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광장] 성경 요절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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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요 보이지 않는 것들의 증거니”

이 말씀이 요즘 자주 떠오른다. 8월 중순 신약성경 『통독』에 참석해서 (화-수-목 3일간 오전 10시-오후 4시) 지도목사님 계획에 따라 선별적으로 낭독했는데 그때 히브리서11장 이 요절이 강하게 기억됐었던가 보다. 뜻을 알 듯 모를 듯한 채로 한마디씩 꼭꼭 씹어 외워본다. 

믿음으로 보면 바라는 것들이 다 현실이 되고 믿음은 그 무엇보다도 강력한 실존의 증거가 된다? 즉 믿음으로 모든 것을 이룬다는 뜻이라고 스스로 어려운 요절을 해석하면서 말씀이 참 맛이 있구나 느낀다. 

글을 시작하면서 인터넷으로 성경 요절 모음들을 찾아보았다. 어느 교회에서 60구절 모은 것이 있고 다른 데서 100구절을 뽑은 것이 있고 더 방대한 편집도 있다. 

어려서부터 믿어 성경과 함께 살아온 사람이면 이 요절들을 거의 다 암송할 수 있겠다 싶어 부러운 마음이면서 장성해 머리가 굳어져서 교회에 다니기 시작한 탓으로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것이 많이 아쉬울 뿐이다. 그래서 매년 여름 휴가기간에 실시하는 신구약 성경통독에 가급적 참가해 보지만 요절 암송에는 아무 도움이 안된다. 오히려 해가 갈수록 성구들이 기억에서 빠져나가는 것만 같고 방송선교에 앞장서신 목사님들 입에서 요절들이 술술 풀려나오는 것을 보면 신비롭기까지 하다. 

여름성경학교 교사로 나서서 아이들과 수양관에서 2-3일씩 지내며 식사때마다 그룹으로 요절 암송을 하고서야 식당에 들어가게 하곤 했다. “그런즉 누구든지 그리스도 안에 있으면 새로운 피조물이라 이전 것은 지나갔으니 보라 새것이 되었도다. 고린도후서 5장17절 말씀!” 노래 부르듯 외치고 우르르 밥을 타러 들어가는 아이들에게 성경말씀은 정말로 영의 양식이면서 육의 양식도 되는 것이다. 

지난 3년 동안 코로나19로 여름성경학교를 하지 못하다가 올여름 다시 시작했다. 

아이들이 수양관에 몰려가 다니엘과 요셉의 이야기로 연극도 해보고 요절 말씀들에 푹 빠져 있다가 돌아오는 것을 상상만 해도 즐거워진다. 이제 직접 교사 노릇도 못하니 성경통독 자리에 앉아있는데 전통적으로 여전도회 주관이라 남자교인의 참여가 드물다.

신약에서 서신서들 가운데 독특한 스타일로 쓰여진 히브리서가 중후한 요절들을 많이 담고 있음을 새삼스러이 알게 된다. “하나님의 말씀은 살아 있고 활력이 있어 좌우에 날 선 어떤 검보다도 예리하여 혼과 영과 및 관절과 골수를 찔러 쪼개기까지 하며 또 마음의 생각과 뜻을 판단하나니”(4:12). 이렇게 무서운 채찍질을 하는가 하면 “그가 시험을 받아 고난을 당하셨은즉 시험받는 자들을 능히 도우시느니라”(2:18)고 위로의 말씀도 들려주신다. 하지만 성경 66권 가운데 길든 짧든 어느 책이라도 골라 펴 들면 사도들의 편지는 나에게 교리적 당위론으로 다가오고 역사서는 오늘 내 존재의 의미를 풀어준다. 

성경 요절들은 주일학교 학생들이나 성인 교인들이나 거듭거듭 읽고 외우고 함으로써 말씀 속의 진리를 깨닫게 한다.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요 보이지 않는 것들의 증거니— 저자불명인 히브리서 가운데 이 말씀이 특히 어려운 것은 ‘믿음이란 무엇인가’ 때문인데 고맙게도 요절을 되풀이 읊다 보니 그 뜻이 안개가 걷히듯 가슴으로 찾아 들어온다. 이것이 성경 요절의 힘인가보다.

김명식 장로

• 소망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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