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회 유지재단에서 베트남 달랏을 방문하였습니다. 재산권으로 인해 발생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전문 강의도 듣고 잠시 여행하기에도 좋은 도시였습니다. 그곳은 해발 1500미터의 고원도시라 1년 평균 기온이 15~25도로 선선한 지역입니다. 날씨가 좋아서인지 베트남에서는 유명한 관광지라고 합니다. 그런데 그 도시에 들어서며 놀라운 광경을 보게 되었습니다. 도시 입구부터 끝없이 펼져진 엄청난 수의 비닐하우스와 ‘Kim’으로 시작하는 수많은 간판들이었습니다. 따뜻한 나라 베트남에서 그렇게 많은 비닐하우스를 보게 될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인구 45만 명의 이 도시에 ‘파파 김(金)’이라고 하면 모르는 사람이 없다고 합니다. 이분은 김진국 교수입니다.
1992년 12월 22일, 한국과 베트남이 수교를 맺습니다. 가장 큰 관심은 과거사였습니다. 수교하기 전 과거사를 정리해야 했지만 정치인 누구도 책임 있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고 그 상황에서 김진국 교수는 베트남으로 건너갑니다. 베트남으로 가게 된 계기는 1992년 일본에서 열린 난(蘭) 연구세미나에서 베트남 대학의 한 교수로부터 자기 나라에 난이 자라기 좋은 지역을 소개를 받게 되고 난을 연구하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베트남으로 향했습니다. 소개받은 지역이 바로 달랏입니다. 이곳은 동양란과 서양란이 함께 대규모로 자생하기 좋은 곳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연구가 주된 목적이었지만 그곳의 가난한 농민들을 보면서 우리나라가 빚진 것(베트남전)을 조금이라도 갚을 기회가 생겼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는 이 지역에 맞는 농업을 연구합니다. 베트남 사람들의 냉대 속에 힘든 시간도 있었지만 그의 진심을 보고 마음을 열어 준 라이따이한 10여 명과 함께 농사를 시작하였습니다.
1996년 장미, 국화, 안개꽃을 수확합니다. 꽃의 크기나 품질이 좋아서 일반 꽃보다 10배를 더 비싼 가격으로 판매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주민들에게 비닐하우스를 보급하여 소득을 2배로 올리게 했습니다. 2004년도에는 달랏대학교에 한국어학과가 개설되었습니다. 한 사람의 섬김과 헌신을 통해 한 지역이 살아난 것입니다. 성서 속 요셉이 생각이 납니다. 그는 살아온 고향을 떠나 낯선 땅에 가서 살게 되었습니다. 원치 않는 이주였지만 그가 머문 곳은 변화가 일어납니다. 그 땅에서 묵묵히 희생하며 성실한 삶을 살아낸 요셉으로 인해 기근에 처한 애굽과 인근 나라가 살아나고 깨어진 가정이 회복되어집니다. ‘내가 이 땅에 온 것은 누구의 잘못도 아닙니다. 하나님이 나를 통해 백성의 생명을 구원하고자 하신 일입니다. 내가 당신들의 자녀를 기르리이다’ 라고 말한 요셉의 고백 안에 디아코니아의 정신이 담겨있습니다. 여러분이 있는 곳에 섬김이 살아나기를 바랍니다. 여러분을 통해 지역이 살아나기를 바랍니다.
김한호 목사
<춘천동부교회 위임목사•서울장신대 디아코니아 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