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이야기] 노년에 가까워진 여고 동창생 <2>

Google+ LinkedIn Katalk +

하지만 다시 찾아온 행복한 시간도 오래가진 않았다. 5년이 지나자 남편이 알츠하이머라는 진단을 받은 것이다. 충격이 너무도 크고 실망도 되었었다. 남편과 함께 소박한 노후를 보내리라 생각하고 고국을 찾아 왔는데 왜? 하필이면 남편이 알츠하이머란 말인가? 처음에는 하나님도 원망스러웠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성경 말씀과 기도로 위로가 되며 자녀들의 정성을 다하는 효도로 인해 힘을 얻으면서 그동안 내 안에 채우고 싶었던 안락함, 즐거움, 누림과 같은 욕심을 버리기로 생각했다. 그리고 주어진 생명이 다할 때까지 오직 소명 잘 감당할 수 있도록 늘 기도하며 노력하려고 마음을 바꾸었다.

나는 남편을 돌보기 시작한 후로부터 동창회 모임에도 나갈 수가 없었다. 그러나 때때로 혼자만의 공간에서 흘러간 시간 속의 옛친구들을 그려본다. 고3 때 전교생의 모자를 사기 위해 대구에 밤 기차로 두 번이나 갔다 오고, 그리고 Y.M.C.A. 수련회 참석차 부산까지 함께 다녀왔던 생년월일이 같은 친구 태순! 강원대 부설 중교 다닐 때의 다정했던 친구들! 영자, 병숙, 금순, 은순, 화배. 춘천에 갈 때마다 남편과 함께 정성으로 대접해 주었던 사랑의 친구 계순! 가끔 춘천제일교회 예배에 참석할 때마다 우리 내외를 정성으로 챙겨주던 친구 원화!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대접해 준 친구 순희! 육사 관사에 살 때 육군사관학교 방문했던 사진 속 젊은 모습의 친구들 열 명! 남편 산수, 나의 희수 책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친구들! 춘여고 모교에서 6.26 참전한 나를 포함한 졸업생 기념비 제막식에 참석했던 친구들! 친구를 위해 시를 쓰고 기념비에 새겨 기증해 준 다정하고 사랑이 많은 친구 계순! 나의 막내딸이 춘천에서 시화전 전시회 때 축하해준 고마운 친구들 영자, 계순, 소자, 희섭, 원화!

특별히 막내딸 처음 개인 전시회에 축하해준 사랑의 친구 효숙, 재정, 경숙! 친구들 소식을 전해주며 항상 보살펴 주는 나의 사촌 언니이고 동창생인 희순 언니! 멀리 나가지 못하는 나를 보러 멀리에서 우리 집 근처 뷔페식당까지 찾아 왔던 친구들! 미국에서 큰딸과 함께 지날 때 원근에서 찾아온 소중한 친구들! 봉래, 영자, 옥인, 태순, 현숙. 그립고 고마운 친구들의 모습들이 마음 깊숙이 숨어 있다.

함명숙 권사

<남가좌교회> 

공유하기

Comments are clos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