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근 씨는 어린 시절 매우 어렵게 자랐다. 1948년 전북 부안군 줄포에서 태어나 얼마 후에 아버지를 잃고 11살 무렵에 무작정 서울에 올라왔다. 거처할 곳이 없어 방황하다가 고향 사람들이 모여서 산다는 신당동 산 중턱 움막집을 찾아갔다. 그곳에서 옥수수 죽을 먹으며 구두닦이, 국수 배달, 공사판 막일 등 안 해본 일이 없이 닥치는 대로 모든 일을 하였다.
그 후 군 복무를 마치고 무었을 할까 생각하다가 보일러를 설치하는 일을 시작하였고 온수온돌 기능사자격증을 취득 받아 작은 보일러 가게를 차렸다. 보일러 공사는 1년 중에 겨울철이 돈을 가장 많이 벌 수 있는 대목으로 겨울철에 일감이 많다.
김 씨는 20년째 보일러, 파이프, 기타 기구를 오토바이에 싣고 쪽방촌을 찾아가서 지금까지 달동네와 판자촌 1,800여 가구를 돌며 보일러를 고쳐주거나 새로 놔주고나 낡은 보일러를 새것으로 교체해 주는 봉사를 하고 있다.
서울 중구청이 보일러 기술자를 물색하다가 김 씨에게 연락하면서 아예 보일러 자원봉사에 나서게 된 것이다. 어느 날은 한 할아버지가 전화를 걸어 우리 집 보일러를 좀 고쳐달라고 해서 할아버지 집에 갔더니 할아버지가 하반신이 없는 노인으로 2평도 안 되는 단칸 냉방에서 혼자 살고 계셨다. 그 모습을 보니 김 씨는 너무 눈물이 났다고 했다. 그는 “옛날에 땅굴 속에서 새우잠을 자며 살던 어린 시절을 가끔 생각한다”며 “나도 힘이 들지만 추위에 웅크리고 사는 사람들이 나의 봉사로 어깨를 펴는 것을 보면 내 가슴도 확 펴지는 것 같다”고 하면서 보람을 느낀다고 하였다.
김 씨는 보일러는 수평이 잘 맞는 것이 중요하다며 쪽방촌을 돌며 무료로 연탄보일러를 설치해 주고 있다. 최근에도 직원 2명과 함께 협력하여 보일러를 무료로 고쳐주거나 새 것으로 바꾸어 준 것이 14가정이다. 그리고 쪽방촌에 독거노인, 기초생활수급자, 장애인 등 150여 명의 올겨울 추위 걱정을 덜어준 셈이라고 하였다. 쪽방촌에 사는 사람들이 가장 무서운 것이 겨울 추위다.
김광식 목사<인천제삼교회 원로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