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독교 대학의 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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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대, 한남대, 방송통신대학교의 교육 목표엔 ‘배워서 남주자’는 항목이 있다. 섬김의 지도자(Servant Leadership)를 길러내자는 다짐이다. 이런 다짐은 오래 전부터 기독교 실천 운동으로 있어 왔다. 미국의 Philips Academy는 ‘Not for self’를 교훈으로 삼았고, 본회퍼(Dietrich Bonhoeffer/1906-1945) 목사는 예수님을 가리켜 ‘Man for others’라 정의하고 모든 기독교인들도 ‘작은 예수’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어느 기독교 대학 캠퍼스에서 현수막을 보았다. 성령의 열매(갈 5:22-23) 중 하나인 JOY(희락)를 풀어준 것이다. ‘J(Jesus first) O(Other next) Y(Yourself last)’라고 써 붙였다. 기독교 대학이 일반 대학에 비해 다른 점이 무엇인가? 주 1회씩 채플 예배가 있고 교양과목으로 성경(기독교 입문)과목을 강의하고 기독 동아리 몇 개가 있으며 교직원을 선발할 때 기독교인(세례 교인)으로 제한하는 정도일 것이다. 물론 대학 정관이나 학칙 어딘가에 기독교 정신을 강조하는 문구가 들어있을 것이다. 외형적으로 캠퍼스 곳곳에 성경 구절 액자나 성화 몇 점이 게시되어 있는 곳도 볼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이런 하드웨어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구성원(법인 이사, 교직원, 학생, 동문, 학부모)에게 진실로 기독교 정신(예수님의 정신, 삶의 태도, 소원, 신구약 성경 진리)이 체감되고 있는가가 중요하다. 옛날엔 기독교 대학에서 무감독 시험이라도 있었으나 지금은 거의 보기 어려운 현상이다. 

우선 기독교 대학들이 내걸고 있는 교훈과 설립 정신을 좀더 구체화해서 Mission(사명) – Vision(꿈 넘어 꿈) – Action(실천 덕목) – Communication(소통 확산)으로 체계화시켰으면 좋겠다. 구성원들이 먼저 기독교 대학에 살고 있음을 확인하고 감사하며 선전하고 싶어야 한다. ‘믿는 총장과 일하니 이렇게 좋구나’, ‘믿는 교수님은 역시 다르구나’ 하는 사랑이나 친절이나 돌봄에 대한 고백이 있어야 기독교와 기독교 대학의 상대적 수월성을 말하고 전하고 확산시킬 수 있을 것이다. ‘믿는 사람이 뭐 저래?’, ‘믿는 사람이 더 무서워’, ‘믿으면 뭘 해, 다른 게 있어야지’ 같은 말이 들리면 이미 그 대학이나 부서는 존재 의미를 잃은 것이다. ‘안 믿는 사람만도 못하다’는 소리를 들으면 자기도 안 들어가고 남도 못 들어가게 하는 소위 ‘문지방 테러’를 감행하고 있는 것이다. 진부한 이야기 같지만 기독교 대학의 이사진과 총장을 비롯한 대학 임직원부터 철저히 말씀과 기도에 헌신으로 초대 교회의 신앙원형을 회복해야 할 것이다. 

언젠가부터 원점(創學精神)을 벗어나기 시작해 지금은 허물 벗은 매미 껍질처럼 형해(形骸)만 남은 경우도 적지 않다. 기독교 대학의 증흥을 위해 구체적 제안을 하고 싶다. 

우리 교단과 관련된 7개의 신학 대학과 연세대, 이화여대, 숭실대, 한남대, 계명대, 서울여대 등 기독교 대학의 운영을 지원할 총회 내 기관을 신설해 교회와 대학을 결연시키고 정기적으로 기독교 교육의 실상을 협의하고 신앙교육 프로그램을 공유하며 기독교 대학 교육과 캠퍼스 선교를 실제로 도와주는 재정지원과 장학사업을 실시하면 좋겠다. ‘이사 파송’과 함께 ‘재정 파송’도 해주면 좋겠다. 앞으로 30-50년 후엔 기독교 대학에 학생이 몇 명이나 남겠나? 가만히 생각하면 모골(毛骨)이 송연(悚然)하다. 차세대 교인 양성이 없으면 현재 목회자들이 당대 목회로 끝나고 말 것이다. 한국의 교인(특히 교회 지도자)들이 지금처럼 기독교 대학을 먼 산 보듯 한다면 한국의 기독교 역시 사라질 때가 멀지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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