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광장] 백조 세 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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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조 세 마리가 호수를 헤엄쳐간다. 물갈퀴가 자란 두 발이 수면 아래에서 바쁘게 움직이지만 물 위의 흰 새들은 그저 미끄러지듯 나아간다. 영화나 자연 다큐멘터리 같은 영상에서 백조는 평화와 행복을 상징하는 그림으로 잘 쓰인다. 물가에는 버들가지가 춤추고 파란 갈대가 낮은 숲을 이룬다. 새해 2022년 캘린더를 받고 반가운 것이 이 세 마리 백조를 그린 표지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새 해를 맞이하면서 두 가지를 생각한다. 자기 자신에 관하여 무언가 결심, 결의를 해보고 자기 외의 상황에 대하여는 어떤 염원을 갖는다. 인생의 연조가 늘어가고 반복되는 체험이 쌓이면 대체로 신년의 각오 같은 것은 점점 줄어들곤 하지만 새로이 맞이한 365일에 대한 기대는 예측가능한 몇 가지 상황이 다가오면서 희망의 두루마기를 입고 내 앞에 전개된다. 

새봄에는 무엇보다도 대통령 선거라는 대사가 있어서 나라가 크게 요동치게 된다. 지금으로서는 역대 어느 선거보다 양대 세력에 대한 국민의 지지율이 백중하여 결과를 예측하기가 매우 어려운데 그럴수록 패배한 쪽의 승복하는 자세가 이나라 민주정치의 성숙도를 판가름하면서 사회안정의 보장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곧이어 지방자치 선거도 6월에 실시되니 만일에 권력의 이동이 중앙에서 지방까지 휩쓸게 되면 정치불안이 가중될 수 있다. 

지난 2020년 예쁜 숫자의 배열을 보며 그려 보았던 더 나은 삶의 꿈이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무너지고 마스크 대란에다 백신 수급의 난조로 괴로운 한 해를 보낸 후 오로지 집단면역이라는 목표를 향해 달려온 2021년이 변이 바이러스들의 출현으로 큰 좌절감 속에 흘러가 버렸다. 새 해를 맞으며 대통령을 비롯해 정치 집단들이 다양한 소망과 포부를 담은 신년사를 내놓고 종교지도자들도 각각의 믿음을 바탕으로 간절한 기원을 올린다. 이 모든 말씀들을 다 포용하는 기도를 하나님께 드리는 것이 우리 크리스천의 몫이다. 

매일 아침 아내와 단둘이 드리는 가정예배에서 다섯 장씩 읽는 성경이 오늘 베드로전서에 이르렀다. “그러므로 모든 육체는 풀과 같고 그 모든 영광은 풀의 꽃과 같으니 풀은 마르고 꽃은 떨어지되 오직 주의 말씀은 세세토록 있도다.”(1:24-25) 베드로 사도는 시편을 인용하고서 이어 “모든 악독과 모든 기만과 외식과 시기와 모든 비방하는 말”을 버리라고 엄명한다. 하필 오늘 우리집에 찾아온 귀한 말씀이 바로 오늘의 대한민국 모든 정치 세력들의 가슴을 울리며 태우는 최상의 계명으로 들려왔다. 

세계적인 역병으로 인하여 얼마나 많은 육체의 아픔과 마음의 괴롬과 슬픔이 지난 해 이 땅의 백성들에 가해졌는가, 그것이 모자라서 정치라는 이름으로 얼마나 많은 양의 미움과 시기와 비방과 거짓이 쏟아져 나와 이 사회를 뒤덮었는가? 아마도 이 해 첫 두어 달은 베드로 사도가 낱낱이 경고한 사악한 것들이 극도에 달하게 될까 두렵다. 그러므로 그들을 위해 기도하는 우리의 염원은 분명하다 – 경쟁은 하되 악한 행실을 쫓지 말고 “갓난 아기들 같이 순전하고 신령한 것을 사모하라”(2:2)는 것.   

또다시 어려운 한 해를 살아갈 때 호수의 푸른 물을 가르며 유유히 나아가는 백조처럼 관용과 화합의 2022년을 모두 함께 그리기 바란다.  

김명식 장로

• 소망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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