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마드톡]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Google+ LinkedIn Katalk +

십자가 사건에서 예수님의 마지막 한마디는 “다 이루었다(It is finished)”였다. ‘다 이루었다’라고 하신 말씀은 무슨 의미인가? ‘끝’을 보셨다는 것이리라. ‘끝났다’라는 말은 우리가 자주 쓰는 말이다. 나도 때때로 절망하거나 너무 지쳐 더 이상 일어날 수 없을 정도로 무기력해지면 ‘이제는 정말 끝’이라는 말을 하곤 했다. 영어 번역에서도 이 본문에 끝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다 이루었다는 말에는 이렇게 ‘끝이 났다’라는 의미도 숨어 있는 듯하다. ‘이제는 정말 끝났다’라고 하신 예수의 말씀이 최후의 한마디라는 것이 의아하다. 실상 십자가 사건은 끝이 아니었으므로 그 말은 인간적인 고뇌를 표현하는 말처럼 들리기도 한다. 

하지만 부활로 예수의 사역은 다시 시작되었다. 부활 사건이 없었다면 과연 기독교는 존재하였을까?

끝이라는 말은 언제나 절망적이다. 그것이 어떤 상황이든 끝이라는 말에는 그런 절망감 같은 것이 묻어있다. 하지만 십자가는 절망의 끝이다. 그러므로 예수의 끝났다는 선언은 절망이 끝나고 부활이 시작됨을 알리는 축제의 선언이다.

제자들은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를 바라보며 모두가 절망하고 또 절망했다. 그들은 모든 것을 잃었고 희망을 접었다. 예루살렘의 회복은커녕 자신들의 짧은 앞날도 알지 못하며 떠나야 했다. 절망하는 제자들을 상상하면서 나는 끝났음을 선언하시는 예수의 그 깊고 오묘한 한마디를 듣는다.

절망이 끝난 것임을 누가 알아차렸을까마는 사실 그 말을 제대로 이해한 이는 아무도 없었다. 절망이 끝난 것이 아니라 희망이 끝난 것이었으니까. ‘끝났다’라는 말에는 절망이 묻어있고 절망하는 이들만이 끝이라는 단어를 사용했음으로 제자들도 그것의 의미를 더 이상 묻지 않았으리라.

그런데 불과 사흘 만에 제자들은 그 ‘끝’의 의미를 알게 되었다. 그것은 절망의 끝이라는 말이었다. 그것은 십자가로 더 이상 절망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부활의 날이 올 것임을 알리는 깊은 뜻이 숨겨져 있었던 것이다. ‘끝이다’라는 말은 우리가 가지고 살아온 모든 고통과 절망이 그 십자가로 끝이 난 것임을 의미한다. 희망을 포기하라는 말이 아니라 희망을 가져야 한다는 역설의 ‘끝’이다. 끝이 났으므로 이제는 희망이며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는 것이다.

그러니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선포하자. 그리고 다시 부활하여 진정한 절망의 끝과 희망의 출발을 선언하자. 그것이 오늘 우리가 사는 길이다. 예수의 부활을 믿는다면 그렇게 살아야 한다.

유해근 목사

<(사)나섬공동체 대표>

공유하기

Comments are clos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