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다니던 고등학교에는 야구부가 있어 종종 동대문야구장으로 응원을 갔다. 우리는 모두 신나게 응원을 했고 끝까지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경기에서 질 것 같은 상황에서도 언제나 야구는 9회말 투아웃부터라며 마지막까지 흐트러짐 없이 응원을 했다. 그리고 정말 9회말 만루홈런으로 역전하는 일도 있었다. 그래서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라는 말을 나는 믿게 되었고 후에 신학을 공부하고 목사가 된 후에 이 말의 의미가 매우 신학적이며 신앙적인 것임을 알게 되었다.
예수를 믿는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 예수의 십자가 사건과 죽음 그리고 부활! 온통 성서는 마지막까지 예측불허의 역전과 반전의 이야기로 가득하다. 악이 잠시 이기는 것처럼 보이지만 언제나 마지막에는 선이 이기고 역전한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다. 나는 그것을 성서에서 배웠고 예수에게서 확인했다. 그래서 우리는 언제나 진리와 정의의 편에서 살아야 한다는 것과 하나님은 공의의 하나님이시라는 것을 믿고 산다. 그러나 우리는 모든 것이 다 끝난 것처럼 생각하고 행동할 때가 많다. 작은 실패에도 절망하고 낙심하며 다 끝난 것처럼 말한다.
나는 몽골학교를 만들면서 그런 경험을 많이 했다. 정식 외국인학교로 인가를 받는 과정과 지금의 위치에 몽골학교를 건축하는 과정 중에 장애물이 무척 많았다. 지금에 이르는 동안 늪지대와 척박한 광야의 길을 걸었다. 우리나라 최고의 로펌과 행정소송도 해 보았고 공무원들과 싸워도 보았다. 내부의 적들은 나를 더 힘들고 괴롭게 했다. 이제 그만 두자고, 이런 학교는 안된다고 절망하는 소리를 들으며 나는 정말 괴로워 울기도 했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았고 결국 오늘 몽골학교가 존재하고 있다. 나섬의 모든 사역이 그랬고 내 삶이 또한 그러했다.
한국교회와 우리 교단 그리고 신학교를 바라보며, 주변의 흔들리며 포기하고 싶은 이들에게 말하고 싶다. 아직 끝난 것이 아니라고 말이다. 하나님이 종지부를 찍으시기 전까지 모든 일은 진행형이다.
우리는 당장의 하나님의 계획을 모른다. 다만 그분의 생각과 마음이 어떤 것인지는 안다. 성서가 그것을 증언하고 역사가 이미 가르쳐 주었다. 무엇이 옳은 것인지 정의와 진리가 무엇인지는 안다. 그것을 안다면 남은 것은 용기다. 용기 있는 자는 정의와 진리를 따를 것이고 비겁한 자들은 반대편에 설 것이다.
끝날 때까지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 어쩌면 우리 모두가 죽어도 끝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끝났다고 좋아하던 이들은 비극의 주인공이 될 것이다. 하나님은 그날을 기다리고 계신지도 모른다. 우리를 부끄럽게 하시고 역사의 교훈을 후손들에게 가르쳐 주시려고 말이다. 욕심이 잉태한 즉 죄를 낳고 죄가 장성한 즉 사망을 낳는다는 말씀이 이루어지게 하시려고 말이다. 돈과 권력으로 비겁한 이들의 환심은 살 수 있을지 모르나 하나님의 마음까지 살 수는 없다. 그래서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
유해근 목사
<(사)나섬공동체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