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성형] 분노의 통증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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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의 소개로 필자를 소개받았지만 대학병원 및 미국에서도 치료를 못한 통증인데 조그만 개인병원이며, 그것도 정신건강의학과라는데 마음 속으로 콧방귀를 뀌면서도 어차피 치료가 안 되었는데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3월 말경에 제 진료실을 방문하게 되었다. 통증은 우울증과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으며 만성 통증이 있는 경우에는 대부분 우울증이 올 수밖에 없다. 심인성(Psychogenic)인 경우에는 정신적 원인을 해결해 주면 통증이 치료되는 진료 경험이 많았던 터라 좋아질 거라는 마음이 들었다. 

13년간 이 환자를 대하는 대부분의 의사는 환자가 호소하는 통증만을 보려고 했고 통증만 치료하려고 했을 듯하다. 필자는 통증에는 관심이 없고 통증으로 인함이던 결과이던 지금 왜 얼마나 힘들어 하는지에 대한 환자의 마음을 읽기 시작하였다. 진료하는 동안에 ‘별 것도 아닌데, 치료될 것 같은데’라는 느낌의 긍휼한 마음을 주셨다. 입원을 권유하였지만 통증이 문제인데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도 반신반의하면서 겨우 왔는데 입원치료까지 하라고 하니 쉽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3월부터 5월 말까지 약 2개월 격리병동이 아닌 오픈 병동에서 4인실을 혼자 사용하면서 전열기, 전기담요와 이불을 사용하면서 한증막처럼 지냈다. 다른 환자들과 접촉도 없고 병동 간호사가 자기를 무시한다며 말다툼도 하고 화가 나면 눈에 뵈는 게 없다며 다툼이 잦았다. 입원 중에도 머리맡에는 통증의학과에서 처방해 온 진통제 약 봉투가 널부러져 있었다. 꼭 필요하면 복용하지만 가급적 피하고 제가 처방한 약만을 복용하도록 오더(order)하였다. 의사가 처방하는 오더(order)는 직역하면 명령하는 것이다. 즉 처방한 그대로 따라 주어야 치료가 된다는 의미이다. 반신반의하는 환자와 보호자에게 필자는 이렇게 설명하곤 한다. 입원 중에 밥처럼 먹던 진통제를 거의 복용하지 않고도 지내고 전열기도 사용하지 앉아 퇴원하여 통원치료하며 잘 지냈다. 어느 날은 차가운 침상에 누워 있어도 통증이 없고 이제는 차가운 물에서 수영을 즐기며 살고 있다. 현재는 수년째 통원치료 중이다. 

황원준 전문의

<황원준 정신의학과 원장 •주안교회 시무장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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