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공동체 생활을 하면서부터 분쟁이 생기기 시작했다. 분쟁 중에 가장 큰 분쟁의 원인은 소유 문제 때문이었다. 인간들 간에 소유의 격차가 날로 벌어져감에 따라 그것을 개혁하고자 하는 세력과 그것을 고수하고자 하는 기득권 세력 간에 유혈충돌이나 혁명까지 발생하는 경우도 있었다. 예컨대, 로마제국에서의 그라쿠스(Gracchus) 형제의 농지개혁운동이나 프랑스혁명 같은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따라서 이런 문제를 일찍이 실감한 플라톤(Platon)은 『법률론(Laws)』에서 “가장 부유한 시민은 가장 가난한 시민이 소유한 재산, 즉 가옥과 노예를 포함한 토지 할당량의 4배 이상을 소유할 수 없다(Laws, 756b~e)”라고 주장하면서, 본질적으로는 평등사상을 주장했다. 하지만, 이런 플라톤의 평등사상은 하나의 이상에 그치고 인구와 국가들이 증가해 감에 따라 경쟁이 심해지고 소유문제에 따른 분쟁문제는 더욱 격화되어 갔다. 그래서 플라톤의 소유의 평등사상과 맥을 같이하는 이상주의자들이 후대에 많이 나타나게 되었다. 그 대표적인 인물로 영국의 토머스 모어(Thomas More), 이탈리아의 토마소 캄파넬라(Tommaso Campanella)를 들 수가 있다. 이들은 서양 중세 봉건시대에서 근세시대로 이행되는 과정에서 농민들과 영주들 간의 심한 갈등과 분쟁 속에서 『유토피아(Utopia)』와 태양의 도시(Civitas solis)』 같은 작품을 통해서, 소유의 평등사상을 강조하는 공상적 사회주의 사상을 주장하기도 했다.
18세기 계몽주의 시대에 이르러서는 서양 중세 봉건사회의 불합리한 잔재의 청산을 강조하는 계몽주의자들이 등장했다. 그중 대표적인 인물의 하나인 루소는 『불평등기원론』을 통해서 인간은 본래 평등하게 태어났고, 소유도 신분도 평등했다는 자연주의적 평등사상을 강조했다. 이런 사상은 프랑스혁명 때 ‘인간과 시민의 권리선언’을 통해서 극명하게 표명되었다.
하지만 인류가 지향하는 소유의 평등사상은 현실에 기대만큼 실현되기보다는 산업혁명과 제국주의 시대를 거치면서 불평등 사회가 더욱 심화되어 갔다. 이런 과정에서 영국의 로버트 오언(Robert Owen), 프랑스의 샤를 푸리에(Charles Fourier) 등 공상적 사회주의자들이 대두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엥겔스와 마르크스에 의해서 소유의 평등사상을 강조하는 공산당선언(1848)까지 나오게 되었다. 이런 사상은 마침내 세계가 좌익과 우익의 이념으로 갈라져 싸우게 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었고, 제2차세계대전 후 반세기 이상 미‧소 냉전체제를 초래하게 되었다. 지금은 탈이념 시대이다. 그렇지만 중국과 북한은 아직도 공산주의 이념을 고집하고 있다. 모든 사람이 소유를 평등하게 잘 살게 하자는 것은 인류가 지향하고 있는 이상이다. 하지만 현실과 괴리된 이상은 오히려 재앙을 불러오기 마련이다. 이상적 공산주의 사회를 건설한다는 명분하에 지난날 벌어진 프롤레타리아 독재가 인류에게 얼마나 많은 비극을 초래했던가? 열심히 일한 사람이나 그렇지 않은 사람이나 성과와 관계없이 똑같이 소유를 가지도록 하게 하는 것은 그 자체가 모순이고 불평등 사회이다. 모든 것을 획일적 평등의 잣대로 국가가 공짜로 국민들에게 분배해 주려는 데 주력한다면, 그것은 국가가 지향해야 할 바람직한 방향이 아닐 것이다. 국가가 저소득층을 돕고 부의 양극화 해소를 위해 개혁사상을 가지고 평등사회를 이룩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하는 것은 올바른 방향일 것이다. 특히 포퓰리즘(populism)에 입각한 대중영합주의에 빠져서는 안 될 것이다. 따라서 이상적인 국가로 계속 발전해 가기 위해서는 이상(理想)과 현실(現實)을 조화(調和)롭게 인식해 실천하는 지혜가 우리 모두에게 필요할 것이다.
조인형 장로
– 영세교회 원로
– 강원대 명예교수
– 4.18 민주의거기념사업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