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브라함은 자주 ‘모레 상수리나무’ 지역에 갔습니다. 히브리어 ‘모레’는 ‘이른 비’라는 뜻과 ‘선생’이라는 뜻이 있습니다. 언뜻 관련이 없어 보이지만 이 둘은 하나의 어근에서 유래되었습니다. 하나님은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율법의 비를 내려서 메마른 땅을 적셔 주셨고, 율법은 이스라엘을 생명의 길로 이끄는 역할을 했습니다. 아브라함은 어느 뜨거운 한낮에, 장막 문 앞에 앉아 있다가 세 사람이 서 있는 것을 보고 그들에게 음식을 정성껏 준비해 대접하게 됩니다. 이들은 안면이 있던 이들도 아니고, 평소 알고 지내는 이웃도 아닙니다. 그런데 이들에게 100세가 다 된 노인이, 그것도 뜨거운 지방에서, 가장 더운 시간에 “그들을 보자… 곧 달려 나가… 몸을 땅에 굽혀”(창 18장 2절) 그리고 “급히 떡을 만들어”(6절) “기름지고 좋은 송아지를 잡아”(7절) 요리해 대접합니다. 아브라함이 대접한 사람들이 누구입니까? 여호와 하나님과 두 천사였습니다.
아브라함은 곤란한 환경을 탓하지 않고 달려 나가 환대하고 극진히 대접하며 참된 섬김의 모습 보여줍니다. 이 디아코니아를 통해 사라가 아들을 낳을 것이라는 약속의 말씀을 듣게 되었고 말씀대로 아들 이삭을 얻게 되었습니다. 이어 소돔으로 향하는 천사들을 전송하는 아브라함에게 여호와께서는 “내가 하려는 것을 아브라함에게 숨기겠느냐” 하시면서 소돔과 고모라를 심판하실 것을 말씀해 주십니다. 이는 구원받을 기회를 주시는 것입니다. 심판이 임하기 전, 회개하고 돌이킬 수 있는 길을 열어주신 것입니다. 진정한 섬김은 이처럼 생명을 잉태하고 구원의 역사를 이루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천재로 불리던 한 소년이 있었습니다. 그의 인생은 항상 오르막길이었습니다. 주위의 기대대로 하버드대학의 교수가 되었고 그가 집필한 30여 권의 책은 모두 베스트셀러가 되었습니다. 어느 날 이 사람이 폭탄선언을 합니다. “나는 교수직을 포기하고 정박아 시설에 들어가 새로운 인생을 살겠습니다.” 사람들은 그가 가진 재능과 지식으로 후학을 양성하라고 제안합니다. 그러나 그는 “오르막길 인생은 성공과 칭찬에 가려 예수님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제 낮은 곳에서 예수님을 만날 것입니다” 라고 말한 후 매사추세츠 정박아 시설에서 용변 식사 목욕 등의 일을 하며 인생의 말년을 보낸 후 소천했습니다. 이 사람이 바로 ‘상처 입은 치유자’의 저자 헨리 나우웬입니다. 그는 성공과 칭찬의 자리를 포기하고 섬김의 자리에서 자신을 희생했습니다. 그의 삶은 생명을 잉태하고 구원의 길을 열어주었습니다. 우리가 헨리 나우웬과 아브라함처럼 섬기기를 즐겨하되 최선을 다해 조건 없이 섬길 때, 주님이 기뻐하시는 생명을 구원하고 영혼을 살리는 삶이 될 것임을 믿습니다.
김한호 목사
<춘천동부교회 위임목사•서울장신대 디아코니아 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