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기러기의 세가지 덕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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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러기는 다른 짐승들처럼 한 마리의 보스가 지배하고 그것에 의존하는 그런 사유가 아니랍니다. 

먹이와 따뜻한 땅을 찾아 4만 킬로미터를 날아가는 기러기의 슬픈 이야기가 사람들의 눈물을 자극합니다. 기러기는 리더를 중심으로 V자 대형(隊形)을 유지하되 삶의 터전을 찾아 머나먼 여행을 시작합니다. 가장 앞에서 날아가는 리더의 날개짓은 기류(氣流)의 양력을 만들어 주기에 엄청난 에너지가 소모됩니다. 대장 기러기는 뒤에 따라오는 동료 기러기들이 혼자 날 때보다 70% 정도의 힘만 쓰면 날 수 있도록 맨 앞에서 온몸으로 바람과 마주하며 용을 써야 합니다.

그리고 이들은 먼 길을 날아가는 동안 끊임없이 울음소리를 냅니다. 우리가 들은 그 울음소리는 실제 우는 소리가 아니라 앞에서 거센 바람을 가르며 힘겹게 날아가는 리더에게 보내는 응원의 소리입니다. 

기러기는 부산에서 서울 간을 왕복 40번에 해당하는 머나먼 길을 옆에서 함께 날갯짓을 하는 동료와 서로 의지하며 날아갑니다. 

만약 어느 기러기가 총에 맞거나 아프거나 지쳐서 대열에서 이탈하게 되면 다른 동료 기러기 두 마리도 함께 대열에서 이탈해 지친 동료가 원기를 회복해서 다시 날 수 있을 때까지 또는 죽음으로 생을 마감할 때까지 동료의 마지막을 함께 지키다 무리로 다시 돌아옵니다.

톰 워삼(Tom Worchan)이 쓴 기러기의 일부입니다. 

어쩌면 미물인 새가 그럴 수 있단 말인가요? 만약 제일 앞에서 나는 기러기가 지치고 힘들어지면 그 뒤의 기러기가 제일 앞으로 나와 리더와 역할을 바꾼다고 합니다. 이렇게 기러기 무리는 서로 순서를 바꾸어 리더의 역할을 하며 길을 찾아 날아간답니다. 이렇게 서로 돕는 슬기로움과 독특한 비행기술이 없다면 기러기떼는 매일 수백 킬로미터를 날면서 헤매다 수천 킬로미터를 이동하는 그 비행에 성공하지 못할 것입니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라 하지만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속담의 의미를 깨우쳐줍니다. 결혼식 폐백 시에 기러기 모형을 놓고 예(禮)를 올리는 것은 기러기가 가지고 있는 세가지 덕목을 사람이 본받자는 뜻이라고 합니다. 

(禮) 1. 기러기는 사랑의 약속을 영원히 지킵니다. 보통 수명이 150~200년인데 짝이 없으면 결코 다른 짝을 찾지 않고 홀로 지낸다고 합니다.

2. 상하의 질서를 지키고 날아갈 때도 행열을 맞추며 앞서가는 놈이 울면 뒤따라가는 놈도 화답을 하여 예를 지킨다고 합니다.

3. 기러기는 왔다는 흔적을 분명히 남기는 속성이 있다고 합니다. 인간이 추구하는 삶은 어떤 삶이어야 한다고 규정 짓기는 어렵지만 우리는 적어도 누군가에게 의미(意味)되는 삶을 사는 것이 바람직 하겠습니다. 

각자가 할 수 있는 아주 사소한 삶이라도 그것이 나 뿐만 아니라 누구에겐가 도움이 되는 삶,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삶, 행복에 가치를 둘수만 있다면 지금보다 인류는 훨씬 행복하게 살게 될 것입니다. 아픈 사람에게는 치유의 존재가 되어야 하고 지혜가 부족한 사람에게는 지혜를 나누어 주며 인정이 메마른 곳에는 사랑의 감동을 나눌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그것이 버거울 때는 함께 비를 맞는 것도 큰 위로가 될 듯합니다. 오늘도 서로 사랑하며 배려하는 마음으로 큰 보람을 느끼시는 하루가 되시길 바랍니다. 

은곡 최석산 장로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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