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게으름뱅이가 있었다. 그는 너무 게을러서 돈도 잘 벌지 못하고 맡은 일에 충실하지도 못하였다. 그는 몸을 움직이고 누구를 만나 대화하고 무슨 일을 하는 것 자체가 몹시 싫었다. 자연히 마누라의 잔소리를 매일 들어야 했고 직장에서도 무능하다 하여 퇴출 일보 직전이었다.
그가 어느 날 죽어서 눈을 떠보니 자기가 천국에 와 있었다. 세상에서 볼 수 없었던 아름다운 풍경이 보였고 맛있는 음식이 매일 상에 가득하였다. 그를 간섭하는 사람이나 말을 붙이는 친구도 없었다. 무엇보다도 일 안 하고 밤이고 낮이고 잠을 잘 수 있는 자유가 있어서 좋았다. 마누라의 잔소리도 들리지 않고 직장에서의 스트레스도 과거의 추억일 뿐이었다. 진작 죽지 못하고 이렇게 좋은 천국에 이제야 온 것을 후회하였다. 그런데 세월이 흐르면서 노는 것이 점점 지겹게 느껴졌다. 먹을 것도 많고 잠잘 자유는 있는데 자기가 할 일거리가 전혀 없었다. 그는 천사에게 청을 하였다. 아무 일이라도 좋으니 소일거리를 좀 달라고 하였다. 그러나 천사는 이곳에서 그가 할 일은 전혀 없다고 말하였다. 그러면 말동무라도 좀 붙여달라고 하였다. 그러나 천사는 냉정히 이곳에서는 그와 말동무 될 사람도 없다고 대답하였다. 그는 하도 답답하여 천사에게 화를 내었다. “천국이 뭐 이래, 차라리 나를 지옥으로 보내주시오!” 그때 천사가 그에게 대답하였다. “아니 그럼 당신은 여태껏 여기가 천국인 줄 아셨소!”
인간이 70년을 산다면 그중 잠자는 시간이 24년이고 식사하는 시간이 6년이고 여가와 오락을 즐기는 시간이 8년이나 된다. 일할 수 있도록 건강할 때 게으르지 말고 부지런히 일하는 사람이 아름답다. 일을 즐기며, 일거리가 있음에 감사하며, 어려운 일도 기쁨으로 감당하고, 힘든 일도 기꺼이 해야 할 일로 마음을 바꾸어 책임 있게 열심히 일하는 사람의 마음에 천국이 있다. 일하지 않고 놀고먹는 것은 천국 백성의 삶의 모습이 아니다.
이제 올해도 반년의 시간이 지나가 버렸다. “부지런하여 게으르지 말고 열심을 품고 주를 섬기라”(롬12:11)라는 말씀을 새기면서 금년도 훌쩍 지나가 버린 상반기의 게으름을 반성하고, 새 결심으로 7월을 맞이해야 하겠다. 세월이 흐르는 물 같다는 옛사람의 말이 실감이 나는 계절이다. 여기서 잠깐 게으르면 우리는 얼마 지나지 않아서 크리스마스 행사를 해야 하고, 송구영신 예배를 드려야 할지도 모른다.
문성모 목사
<전 서울장신대 총장•강남제일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