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포럼] 해군 백두산함의 승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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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공산군은 38선으로만 남침한 것이 아니라 바다를 통해서도 남침했다. 특공대 600명을 동해상으로 침투시켜 부산을 점령하기 위해서였다. 만일 38선이 무너지고 동해안으로 침투한 특공대에 의해 부산까지 점령당했다면 순식간에 대한민국은 멸망당했을 것이다. 그런데 하늘이 우리를 도우셨는지 동해안으로 침투한 북한 함정(1천 톤급, 무장 수송 선)이 6월 26일 동해 남방 대한해협 근처에서 우리 해군에게 발견된 것이다. 국적 미상의 수상한 수송선이 발견되자 우리 해군은 즉각 북에서 침투한 적선인 줄 알고 전투에 임했다. 그리고 우리 해군에 의해 격침당했다. 창군 초기 우리 해군에 전투함이 없어서 평소에 ‘함상 실탄사격’을 한 번도 해 보지 못한 우리 해군에 의해 초탄 몇 발에 명중되는 ‘기적’을 낳았던 것이다. 후방 깊숙이 침투한 적 특공대를 해상에서 전멸시킴으로써 해군의 첫 승전보는 상상 이상의 대 전과를 올리고 나라를 구했다. 이는 해군의 승리 차원을 넘어 대한민국을 살리는 역사적 사건으로 기록되었다.
전쟁 첫날, 육지에서는 38선을 경계하고 있던 거의 전 부대가(춘천의 6사단만 제외) 초전에 박살났다. 병력의 1/3 이상이 휴가나 외출을 나간 상태에서 기습을 받았으므로 개전 초기에 비 오듯 퍼붓는 포화로 인해 많은 희생자가 발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상자를 처리할 능력 조차 없이 부대는 와해되었다. 준비 없이 일방적으로 당한 일이라 육군 각 부대는 반격은커녕 후퇴하기도 바빴다. 건제부대를 유지할 수 없었고 생존자들은 겨우 개인 화기 정도만 챙기고 기약 없는 후퇴의 길을 떠났다. 모두가 패잔병들의 모습이었다. 철수 중에 만난 인접 부대 병사들이 서로 뭉치고 외출 나갔던 병사들이 헌병의 안내를 받아 상당수가 전방으로 복귀했지만 이미 풍비박산되어 후퇴의 길에 들어선 자기 소속부대를 찾을 수가 없었다. 대 혼란 속에서 국군의 후퇴 행진은 끝없이 이어졌다. 3일 만에 서울이 함락되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다. 바로 그때, 전쟁 이틀째인 6월 26일 새벽녘에 부산 앞바다가 가까운 대한 해협에서 전혀 생각하지도 못했던 예상 밖의 해상전투가 벌어졌고 우리 해군 ‘백두산함’으로부터 승전 소식이 날아든 것이다.

회고해 보면 대한민국 해군은 참으로 신기했다. 창군 초기부터 기적을 만들어낸 것이다. 1945년 11월 11일 해군이 창설됐지만 전투함은 1척도 없었고 경비함정과 어업지도선(목선) 뿐이었다. 초대 해군참모총장 손원일(孫元一) 제독은 전투함 한 척을 갖는 것이 소원이었다. 그래서 해군 장병들에게 모금 운동을 전개하고 군인 가족들이 재봉틀로 바느질을 하여 15,000달러를 모았다. 이 사실을 이승만 대통령에게 보고 드렸더니 대통령께서 45,000달러를 지원해 주셔서 모두 60,000달러를 갖고 미국에 군함을 사러 갔다. 돈이 너무 적었으므로 미 해군에서 퇴역한 교육용 배를 살 수밖에 없었다. 승선 인원 60명의 450톤급 초계정(PC-701)이였다. 미국에서 두 달간 수리해서 갖다 놓은 첫 번째 군함이 ‘백두산함’이다. 그런데 이 배가 기적을 낳은 것이다.

군함이 없어서 평소에 함포실탄사격을 한 번도 해보지 못한 우리 해군이(훈련으로만 대치) 첫 전투에서 적함을 명중시킨 것이다. 이 어찌 기적이 아니겠는가! 기적 중의 기적이요 병사들 입에서 ‘하나님’을 부르는 소리가 절로 터져 나왔다. 이 작전을 수행했던 수병들은 스스로 놀라 기뻐 뛰었으며, 승리 소식을 보고 받은 해군 본부는 발칵 뒤집어졌다. 이것이 우연이겠는가!
70여 년 전의 일이지만 그때 백두산 함의 갑판을 통제하고 있던 갑판장에는 최영섭 소위가 있었다. 당시 전투원들 중에 현존하는 유일한 생존자이며 대령으로 예편. 지난 8일 93세로 별세했다. 젊어서 나라를 구한 영웅답게 그에게는 대를 이어 나라를 구할 훌륭한 아들을 두었다. 최재형(65세)전 감사원장이 그분의 둘째 아들이다. 우리는 백두산함이 창군 초기, 6.25전쟁에서 나라를 구한 것처럼, 오늘날 정치 사회적으로 큰 위기와 혼란에 빠져있는 대한민국을 바르게 세우는 데 크게 기여해 줄 것으로 기대하는 국민들이 많다. 최영섭· 최재형 부자의 구국적인 애국심에 찬사를 보낸다.

배영복 장로<연동교회>
• 한국예비역기독군인연합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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