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동자가 초롱초롱 빛나고 해맑은 웃음을 머금고 사는 꽃처럼 아름다운 어린아이들을 위한 어린이주일은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자세한 기록은 없으나 교회 근대사에서 1856년 미국의 매사추세츠 주첼시의 제일 유니버설교회 찰스 레나드 목사가 6월 둘째 주를 어린이주일로 정하고 부모들의 사랑과 헌신을 강조하였다.
그리고 1968년 미국 감리교회 한 위원회에서 매년 6월 둘째 주일을 어린이주일로 지킬 것을 건의함으로서 비로소 세상에 널리 알려지게 되었고, 1883년 미국 장로교 총회는 6월 둘째 주일을 ‘어린이주일’로 정하였다.
한국교회는 6월 첫 주일을 꽃주일로 기념했고, 1925년부터 5월 첫 주일을 꽃주일, 그 후 어린이주일로 지켜서 오늘에 이르고 있다.
한편 한국의 어린이날은 1919년 3.1운동을 계기로 어린이들에게 민족정신을 고취하기 위해 1922년에 시작되었다. 어린이 운동의 선구자인 소파 방정환 선생이 일본 도요대학 문학과에 재학 중일 때 일본 유학생 모임인 ‘색동회’를 조직했으며, 귀국해서는 우리나라에 처음 소년운동을 주창했다.
특히 ‘어린이’라는 잡지를 발간하여 “어린이”라는 말을 처음으로 쓰기 시작했으며, 1922년에는 5월 1일을 ‘어린이날’로 제정하여 어린이를 아끼고 사랑해주자는 운동을 일으켰다. 이후 1927년 5월 첫 주일로 변경하였고, 1946년 5월 5일, 1970년 6월 15일 대통령령(5037호)으로 5월 5일을 어린이날로 공포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한국의 교회 각 교파에서는 어린이주일에 교회마다 꽃으로 아름답게 장식하였다. 화모(花母)까지 두고 꽃을 가꾸기도 했고, 6월 둘째 주일로, 한때는 3월로 고쳐 오늘에 이르고 있다.
꽃과 같은 어린이 인격을 존중하고 사랑하자는 운동으로 시작한 어린이주일은 꿈과 내일을 잉태하는 푸른 계절이 어린이들에게 오게 하자는 운동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둘째 주일을 부모께 감사하는 어버이주일로 이어가고 있다.
필자가 80년 전에 공덕리교회(현재 서울특별시 마포구 공덕동 소재) 주일학교 학생이었을 때 꽃주일이 되면 교회에서 나눠준 종지, 작은 사기 그릇에 흙을 담고 꽃을 넣어 교회 앞마당에 가지고 와서 꽃밭을 이루던 일이 생각나고, 힘차게 불렀던 두 곡의 어린이 찬송이 기억난다. 교회학교 교사 70년 동안 많이 가르쳐 주기도 했다.
꽃가지에 내리는 가는 빗소리/ 가만히 기울이고 들어보세요/ 너희들도 이 꽃처럼 마음이 고아라/ 너희들도 이 꽃처럼 마음이 고아라/ 냇가에서 종종종 우는 새 소리/ 가만히 기울이고 들어보세요/ 너희들도 이 물처럼 맘이 맑아라/ 너희들도 이 물처럼 맘이 맑아라(‘꽃가지에 내리는’, 이태선 목사 작사·장수철 선생 작곡)
어린이 주일은 우리들의 날이란다/ 이 하늘 이 땅에 꽃이 가득 찼구나/ 파란 꽃도 피고 노랑 꽃도 피고/ 우리는 꽃이다 향기로운 꽃이란다/ 우리는 꽃이다 하나님의 꽃이다/ 어린이 주일은 우리들의 날이란다/ 꽃향기 퍼지니 나비 춤을 추누나/ 노랑나비 훨훨 하얀 나비 훨훨/ 춤을 추는 꽃이다 하나님의 꽃이란다/ 우리는 꽃이다 하나님의 꽃이다/ 어린이주일은 우리들의 날이란다/ 하나님 품에서 고이고이 자란다/ 여기서도 방긋 저기서도 방긋/ 우리는 꽃이다 자라나는 꽃이란다/ 우리는 꽃이다 하나님의 꽃이다(‘어린이 주일은’ 프랑스 노래)
또한 꽃주일이 되면 어머니들이 해오신 하얀 떡 분홍 떡을 맛있게 먹던 그 시절은 지금도 나의 꿈이며 희망을 키워준 푸른 계절이었다. 어린이주일은 나의 따뜻한 친구이며 오늘 나를 만들어 준 아름다운 추억이었다. 어린이 세상은 나를 지금도 젊게 만든다. 어린이를 품에 안으시고 축복하셨던 예수님은 오늘도 우리를 품어 주신다.
엄문용 장로
<전 대한기독교교육협회 총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