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백성들의 수가 늘어나는 것에 불안을 느낀 바로 왕은 고된 노역을 시켰습니다. 처음에는 벽돌을 만들 재료를 공급해주었는데 이제는 그 재료마저 그들이 직접 구해서 벽돌을 만들도록 하였습니다. 과중한 노동 중에 모세와 아론이 바로 왕을 찾아가서 그들의 요구사항을 말한 후에 이스라엘 백성들의 노동의 무게는 훨씬 더 무거워졌습니다. 재료 공급을 받지 못하게 되자 이스라엘 백성들은 과거처럼 많은 벽돌을 만들지 못했습니다. 그러자 애굽의 감독들이 벽돌의 수효를 과거와 같은 수준으로 채워놓으라고 하며 자기들이 세운 이스라엘의 하급 관리들을 마구 때렸습니다. 애굽 감독들에게 계속해서 매를 맞던 이스라엘의 하급 관리들은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바로 왕을 찾아가서, 애굽의 감독들이 자기들에게 벽돌을 만들 재료도 주지 않고 벽돌을 만들라고 하며 자신들을 학대하고 있으니 고통을 덜어달라고 호소하였습니다.
이스라엘의 하급 관리들의 호소를 들은 바로 왕은 “너희가 게으르다 게으르다 그러므로 너희가 이르기를 우리가 가서 여호와께 제사를 드리자 하는도다. 이제 가서 일하라. 짚은 너희에게 주지 않을지라도 벽돌은 너희가 수량대로 바칠지니라”(출 5:17-18) 라고 대답했습니다. 작업에 필요한 재료도 주지 않으면서 생산량을 채우라는 독촉은 순전히 트집을 잡아 괴롭히려는 악의에서 나온 것이었습니다. 이것은 고된 노역을 시킴으로써 정신이 없게 만들어서 자유를 향한 그들의 염원을 잠재우려는 바로 왕의 악한 통치 방법이었습니다. 바로 왕은 이스라엘 백성들을 노예로 취급하여 착취하고 억압하였습니다.
지금 우리나라는 열악한 작업환경 속에서 목숨을 잃는 노동자들이 줄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점에 노동자 보호법을 제정하고 매년 최저임금을 둘러싼 논쟁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노동자들은 임금·소득 불평등 완화 효과를 강조하고, 기업인들은 고용 감소와 자영·소상공인 피해를 강조합니다. 이와 같은 평행선은 노사 간 서로 다른 위치와 다른 입장을 가지고 있기에 일치점을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성서는 끊임없이 약자의 처지에서 그들을 배려하는 하나님의 명령을 선포하고 있습니다. 또한 노동자들의 정당한 품삯을 보장하도록 부자들에게 명하고 있습니다.(신 24:14-15) 중요한 것은 노동자들의 근로환경을 합당하게 제공하고 땀 흘린 만큼의 노동이 가치를 얻도록 해야 합니다. 그리고 노동에 따른 휴식과 법으로 정한 법정 근로시간을 준수하여 안식과 쉼의 시간을 보장하는 노력도 필요합니다. 나아가 열악한 환경 속에 일하며 노동의 정당한 댓가를 받지 못하는 외국인 노동자들과 사회적 어려움을 겪는 노동자들을 돌아보는 디아코니아, 섬김의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김한호 목사
<춘천동부교회 위임목사•서울장신대 디아코니아 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