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는 고대 로마인들이 범죄자들을 처형할 때 사용하던 도구였다. 예수 그리스도의 고통과 죽음을 나타내는 상징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십자가에 못 박는 형벌은 아시리아나 페르시아 등에서 백성의 불복종을 방지하고 패배한 적을 조롱하기 위해, 특히 흉악한 범죄자나 포로로 잡힌 적들의 시신을 말뚝에 걸거나 뾰족한 막대기에 몸을 꿰어 도시로 드나드는 통로에 세워 놓았던 데서 유래한 것으로 보인다. 사람을 십자가에 못 박는 것은 고대 세계에서 가장 고통스럽고 치욕적인 형태의 잔인한 형벌이었다. 그러하기에 십자가는 결코 자랑할 만한 것 될 수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사도 바울의 “내게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외에 결코 자랑할 것이 없으니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세상이 나를 대하여 십자가에 못 박히고 내가 또한 세상을 대하여 그러하니라”(갈 6:14) 고백처럼 십자가는 봉덕교회의 자랑거리이다.
매년 9월 첫 주일 창립주일에 십자가 전시회를 한다. 십자가 전시회의 특징은 첫째로 모든 성도들이 작가가 된다. 올해로 12회째 전시회를 준비하고 있다. 물론 보기에 멋지고 화려한 작품은 아니지만 성도들의 참신한 아이디어로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작품들이 만들어진다. 둘째는 죽은 것, 낡은 것, 버려진 것, 옛 것을 예술 작품으로 승화시켜 다시 살려내는 십자가이다. 버려진 자전거의 안장과 핸들이 피카소의 손에 들어가니 황소머리라고 하는 멋진 작품이 탄생했듯이 더 이상 쓸모없다고 버려진 것이 성도들의 손에 들어가면 아름다운 십자가로 변한다. 이는 죄로 인해 죽어야 할 보잘 것 없고 무가치한 존재가 예수님을 만남으로 천하보다도 귀한 존재로 변화되고 구원 받은 것처럼 버려진 병뚜껑, 조개껍질, 옷걸이, 폐건축자재, 주방도구 등이 성도들의 손을 거치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은혜로운 십자가가 된다. 셋째는 눈으로만 보는 십자가 전시회가 아니라 만져보는 십자가 전시회이다. 일반적으로 전시회에 가면 “눈으로만 보세요. 손대지 마세요”라는 안내 표지가 있다. 그러나 봉덕교회 십자가 전시회에는 그러한 표지가 없다. 마음껏 손으로 만져보면서 감상을 하라는 것이다. “망가지면 어떻게 합니까?”라는 질문을 받게 되는데 “망가지면 다시 고치면 되지요. 어차피 버려진 물건으로 만들었는데 다시 수선을 하면 됩니다”라고 대답한다. 주님께서 우리를 고쳐서 주의 일을 하라고 하셨는데 십자가가 망가지면 다시 수리하면 되는 것이다. 넷째는 더불어 나눔을 하는 십자가이다. 여러 교회들은 십자가 전시회를 사순절 기간 또는 고난주간에 전시회를 한다. 본 교회에서는 9월에 전시회를 하기 때문에 필요한 교회를 위해 기꺼이 무료로 빌려주어 십자가 전시회를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올해 이웃 3개 교회에서 빌려가 전시회를 하고 있다. 본 교회에서는 상시적으로 십자가 전시를 하고 있어서 언제든지 십자가를 볼 수 있다.
올해는 십자가를 지고 가는 체험을 위해 성인용, 여성용, 어린이용으로 만들어서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버려진 기계부속, 폐타이어와 같이 버려지고 못 쓰는 물건들을 가지고 예술 작품을 만드는 것을 ‘정크아트’라고 한다. 물론 좋은 재료를 가지고 만든 작품은 아름답다. 하지만 정크아트는 못 쓰는 물건들을 가지고 아름다운 작품을 만든다는 데 의미가 있다. 오늘날 마구 버려지는 쓰레기로 인해 환경위기, 탄소중립이라고 하는 단어들이 지구의 환경위기를 말하고 있다. 그러나 봉덕교회의 십자가는 유명 작가들의 작품이나 ‘정크아트’ 수준의 작품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모든 성도들이 버려지는 물건들로 만들었기에 지구위기 극복과 탄소중립 운동을 실천하는 십자가이기에 봉덕교회의 십자가를 자랑할 수밖에 없다.
강정식 목사
<봉덕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