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여 년 신앙생활 가운데 내가 만난 장경재(1918-2001) 목사님을 나는 존경한다. 1973년도 봄에 강서구(당시 영등포구) 화곡동 조그만 집을 마련하면서 집 근처 화성교회 교인이 되었다. 사랑과 인정이 많은 소탈한 성격에 거짓없는 훌륭한 목회자였다.
화성교회에 등록하자마자 나와 아내를 주일학교 고등부 교사에 임명했다. 장경재 목사님은 사모님과 함께 다니시던 심방을 내가 고등학교에서 퇴근해 올 때를 기다려 나를 데리고 다니며 심방을 하셨다.
주로 노인 성도 심방이 많았다. 나도 권사님들 병문안 가서 많이 기도했다. 장경재 목사님은 일제시대 만주 봉천(현 중국 심양)에 사시면서 신사참배를 거부하고 성수 주일을 지킨 간증을 신앙중심으로 은혜롭게 자주 설교하셨다. 봉천 생활때의 설교는 자주 들어도 은혜로웠다.
광복 후 귀국해 평양에서 주일날 김일성 투표를 반대하다가 겁박을 받아 6·25 전에 자유 찾아 남한에 온 것이다. 만주에서 바른 신학, 바른 교회, 바른 생활 교육이념을 배운 박윤선 목사님(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 설립자)을 고려신학교에서 다시 만나 고려신학교 졸업후 부산 진해, 마산, 밀양 등지에서 목회하시다가 1967년 강서구 화곡본동에 김성실 권사와 함께 화성교회를 개척하셨다.
화성교회는 장경재 목사님 기도대로 지금 잘 부흥되고 있다. 장경재 목사님이 만주 봉천에서 일제 공군부대 군속으로 일하다가 간첩 오인을 받아 어려움을 겪는 중 하나님 은혜로 살아난 간증이 늘 내 마음에 은혜롭다.
어느 주일날 유제신 어머니와 함께 일제 공군부대로 일을 나갈 때였다. 함께 동행한 어머니와 갈림길에서 헤어질 때, “경재야, 오늘도 에미 따라 교회로 안 가고 공군부대로 가려느냐?”고 물으셨다. “네, 어머니. 우리 빨리 돈 벌어 고향 가서 잘 살아요”라고 대답을 남긴 장경재는 공군부대로 갔다. 이탈리아에서 온 비행기를 분해해서 격납고에 넣는 일이었다. 일을 다 마치고 정문을 나오던 장경재는 헌병에게 붙잡혔다. 웃옷 주머니에 버려야 할 암호종이를 그대로 꽂고 나오다 그만 간첩으로 잡힌 것이다. 공군부대 감옥에 갇혔다가 일주일 후에 총살형을 받았다. 장경재는 죽음을 앞두고, “하나님, 저를 살려주세요. 살려주시면 교회 잘 나가겠습니다. 저기 밖에서 노동자가 청소하는 감옥변소 청소를 제가 일생 다 하겠습니다. 살려 주세요 하나님!” 간절히 기도하면서 그날 아침 갈림길에서 헤어질 때의 어머님 말씀이 절절히 생각났다. 그 때 어머니 따라 교회로 갔어야 하는데 후회로 가슴이 아팠다. 하나님은 장경재의 기도를 들어 주셨다. 예전에 공군부대 더러운 공중변소 청소를 혼자서 했는데, 그 일을 귀히 여겼던 공군부대 일본 상이용사 과장이 ‘장경재는 결코 간첩이 아니다’라는 신원보증을 서 주었다.
하나님은 이 일본 과장을 통해 장경재의 간첩혐의가 풀리게 하고 살려 주셨다. 내가 모신 장경재 목사님은 참 훌륭한 목회자였다. 나는 지금도 그 분을 존경하고 있다.
오동춘 장로
<화성교회 원로 문학박사,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