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압 여인 룻이 시어머니 나오미를 따라 베들레헴으로 돌아왔을 때는 보리 추수할 때였다. 룻은 밭에 나가 떨어진 이삭을 주워 시어머니를 봉양했다. 룻이 이삭을 줍던 밭의 주인은 죽은 시아버지 엘리멜렉의 가까운 친족 ‘보아스’였다. 보아스는 룻이 나오미가 모압 지방에서 데리고 온 모압 여인 며느리라는 것을 알게 되자 룻에게 다가가 즉시 “내 딸아!” 하고 부른다. 모압 여인도 이스라엘 사람과 혼인하면 ‘동족’이라는 포용성이 잘 드러난다.
보아스는 룻에게 다른 사람의 밭으로 가지 말고, 자기 밭에서만 떨어진 이삭을 주우라고 하며, 여러 가지 호의를 베풀어준다. ‘이방인’에 대한 차별이 심했던 고대 당시에 보아스의 관대함에 룻은 놀라며 감사를 표한다. “나는 이방 여인이거늘 당신이 어찌하여 내게 은혜를 베푸시며 나를 돌아보시나이까?” (룻 2:10) 이에 보아스는 룻에게 대답한다. “네가 남편이 죽은 후, 모압 땅 고향을 떠나 시어머니와 함께 이역의 땅으로 온 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룻에게 축복의 말을 전한다. “여호와께서 네 행한 일을 보답하시기를 원하며 이스라엘의 하나님 여호와께서 그 날개 아래 보호를 받으러 온 네게 온전한 상 주시기를 원하노라.” (2:12) 보아스는 모압 여인 룻이 고향 땅 모압 지역을 떠나 베들레헴으로 온 것을 ‘여호와 하나님의 날개 아래 보호를 받으러 왔다’고 표현하고 있다. 모압 사람도 여호와 하나님의 날개 아래 보호받는 대상이라는 만민주의적 생각을 잘 보여준다.
한편, 보아스는 작고한 룻의 시아버지 엘리멜렉과 가까운 친족으로 ‘기업 무를 자’가 될 수 있는 사람이었다. ‘기업 무를 자’를 히브리어로 ‘고엘’(go’el)이라고 부른다. 구약시대 ‘고엘’은 세 가지 중요한 역할을 감당했다.
① 가난한 친족이 땅을 팔았을 경우, ‘고엘’은 이를 되사서 가까운 친족 원소유주에게 돌려준다. (레 25:25) 이는 한 가문에 속하는 토지가 다른 가문으로 옮겨가는 것을 막는 역할이다. 즉 ‘고엘’은 토지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일어나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을 했다.
② ‘피의 보복자’ 역할. 어떤 사람이 살해당했을 때 가까운 친족은 ‘피의 보복자’가 되어, 고의로 친족을 죽인 살인자를 복수할 수 있었다. (민 35장)
③ 결혼한 남자가 자녀 없이 죽은 경우, 고인의 친형제(즉, 시형제)는 과부가 된 형제의 아내와 결혼해 후손을 낳아, 죽은 형제의 가계 혈통이 끊어지지 않게 했다. (신 25:5-10) 그런데 고인의 친형제가 없는 경우에는 가까운 친족이 과부가 된 여인과 결혼해 ‘고엘’의 역할을 감당했다.
보아스는 가까운 친족 엘리멜렉의 혈통을 이어주기 위해 ‘고엘’의 역할을 감당하기로 했다. 즉 룻을 아내로 맞아들이기로 한 것이다. 룻이 모압 여인이었으나 그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보아스가 베들레헴의 장로들과 성 안의 많은 사람들 앞에서 모압 여인 룻을 아내로 맞아들일 것을 공표했을 때, 모든 사람들은 크게 기뻐하며 마음껏 축복해준다. “여호와께서 네 집(=보아스의 집)에 들어가는 여인(=룻)으로 이스라엘 집을 세운 라헬, 레아 두 사람과 같게 하시고, 네가 에브랏(=베들레헴)에서 유력하고 베들레헴에서 유명하게 하시기를 원하노라.” (4:11)
박준서 교수
<피터스목사기념사업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