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추워지면서 감잎이 다 떨어지고 주홍색 감들이 꽃처럼 매달려 있다. ① “며칠 전까지만 해도/가지들이 휘청거릴 만큼//주렁주렁/달려있었는데//지금은 높은 가지에/홀로//까치밥으로 남은/홍시 하나//깊어지는 가을밤을/밝히고 있네//온몸이 불덩이 되어/환한 빛을 발하고 있네”(정연복/홍시 하나). ② “곱던 감잎은//천둥, 번개 다 맞으며/누런 감을 키워/푸른 하늘에 올렸다//늦가을 찬바람에/우수수 지는/감잎을/차마 볼 수 없었던 감//찬 이슬 내리도록/밤새워 잎을 그리워하다/빨간 홍시가 된다”(조남영/홍시). ③ “생각이 난다. 홍시가 열리면/울 엄마가 생각이 난다/자장가 대신 젖가슴을 내주던/울 엄마가 생각이 난다/눈이 오면 눈 맞을세라/비가 오면 비 젖을세라/험한 세상 넘어질세라/사람 땜에 울먹일세라/그리워진다 홍시가 열리면/울 엄마가 그리워진다/눈에 넣어도 아프지도 않겠다던/울 엄마가 그리워진다//생각이 난다/홍시가 열리면/울 엄마가 생각이 난다/회초리 치고 돌아앉아 우시던/울 엄마가 생각이 난다/바람 불면 감기들세라/안 먹어서 약해질세라/힘든 세상 뒤처질세라/사랑 땜에 아파할세라/그리워진다 홍시가 열리면/울 엄마가 그리워진다/생각만 해도 눈물이 핑 도는/울 엄마가 그리워진다/생각만 해도 가슴이 찡하는/울 엄마가 그리워진다/울 엄마가 생각이 난다/울 엄마가 보고파진다”(나훈아/홍시). 홍시는 생감(땡감)의 떫은맛이 자연적이거나 인위적인 방법으로 제거되어 단맛이 강해지고 말랑말랑해진 감을 의미한다. 연시 또는 연감이라고도 하는데 연시는 물렁거린다 해서 연시라 부르고 홍시는 붉은색을 강조하여 홍시라 한다. 홍시 속에는 디오스프린이라는 탄닌 성분이 함유되어 있어서 세포 노화를 촉진하는 활성 산소를 제거한다. 또한 탄닌은 중성지방이나 콜레스테롤을 흡착해 몸 밖으로 배출시키며 모세혈관을 튼튼하게 하고 위궤양 치료에도 도움을 준다. 「동의보감」에도 홍시는 소화 기능을 좋아지게 하며 심장과 폐를 튼튼히 해주고 숙취 해소에도 좋은 효능이 있다고 되어 있다. 홍시에는 철분도 많아 빈혈에도 큰 효능이 있다. 칼로리가 낮아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쓰이나 탄닌 성분 때문에 변비가 발생할 수도 있다. 감은 따뜻한 지방의 과일이라 북한에는 보기 드문 과일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경북 상주와 충북 영동이 주산지다. 경남 밀양과 진영에는 단감이 많이 생산된다. 옛날엔 경북 상주를 ‘3백의 고장’이라 불렀다. 흰쌀과 흰 명주실 그리고 건조 과정에서 뽀얀 당분이 맺혀 점점 흰색으로 변하는 곶감이 많이 났기 때문이다. 상주와 영동엔 길가의 가로수가 감나무일 정도다. 특히 상주에 가면 곶감 다이어트를 맛볼 수 있는데 그중에는 ① 곶감 단지 ② 가을 차 ③ 곶감 그릭 요거트 등이 있다. 곶감 단지는 속을 긁어낸 곶감 속에 잣, 호두, 해바라기씨, 대추 등을 유자청에 버무려 꼭꼭 채워 넣은 디저트다. 쫀득한 곶감 속에 오독오독한 해바라기씨, 잇새로 녹을 듯 부드러운 잣과 호두 등 다양한 견과류의 식감이 어우러지며 유자향을 누릴 수 있는 디저트다. 상견례나 이바지 및 명절 선물로도 애용된다. ② 사과의 붉은색과 유자의 노란색이 곱게 층을 이룬 가을 차도 유명하다. 유리잔 맨 밑에 유자청을 담고 그 위에 감잎과 사과를 우려낸 찻물을 올리면 자연스레 그라데이션(gradation)이 생겨 상큼하고 달콤한 차가 된다. ③ 직접 끓인 곶감 잼과 ‘곶감 스콘’과 ‘곶감 그릭 요거트’도 인기가 높다. 곶감 잼은 곶감, 흑설탕, 생크림, 호두 등을 넣어 걸쭉하게 끓이다 갈아서 만든다. 감말랭이를 넣어 달콤함을 가미하거나 호두 등을 넣기도 한다.
김형태 박사
<한남대 14-15대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