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의 미학] 새우깡 한 봉지

Google+ LinkedIn Katalk +

동호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있었다. ‘원 생각이 모자라도 정도가 있지 이 많은 사람들 속에서 어떻게 찾으라구 자리를 떠나!’ 엑스포대회장을 벌써 서너 번도 넘게 이잡듯이 뒤졌다. 큰 발가락에 밀리다 못해 터졌는지 새끼 발가락이 걸음을 멈출 때마다 쑤셔댄다.

동호는 손목시계를 들여다보았다. 벌써 3시가 넘어 25분이 지나가고 있다. ‘아니 요렇게도 앞뒤가 꽉 막힌 놈이 있나 글쎄! 서 있으라면 제자리에 서 있어야지… 이것 참 큰일났네 이 많은 사람들 속에서 어떻게 찾아낸담.’

동호는 짜증을 내며 연거푸 한숨을 내쉬었다. 오전 10시 반부터 찾은 게 오후 3시가 넘었으니 꼭 4시간 반을 넘게 점심도 굶고 다닌 것이다. 혹시나 해서 집에다 장거리전화까지 걸었으나 무얼 하느라고 애 하나 제대로 챙기지를 못했느냐고 아내에게 호통만 들었다. 관람객들도 마찬가지였다. 도대체 몇 살 난 애를 잃어 버렸길래 그렇게 찾아다니느냐고 묻는 말에 금년에 고등학교를 졸업한 남자아이라고 대답했더니 사람마다 기가 막히다는 듯이 웃는다.

“아니 그런 큰 아이를 왜 찾아 다녀요? 어련히 알아서 시간이 되면 찾아올게 아닙니까.”

“장소를 정해놓고 좀 알아보고 올 테니 꼼짝말고 기다리고 있으라고 말했거든요.”

더 큰소리로 웃는다. 그리고는 모두가 더는 묻지를 않았다. 아이보다 아버지라는 동호쪽이 좀 무엇인가 모자라는 게 아닌가 하는 눈치였다. 생각을 해보니 아닌 게 아니라 고등학교를 졸업했다면 옛날에는 벌써 장가를 가서 첫애를 보았을 나이인 것이다. 그런 총각을 잃어버렸다고 발이 부르트도록 찾아 헤매고 있으니 이상한 눈초리로 보는 것도 무리는 아닌 것이다. 어찌됐건 이제는 기다리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것은 어떤 일이 있어도 과학관만은 보아야 한다고 다짐하는 말을 했었기 때문이다. 틀림없이 엄청나게 많이 늘어선 입장객 맨 마지막사람에게 차례를 부탁해 놓고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그 시간을 다른 관람장에 가서 구경을 하겠다는 심산이었을 것이라는 추측이 점점 짙어만 갔다.

그러나 일이란 원리 원칙대로 정해진 절차를 따라서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시간과 환경과 그리고 여기에 마음까지 얽혀서 행동이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생각이 들자 다시금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만에 하나 불량배들에게 납치돼서 협박을 받고 있는 것을 모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아니지 그럴리는 없지 철통같은 경비조치가 다 되어 있는데 그럴 수야 없지…’

하지만 문제는 언제나 아닐 것이라는 방심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동호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발바닥이 화끈거려 마치 감전이라도 된 것처럼 아픔이 깜짝깜짝 온몸으로 쭉 뻗쳤다. 동호는 참아오던 화를 터트렸다.

“약속을 했으면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야지 아버지가 이렇게 애타게 찾아 돌아다니고 있는데 어디서 뭘 하고 있단 말이야 도대체! 괘씸한 놈 같으니라구.”

주위 사람들이 중얼대는 소리에 미친 사람이나 아닌가 하는 눈으로 비켜서며 지켜 보았다.

바로 이때였다. “아버지, 아버지 여기에요. 여기요 아버지 승규에요!”

이 목소리에 동호는 움칠하며 놀랐다. “어? 어디야 어디.” 외치며 둘러보는 시선에 승규의 모습이 띄었다.

원익환 장로

<남가좌교회 은퇴>

공유하기

Comments are clos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