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잘못하여 엄지발톱 부위가 부상을 당했다. 약간 피가 났지만 별일 아니라 여겨 연고를 바르고 붕대를 감아 응급조치를 했는데 며칠이 지나니 낫기는커녕 점점 더 쑤셔 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았다. 그러면서 평소에는 신발 속에 가려 별로 효용가치를 느끼지 않았는데 그 발가락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실감하게 되었다. 아울러 몸에 이상이 없으며 평소에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사는 일이 얼마나 축복받은 일인지를 실감하게 되었다.
얼마 전인 8월 24일부터 9월 5일까지 일본 도쿄에서 열렸던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또 하나의 올림픽인 제16회 패럴림픽대회를 보았다. 당연히 경기 진행이 생각보다 박진감이 떨어지고 많은 사람들의 관심도 적고 따라서 TV에 중계하는 경기도 적어 볼 기회가 많지는 않았지만 여자 마라톤경주를 보면서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경험을 했다. 시각장애인인 여자선수는 함께 경기하는 가이드러너의 안내로 순탄하게 경주를 완주했다. 그는 비록 꼴찌에 가까운 성적으로 들어왔지만 완주했다는 결과에 만족하는 표정을 지었는데 그 후에 더욱 놀라운 사건이 일어났다. 마라토너의 경기를 돕고 인도하는 가이드러너가 아직 채 숨도 고르기 전에 그녀에게 청혼을 하였고 이 여성은 웃으며 응낙을 하여 전 세계로 중계되는 TV 카메라 앞에서 뜨거운 포옹을 하면서 감격의 기쁨을 맛보게 되었다.
그전에 열렸던 올림픽경기에서 느꼈던 일이지만 경기 전에는 선수들이 긴장해서인지 미소를 띤 얼굴보다 경직된 표정이 더 많았는데 이번 패럴림픽에서는 참가하는 대개의 선수들이 메달이 수여되는 경기 성적보다는 경기에 임한다는 사실이 귀중하고 자랑스럽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들은 평소에 정상적인 생활조차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 세계적인 무대에서 그동안 연마했던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발휘하는 기회를 만끽하는 자세를 보여주고 있다. 또한 이들과 함께 참가한 코치나 조력자들도 이런 엄청난 일에 함께 참여한다는 긍지에 만족하는 모습을 보여주어 우승보다도 참가에 더욱 큰 의의를 부여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렇기에 이번 경기에 참가하는 모든 선수들의 얼굴에서는 하나님께서 축복을 주시면 너무도 당연하게 감사하는 우리 보통 사람들의 감성을 넘어 때로는 고난을 주어도 이를 불평만 하지 않고 극복하면서 또 다른 면으로는 오히려 감사할 수 있는 신앙을 볼 수 있다. 그렇기에 경기가 끝나고 승패가 결정이 되어도 참가하는 선수들은 모두가 금메달을 딴 사람처럼 행복해 보이는가보다.
초등학생 시절엔 교회에서 예배를 드릴 때에 성경구절을 인쇄한 요절(要節)이란 것을 주고 무슨 일이 있어도 다음 주일까지 암기할 것을 숙제로 주곤 했다. 그리고 아마 어렸을 때였기에 기억도 잘했고 또 그 기억이 어떤 경우에는 일생을 가기도 하는 위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 당시부터 시작해서 일생동안 잊지 않는 성구에 「그런즉 믿음, 소망, 사랑, 이 세 가지는 항상 있을 것인데 그 중의 제일은 사랑이라(고전 13:13)」는 것이 있는데 정말 귀한 말씀이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더욱 마음에 감동을 주고 말씀대로 따라 실천하기로 생각하는 말씀은 「항상 기뻐하라 쉬지 말고 기도하라 범사에 감사하라 이것이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를 향하신 하나님의 뜻이니라(살전5:16-18)」며 아마 이를 실천하는 사람들이 올림픽 경기에 나오는 진정한 하나님의 자녀들이라 여겨진다.
백형설 장로
<연동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