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광장] 포스트 코로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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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병원이나 약국에서는 마스크를 써야 하고 일일 확진자 수가 일만 명 가까이 나오고 있지만 정부는 코로나-19 팬데믹의 종식을 선언했다. 2020년 초부터 시작해 3년이 넘게 지속된 것이 70년 전 6.25 전쟁 기간과 거의 비슷해서 사람들은 두 재난이 가져온 고통의 의미를 비교해보기도 한다. 1953년 휴전 발효때의 해방감과 안도감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은데 이제 치명적 전염병의 불안에서 벗어나면서 그 옛날 전쟁의 포화가 멎었을 때 온 국민이 가졌을 감격을 상상해 보는 것이다. 

좁은 땅에서 벌어진 전쟁에 전선이 밀고 밀리는 3년간 군인과 민간인 수백만이 살상당하고 국토가 초토화되는 비극이 계속되었으니 그 고통과 공포, 절망을 전염병이 가져온 결과와 어찌 견줘볼 수나 있겠는가, 하지만 재난을 오늘의 현실로서 겪고 난 지금의 감회는 결코 가볍지 않다. 코로나-19가 우리나라에서만 십수만 명의 사망자를 냈으니 그 가족들의 애통과 슬픔을 온 나라가 함께 나누어야 했다. 

문화생활과 소비활동이 위축되어 수천 수만 자영업자들이 빚을 지고 가게문을 닫고 학생들은 학교에도 학원에도 가지 못하고 교회는 여러 달 동안 문을 닫았다 열었다 하며 ‘온라인예배’라는 희한한 방식에 의존해야 했다. 이제 비로소 모든 제약이 풀렸지만, 교회만을 떼어놓고 보아도 교인들의 출석상황이 코로나 이전의 수준을 회복하려면 얼마만큼의 시간이 더 가야 하겠고 사회의 다른 분야에서도 완전한 정상화에 이르려면 한참을 더 기다려야 할 것이다. 

3년의 ‘공백기’를 생각하면 억울한 마음이 들지만 이 시점에서 참으로 반가운 모습들이 눈앞에 전개되어 기뻐하며 감사하게 된다. 미디어에서 『보복소비』라는 이상한 용어를 쓰며 전하는 것을 보면 유흥활동이 가파르게 증가하여 국내외 여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는데, 정말로 중심가 식당이나 고궁을 찾는 외국 관광객이 눈에 띄게 많아진 것을 보면 밖으로 나간 우리네 여행자들의 수를 짐작할 만하다. 마스크를 벗은 행인들이나 전철 승객들을 바라보면 모두 무언가 기쁨을 참고 있는 듯한 그런 밝은 얼굴이고 길에서 떠들며 몰려다니는 중고등학생들이 성가시게 느껴지지 않는다. 자 이제 너희들 세상이니 맘껏 놀고 공부해라. 

또다시 한국전쟁 발발 기념일이 다가왔다. 전쟁 자체도 역사상 큰 사변이었지만 그 이후의 70년은 우리 민족의 에너지가 크게 발현된 시간으로 정치적, 경제적으로 동아시아의 작은 반도국가가 세계의 선진대열에 우뚝 서는 기적을 실현했다. 이것을 6.25 전란의 시련이 민족의 잠재력을 촉발시킨 결과라고 보는 의견이 많다. 그러나 단기간의 빠른 변화가 사회에 구조적 불균형과 모순을 가져온 부분도 있다. 코로나 역병 3년이 비록 세계적인 재난이기는 하나 싸워 이겨낸 경험을 장래를 향해 선하게 사용하는 것은 순전히 우리들 몫이다. 

방역과 치료를 위한 정부의 시책에 의료진이 희생적으로 참여하고 일반 국민은 적극적으로 순응하여 비교적 적은 피해로 환란을 극복했다. 그런 와중에 평화로운 정권교체를 거쳤다. 신앙인들은 하나님의 연단과 긍휼을 동시에 깨달으며 기도에 매달렸다. 코로나-19 기간에 감염의 괴롬을 겪은 사람들이나 이를 피할 수 있었던 국민 다같이 이젠 감사의 마음을 안고 눌렸던 에너지를 열정적으로 분출할 때다.  

김명식 장로

• 소망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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