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들어 영해가 영토보다 중요한 영역이 되어가고 있다. 섬은 아무리 작더라도 우리 국민이 주거하고 있는 한 영해를 확보하는 보물단지다. 영해는 썰물 때의 섬 해안선으로부터 ‘12해리+EEZ영역’의 바다다. 1해리는 약 1,852m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서해·남해에서 썰물시에 나타나는 백령도·백아도, 남해의 마라도, 동해의 독도 등 원거리 섬의 해안선이 2해리 측정 기선이 된다.
그리스의 섬들은 고유한 문화와 천혜의 자연경관으로 전세계의 여행지로 사랑받고 있고, 일본의 나오시마는 섬 전체가 자연과 미술과 삶이 공존하는 장소이다. 섬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한다. 유감스럽게도 우리 정치는 역사적으로 섬의 중요성에 무지했다. 오늘날 우리나라 섬은 특히 해군 전략기지가 되어 국가 해양 안보의 중심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곳이 되었다.
백령도는 서해5도, 5개 섬들 중에서 최북서단에 위치하여 북한에 근접해 있다. 제일 가까운 한반도 본토는 장산곶이나 약 14km나 떨어져 있다. 해군과 예하 해병대 6여단이 주둔하고 있고 해안가 레이더를 운용하는 제2함대 소속 조기경보전대가 안보수호를 하고 있다. 공군 레이더 부대도 이 섬에 주둔한다. 백령도는 바로 크림반도와 같은 섬이다. 푸틴이 그랬듯이 북한 김정은은 호시탐탐 백령도를 노리고 있다. 지도를 보면 백령도는 북위 37.5도로, 창린도 등 서해 웬만한 북한 섬보다도 북쪽으로 깊숙이 들어가 있다. 북한 턱밑을 겨누는 비수(匕首)다. 황해도 장산곶까지는 13.5km밖에 되지 않는다. 북한 김정은에게 백령도는 하루라도 빨리 치워버리고 싶은 눈엣가시다. 북한 경비정이 중국 어선을 쫓으면서 백령도 인근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했다가 우리 해군 경고사격에 퇴각한 일이 있었다. 백령도는 대만의 금문도와 같은 섬이다. 금문도는 오늘도 중국의 점령 목표 1호다. 대만은 당연히 섬 전체를 미사일로 거대한 방어요새로 만들어 맞서고 있다. 국가 안보에서 섬<島>의 중요성은 막중하다.
서해의 백아도·격렬비열도, 남해의 마라도, 동해의 독도 등 본토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지만 이 섬들이 역시 참으로 귀한 존재다. 격렬비열도는 태안에서 55km이고, 중국 산둥반도까지 268km 떨어져 있다. 2014년 한 중국인이 격렬비열도의 섬 자체를 매입하려 했다가 불발되면서 이 섬의 중요성이 새롭게 부각되었다. 이후 정부는 이 섬에 대해 외국인 거래 제한 조처했다. 해양수산부는 영토 및 영해주권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2015년 7월부터는 20여 년 만에 다시 등대원을 파견, 등대를 직접 운용·관리하고 있다. 중국어선의 불법어업 감시와 인근 해역을 오가는 배들에게 안전 항로의 불빛을 비추어주기 위해서이다.
서남해 섬 중 가장 멀리에 가거도(可居島)가 있다. ‘可居’는 사람이 살만하다는 뜻이다. 육지나 여타 섬사람들이 얼마나 꺼렸으면 이런 이름을 붙였을까 싶다. 이 섬은 태풍만 올라오면 온 섬이 쑥대밭으로 변한다. 그러나 오늘 가거도에는 1978년 시작해 축조된 높이 12m, 길이 490m 방파제가 있다. 완성하는데 태풍 영향으로 30년이 걸렸다. 이토록 어려운 환경의 섬! 그러나 가거도는 서남쪽 맨 끝에서 묵묵히 대한민국 영해와 영공을 넓혀 파수하고 있다. 제주도 모슬포항에서 11km정도, 대한민국 최남단에 위치한 마라도는 남해의 가장 먼 곳에서 그리고 독도는 동해의 맨 먼 곳에서 일본을 상대로 우리의 영해와 영공을 확보해주고 있다.
한반도에 부속된 섬은 4,200여 개다. 대한민국은 그야말로 다도해(多島海) 국가다. 베트남 하롱베이는 3,000여 개의 섬이 집합하여 이루는 풍경으로 세계 관광객을 부르지만 거의 대부분 섬의 크기가 작고 가파른 지형으로 거주할 수 없는 섬들이 대부분이라 풍경에 그칠 뿐이다. 백태만상(百態萬象)의 섬 해역의 산물이 모두 서로 달리 고유하다. 그런데 이들 섬에 대해 우리 헌법(규정)은 ‘부속’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부속(물)?! 어쩐지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 뜻으로 인식된다. 헌법 규정의 ‘부속’ 표현을 달리 바꾸면 싶다.
김정호(1804~1866) 선대께서는 백아도 등 그야말로 낙도(落島)를 다 찾아다니며 「대동여지도」를 작성하고 국토를 관리한 것을 생각하면 김정호 선대님께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근래에 우리나라 섬들이 인구 감소세로 무인도(無人島)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2016년 전국 472개 섬에 86만 3177명이 거주했으나, 2018년에는 465개 섬에 83만 4540명 인구로 감소했다. 섬의 영해주권 수호 측면에서 모든 낙도에 드론택배, 해상 쾌속택시선박 운영 등 사람이 편안히 주거할 수 있는 섬 개발 정책이 요구된다.
김동수 장로
•관세사
•경영학박사
•울산대흥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