다고 하니 결국은 부모가 두 아이와 함께 경찰서에서 밤을 지새우고 새벽녘에 서약서를 쓰고 나서 아이를 데려오는 것을 목격한 바 있다.
이렇게 법률적으로나 사회적으로 극진한 보호를 받으며 구김살 없이 그리고 티 없이, 과중한 숙제 물에 짓눌리지 않고 학교생활을 즐기면서 친구도 사귀고 공부하며 성장하는 미국의 아이들을 보면서, 우리 아이들이 어렸을 때, 더 많은 정성과 사랑을 쏟아 부을 수 없었던 그 시절이 원망스럽기만 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초등학교의 저학년 학생들이 담임선생님을 바꿔 달라는 연판장이 나도는가 하면 툭하면 학부형이 학교에 찾아가 교사를 폭행하는 기사가 잊을 만하면 다시 신문에 빅뉴스로 등장하곤 한다. 우리의 교육이 너무 이기적이고 영악한 아이들만 양산(量産)해 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비애감(悲哀感)이 드는 것이다.
자신의 이익만을 챙길 줄 아는 자기본위의 약아빠진 아이들 보다는 다소 자신이 손해를 보더라도 다른 사람을 먼저 생각하며 도울 줄 아는 우직스러운 인격체를 길러내는 방향으로 눈을 돌려야 할 것이다. 유치원과 초등학교에서부터 말씀과 믿음을 밑바탕으로 한 기독교적인 전인(全人)교육이 실시되어 우리사회가 진정한 의미에서 희망차고 살기 좋은 처소가 될 때, 그때야 비로소 이곳이《우리 모두의 천국》이 될 수가 있을 것이다.
문정일 장로
<대전성지교회•목원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