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유학 생활 중 이민 목회를 하게 되었는데 30대의 나이에 첫 주례를 맡게 되었습니다. 더군다나 신랑과 신부는 여러 가지 이유로 결혼을 늦게 해, 주례자보다도 나이가 훨씬 많은 분이었습니다. 지금도 잊을 수 없는 것은 “신랑 000군, 신부 000양”이라고 예식서에 써 있는 대로 호칭을 해야 할지 아니면 ‘형제님’ 해야 할지 정말 난감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결혼 서약을 마치고 성혼선포를 하는데 “하나님이 짝지어 주신 것을 사람이 결코 나누지 못할지니라”해야 하는데 “사람이 짝지어 주신 것을 하나님이 결코 나누지 못할지니라”고 선포를 했습니다. 이런 큰 실수를 한 일이 엊그제 같습니다. 첫 주례라, 무슨 말씀을 전해야 할지 고민하다가 인류 최초의 결혼식에서 첫 주례자이신 하나님이 하신 말씀을 나누게 되었습니다.
보통 목회자가 주례를 할 때 가장 많이 이야기하는 내용이 ‘돕는 배필’이란 말입니다. ‘돕는 배필’이라는 말은 히브리어로 ‘에제르 커네게드’(Corresponding Helper)입니다. “여호와 하나님이 이르시되 사람이 혼자 사는 것이 좋지 아니하니 내가 그를 위하여 돕는 배필을 지으리라 하시니라”(창세기 2:18) 여자는 남자의 돕는 배필로 창조되었다는 말씀입니다. 돕는 배필이 영어성경에는 ‘헬퍼(helper)’로 번역되었습니다. 하지만 흔히 생각하듯 보조나 도우미의 의미가 아닙니다. 구약성경에는 하나님을 때때로 ‘에제르’(돕는 이, 헬퍼)라 불렀습니다.(시편 54:4, 118:7) 신약성경에서는 성령님이 보혜사로 묘사되는데 구약의 ‘에제르’에 해당되는 말입니다. 보혜사 성령님이 성도의 도우미가 아니듯, 에제르인 여성은 남성의 도우미가 아닙니다.
성경에서 말하는 돕는 배필은 열등한 조력자를 의미하지 않습니다. 동등한 관계로 서로 마주보는 것처럼 돕는 자를 말하는 것입니다. 모세의 아내 십보라가 그 의미를 잘 보여주었습니다. 그녀는 결코 모세보다 열등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위기의 순간에 지혜를 발휘해 남편을 돕고 살려냈습니다. 마치 성령께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성도를 위해 역사하시듯, 그녀도 비밀스럽지만 가장 적합하게 남편을 도와 사역했습니다. 이 도움은 수동적이지 않으며 구체적이고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것입니다. 그리고 상대방이 잘못된 길로 갈 때 안 된다고 분명히 알려주는 것, 이것이 돕는 배필입니다. 이렇게 서로 동등하게 존중하며 서로를 돕는 이 자세가 디아코니아 정신입니다. 첫 주례자이신 하나님은 이런 의미로 결혼하는 가정에 돕는 배필이 되라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김한호 목사
<춘천동부교회 위임목사•서울장신대 디아코니아 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