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일찍이 어머님이 하시는 농사일을 돕는 과정에서 김도 매보고 모도 심어보고 여러 가지 유형의 농사일을 비교적 많이 해 보았다. 그 과정에서 씨를 뿌려야 할 때 씨를 적기에 뿌려야 하고, 잡초를 제대로 뽑아주어야 하고, 거름과 비료를 제대로 주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을 실감할 때가 있었다. 곡식의 씨앗을 심어만 놓고 제대로 가꾸고 거름을 주지 않으면 가을에 가서 기대할 만한 소출(所出)을 거두기 어렵다는 농사의 축복의 도(道)도 현실적으로 체감했다.
오늘날 젊은 부부들의 아기 출산율이 점점 줄어들어 사회문제가 되고 있으며, 출산하는 아기도 대부분 한 자녀를 낳는 경향이 많다. 그러다 보니, 출산한 아기를 엄격하게 키우기보다 온상에서 자라게 하는 경향이 많다. 이처럼 젊은 청년들이 아기 낳는 것을 기피한다면 그들의 말기 인생의 모습은 어떨 것이며, 이 나라의 장래의 모습은 어떻게 될까 염려된다.
괴테의 소설『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에는 하프 타는 사람의 노래(Harfenspieler)라는 시가 나온다. 여기에서 그는 “눈물 젖은 빵을 먹어보지 않은 사람은 인생의 진정한 맛을 알지 못한다”라고 하였다. 바울과 테레사 수녀처럼 특별한 사명감을 가진 이들은 결혼을 안할 수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인간들은 자연의 섭리대로 결혼하고 아기를 많이 낳아 잘 기르면 축복이 굴러오기 마련이다. 여러 악조건 속에서도 우리 선조들은 아기를 많이 낳아 잘 기르고 양육하는 것을 자연스러운 의무로 생각했다고 본다. 자녀 양육에는 부모가 희생을 강요당하는 경우가 많지만, 그런 어려움을 기쁨으로 감수하면서 자식농사(子息農事)를 잘 짓는다면, 자신들과 가문에 영광이 될 뿐만 아니라 진정한 애국의 길이 될 것이다.
오늘날 대학을 졸업해도 취업하기가 어렵다고 아우성이다. 누구나 좋은 직장에 취업하고 싶은 것은 인간의 본능적인 모습일 것이다. 그런데 깊이 생각해 보자. 과연 고등교육을 받은 젊은이들이 진정 일할 곳이 없는 것일까? 제조업‧광업‧건축업 등 3D 업종에는 인력이 부족하여 외국인 노동자들이 대부분을 차지해 가고 있다. 농촌에는 인력난이 심각한 상태다.
직업에 귀천의식을 가진다든가 어려운 일을 기피하는 현상은 축복 농사를 가로막는 길이 될 것이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말이 있다. 어려운 일을 기피하지 않고 밑에서부터 하나씩 하나씩 다양한 경험을 쌓아가면서 땀 흘려 일하려고 하는 정신자세를 가지려는 이에게는 축복이 굴러들어오게 될 것이다. 성서에는 “네가 네 손이 수고한 대로 먹을 것이라. 그러면 네가 복(福)되고 형통하리로다”(시 128:2)라고 했다. 무슨 일이든지 어렵지 않은 일은 이 세상에 어디에도 없다. 육체노동이든지 정신노동이든지 힘들지 않은 일은 아무 데도 없다.
세상 사람들은 학력이 높고 명문 집안에서 태어난 이들은 출세하기 쉽고, 축복 농사의 혜택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아브라함 링컨이나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기업가 정주영 씨와 같은 분이 학벌이나 처음부터 돈이 많아서 그런 축복을 받은 인물이 된 것은 결코 아니다. 우리는 자신에게 어떤 역경이 와도 불굴의 의지와 도전정신을 가지고 성실하게 부단히 노력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축복 농사의 주인공’이 될 것이다.
조인형 장로
– 영세교회 원로
– 강원대 명예교수
– 4.18 민주의거기념사업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