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로들의 생활신앙] 추석 때 나누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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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도 덜도 말고 8월 한가위만 같아라’는 말이 추석(한가위)의 가치를 말해 준다. 기후가 덥지도, 춥지도 않은 가을이요, 오곡백과가 무르익어 추수하는 결실의 철, 하늘은 높고 말도 살이 찌는(天高馬肥) 계절, 하나님께 한 해의 추수를 감사하는 계절, 물질도 풍요하고, 정신도 너그러워지는 한 철, 이런 후덕하고 넉넉한 절기에 시(詩) 한두 편이 없을 수 있으랴! ①“열방에 흩어진 한 민족 700만의 디아스포라, 아직은 어둠의 땅 2천500만의 북녘 동포, 종자(seed)민족으로 이 땅에 남겨놓은 5천만 남녘 동포가 살고 있는 이 땅 위에, 한가위 보름달아 불을 품고 더 높이 더 오랫동안 솟아올라라/ 그때, 우리 헐벗었어도 춥지 않았다. 우리 굶고서도 배고프지 않았다. 형과 언니들이 입다가 작아진 옷, 물려 입고도 즐거웠다. 가난은 오히려 따뜻함이었고, 콩 한 알이라도 있으면 서로 나눠 먹었던 이웃사촌들이었다. 가난은 오히려 행복이었다./ 태풍이 할퀴어가고, 폭우가 휩쓸어 갔어도, 오곡백과 풍성한 열매의 땅, 많이 거둔 자도 나눔으로 남지 않고, 적게 거둔 자도 자족(小欲自足)으로 모자람이 없었다./ 축복의 땅 한반도. 이미 먼저 와있는 은총의 삼천리 금수강산, 그러나 아직 가장 좋은 것은 오지 않았다./ 봄은 ‘보라고’ 모든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생명들, 여름은 ‘열라고’ 열매를 주인에게 주고, 떠나는 것은 떠나도록 보내고, 땅은 갈아엎어 새 생명의 씨밭이 되네/ 겨울은 ‘겨우 살라고’ 화려함도 모두 벗어버리고 오직 생존을 위해 얼어붙음에 맞서네/ 우리의 왕은 사계절 찬란한 이 땅에 아름다운 모국어로 이렇게 묵시의 마음을 주셨다./ 아침부터 불던 소슬바람, 태풍으로 한반도를 불어 올렸는데 쌀밥(이밥)이 무엇인지도 잊어버린 배고픈 북쪽의 동포들 한가위 명절날 통일 송편 빚고, 통일 쌀밥 상차리라고 바닷길로, 땅길로 사랑이 되고, 나눔이 되어 살 길 만드는 사람들/ 올해는 직장을 내 집처럼, 직원들을 내 가족처럼, 노사가 함께 앉아 화합의 송편 빚고 여당 야당이 서로 협력하고, 동서와 호남과 영남이 서로 화합의 떡메를 치자./ 8,000만 우리 동포 손에 손잡고 밤이 새도록, 목이 쇠도록 강강수월래, 강강수월래, 통일수월래, 통일수월래 춤추고 외치자/ 부디 한가위 보름달아 불을 품고 높이 솟아 지지말고, 더 높이 솟아오르라”(고훈 목사/한가위 달아 불 품고 솟아올라라). ②“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저 안에 천둥 몇 개, 저 안에 벼락 몇 개// 저게 저 혼자 둥글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무서리 내리는 몇 밤, 저 안에 땡볕 두어 달, 저 안에 초승달 몇 날이 들어서서/ 둥글게 만드는 것 일게다.// 대추야, 너는 세상과 통하였구나”(장석주/대추 한 알). ③“늘 푸르다는 것 하나로/ 내게서 대쪽같은 선비의 풍모를 읽고 가지만/ 내 몸 가득 칸칸이 들어찬 어둠 속에/ 터질 듯한 공허와 회의를 아는가/ 고백컨대/ 나는 참새 한 마리의 무게로도 휘청댄다// 흰 눈 속에서도 하늘찌르는 기개를 운운하지만/ 바람이라도 거세게 불라치면/ 허리뼈가 뽀개지도록 휜다 흔들린다// 제때에 이냥 베어져서/ 난세의 죽창이 되어 피 흘리거나/ 태평성대 향기로운 대피리가 되는/ 정수리 깨지고 서늘하게 울려퍼지는 장군죽비/ 하다못해 세상의 종아리를 후려치는 회초리의 꿈마저/ 꿈마저 꾸지 않는 것은 아니나/ 흉흉하게 들려오는 세상의 바람소리에/ 어둠 속에서 먼저 떨었던 것이다// 아아 고백하건대/ 그놈의 꿈들 때문에 서글픈 나는/ 생의 맨 끄트머리에나 있다고 하는 그 꽃을 위하여/ 시들지도 못하고 휘청, 흔들리며 떨며 다만/ 하늘 우러러 견디고 서 있는 것이다.”(복효근/ 어느 대나무의 고백). 사군자는 매(梅), 난(蘭), 국(菊), 죽(竹)으로 여러 시인에게 시제(詩題)가 되어 왔다. 늘 푸른 대나무에게도 이렇게 남모를 고민이 있다는 걸 시인의 귓뜸으로 알게 됐다. 그러나 추석 명절은 최고의 절기이다.

김형태 박사

<한남대 14-15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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