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방출하기로 하면서 그 유해성(有害性) 여부에 대한 시시비비(是是非非)가 분분하다.
지난(2023) 6월 기준 후쿠시마 원전 부지 탱크 내에 저장된 총 138t의 오염수는 실제로는 정화시설의 핵심인 다핵종제거설비(ALPS)와 삼중수소 희석설비 등의 정화(淨化)장치를 거친 ‘처리오염수’ 이다. ALPS는 유엔이 규정한 바에 따른 오염수의 방사선량과 유량, 처리수 희석용 바닷물의 유입량처리를 하는 장비이다.
그러므로 후쿠시마 처리오염수(이하 ‘오염수’라 함)는 유엔이 규정한 바에 따라 처리했기에 방류해도 해양 환경에는 거의 영향이 없다는 것이 과학적인 판단이다. 이에는 오염수에 대한 해류정화력(海流淨化力)도 이해해야 한다. 태평양 해류순환은 사실상 오염수 정화역할을 한다. 더욱이 후쿠시마 오염수 해류는 미 캘리포니아 해안으로 밀어내는 강한 ‘구로시오’ 해류에 따라 흘러가기 때문에 만약 오염 피해가 발생한다 하더라도 캘리포니아 등 북미대륙 서해 연안 지역에서 먼저 나타날 것이다. 요컨대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방출의 경우 현재 한반도 근해로 직접 영향을 미치는 해류는 없다.
그런데 정작 캐나다와 미국은 조용하다. 우리 한국에서만 시시비비가 들끓고 있다. 이 문제를 정쟁화(政爭化)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런 무의미한 오염수 정쟁에 전문가 집단의 공개토론장을 마련해 국민들의 합리적인 사리 판단에 도움이 되도록 과학적인 분석결과와 해류흐름을 알려야 할 것이다.
프랑스 파리 사람들의 단골 휴가지 노르망디의 ‘라아그’ 해변에 핵연료 재처리장이 있다. 원자로에서 나온 핵연료봉에서 플루토늄과 우라늄을 추출해내고 나머지 오염물은 바다에 폐기처리한다. 중국은 매년 한국 서해 바다에 ‘라아그’ 연안에 흘리는 양의 5배를 흘려버린다. 후쿠시마의 그것과 비교하면 10.6배다. 중국은 서해에 맞닿은 중국 다롄(大连) 원전에서 90조, 상하이 인근 친산(秦山) 원전에서 143조 등 매년 도합 233조 베크렐의 오염수를 우리 서해 바다에 방류하고 있다.
러시아는 1993년부터 핵폐기 오염수를 동해(東海)에 투기했는데 우리나라 해역 약 50곳의 방사능 과학적 측정치는 지금까지 큰 변화가 없다.
이상에서 든 예는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을 우려할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사실(事實)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지리적으로 한국은 일본의 서쪽에 있다. 태평양 해류에 따라 방류된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는 일본 동쪽에 있는 후쿠시마 해안에서 태평양 북쪽으로 가는 ‘구로시오’ 해류를 따라 캐나다와 미국서부 해안쪽으로 흘러가면서 사실상 북태평양을 크게 한 바퀴 돈 뒤에 한반도 쪽으로 돌아온다. 실제로 지난 2월 한국원자력연구원과 해양과학기술원의 삼중수소 확산 시뮬레이션 결과, 방류된 오염수는 2년 후에 일부가 한국 해역으로 유입되었다. 그리고 유해성 삼중수소는 100만분의 1 수준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했다. 구로시오 해류는 4~5년 후부터 한반도 인근 해역에 본격 유입되는데 삼중수소의 영향은 거의 미미할 것이라는 계산이다. 사실상 검출이 어려운 수준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2021년 4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를 결정한 일본을 국제해양법재판소에 제소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라”고 지시했었지만, 검토 단계에서 접었다. 오히려 일본에 확실한 방류 명분만 준다는 우려 때문으로 알려졌다.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는 최근 주최한 토론회에서 후쿠시마 ‘오염수’를 ‘오염처리수’로 고쳐 불렀다. 방류 기준에 부합한다는 뜻이지만 그렇다고 이 조처를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의 사회적인 우려를 덮어버린다고 여기면 오해라는 지적이 있다.
인류사 어느 시대에나 괴담과 유언비어는 항상 존재하기 때문이다. 1900여 년에 반유태주의를 조장하기 위해 만들어진 위서 ‘시온 의정서’ 와 이를 이용해 유대인 혐오를 부추긴 히틀러 정치, 백여 년 전 수많은 조선인을 학살한 간토대지진의 유언비어 등이 그 예다.
우리 사회에서도 어떤 문제만 생기면 괴담 선동 세력이 무조건 투쟁하자며 기승을 부리는데 정부는 이번 후쿠시마 오염수 시비는 면밀한 과학적 조사와 해류흐름을 홍보하여 국민의 사회적 판단에 도움이 되도록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김동수 장로
•관세사
•경영학박사
•울산대흥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