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희 선교사] 하나님이 고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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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름지기 선교사는 자기를 신뢰하지 말아야 한다. 하나님과의 깊은 교제 속에서 기도하고 말씀 보는 영성 훈련 가운데 하나님을 생각할 때마다 기쁘고 즐거워야 한다. 그러다보면 세상적인 것을 멀리하게 되고 점점 자기 신뢰가 사라질 것이다. 이것이 참으로 중요하다. 이러한 자기 부인(否認)이 예수를 믿은 후 단숨에 이루어진다면 얼마나 좋으랴. 말은 쉬울지 몰라도 실제로는 쉬운 일이 아니다. 적어도 내 경우에는 그랬다.

젊은 시절 나는 불뚝불뚝하는 성질이 있었다. 그러나 선교하려니 온유해져야 했다. 나는 선교 현장에서 이리저리 부딪히고 다듬어지면서, 하나님을 점점 더 의지하고 헌신하는 모습으로 변화되어 왔다. 하지만 여전히 온전치 않아서 지금도 내 기도제목은 ‘전적인 헌신’이다. 지금 이 모습으로, 선교사로서 살아온 지난 30년으로도 충분하지 않다.

솔직히 말하면 선교사로 헌신한 초기에는 내 의지를 전부 하나님께 드리지 못했다. 말로는 하나님이 없으면 못 산다고 했지만 하나님과 나 사이에 실제적으로 더 친밀한 교제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몰랐다. 그럼에도 선교 현장에서 불가항력적인 상황에 처했을 때, 나의 무력함을 인정하고 기도할 때, 하나님께서는 역사를 보여주셨다. 그런 체험이 쌓이면서 내 계획과 능력을 신뢰하던 것이 아무것도 아님을 고백하게 되었다. 하나님을 의지해야겠다고 의식적으로 결심했다기보다 이런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하나님을 신뢰하게 되었다.

앞서 말했듯이 선교는 정녕 성령의 사역이다. 예수님의 영(靈)이신 성령님이 나를 통해 이루시는 역사다. 하나님은 전능하신 분이다. 전지(全知)하시고 영원하시고 거룩하시다. 그런데 사람이 아는 지식이라는 것이 도대체 무엇인가? 의사가 알면 얼마나 아는가? 아직도 의사가 고치지 못하는 병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물론 의사들 사이에 실력 차이는 분명히 있다. 그러나 우주를 만드시고, 사람을 지으신 하나님의 관점으로 보면 정말 형편없는 수준이다.

나는 복음서 내용 가운데 예수님이 배를 타고 가시다가 풍랑이 이는데도 세상 모르고 주무셨다는 대목이 참 재미있다. 폭풍에 익숙한 어부인 제자들은 두려워하는 반면 목수 출신인 예수님은 태평하시다. 겁에 질린 제자들이 예수님을 깨우자 예수님은 파도를 명하여 잠잠하게 하시고 제자들의 믿음 없음을 한탄하셨다.

“내가 여기 있는데 너희들이 이까짓 것을 겁내느냐?”

예수께서 깨어 바람을 꾸짖으시며 바다더러 이르시되 잠잠하라 고요하라 하시니 바람이 그치고 아주 잔잔하여지더라 이에 제자들에게 이르시되 어찌하여 이렇게 무서워하느냐 너희가 어찌 믿음이 없느냐 하시니(막 4:39, 40)

나는 종종 선교 훈련원 같은 곳에서 강의를 할 때 학생들에게 질문한다. “여러분의 삶에서 하나님은 우선순위로 따지자면 몇 번째입니까?” 선교사 지망생들이라 그런지 대답이 분명하다. “1순위입니다!” “맞는 말이지만 한편으로 생각하면 완전히 틀린 말이지요.”

몇몇이 의아한 표정을 짓는다. 나는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하나님은 우리가 생각하는 우선순위에 들어가실 수 없습니다. 사람 입장에서 생각하면 첫 번째가 밎습니다만, 사실 따지고 보면 하나님은 우주를 통괄하는 분이 아닙니까? 모든 것 위의 모든 것인데, 어떻게 우선순위에 놓겠습니까? 하나님은 우리가 생각하는 우선순위에 묶어둘 수 없습니다. 하나님은 우리가 상상하는 그 어떤 것보다 훨씬 중요하고 높으십니다.”

특히 의료 선교 분야에서는 의사의 헌신과 능력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하나님의 전적인 통치하심과 주(主) 되심을 온전히 인정해야 한다. 의사로서 아무리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선교하려 간다 한들 하나님이 그와 함께하지 않으시면 소용이 없다. 선교 현장에서는 의사의 지식과 경험을 뛰어넘는 일이 얼마든지 생길 수 있다. 고도의 의술을 교육받았어도 오지에서 첨단 기술을 적용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설비도 예산도 없다. 기초적인 응급치료, 공중 보건, 모자(母子) 위생, 급식, 결핵과 한센병 같은 영역에서 도움이 많이 필요하다. 외과 의사나 정형외과 의사는 병원 단위로 가야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 최전선에서 일하기에는 내과나 가정의학과 전공이 가장 좋다고 본다. 선진국에서는 거의 없는 영양실조, 호흡기와 소화기 질환이 만연하다. 물론 현장에서는 산부인과를 비롯해 모든 과목을 다 봐야 한다. 그렇기에 핵심은 기술이 아니라 의지이고, 자존심이 아니라 환자를 위하는 마음이다. 그것만 있으면 장애는 극복된다. 의료 선교사들끼리 이런 고백을 한다.

“우리가 의사로서 정확히 진찰하고 수술도 잘할 수 있다. 그러나 수술하고 꿰맨 자리를 아물게 하는 것은 누구인가? 의사는 의술로써 도울 뿐이다. 실제로 낫게 하시는 이는 하나님이시다.”

내가 안식월을 가질 때마다 들르는 포항 선린병원에는 “We care, God heals!”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의사는 돌볼 뿐이고, 치료는 하나님이 하신다. 더구나 친구라고는 하나도 없는 선교지에서 내 편은 하나님 한 분밖에 없다. 내가 전도하고 양육한 현지인조차 나를 실망시킬 수 있다. 선교사들끼리도 서로 상처를 줄 수 있다. 모두 사람이기 때문이다. 진정한 도움은 오직 하나님에게서 올 뿐이다. 성령님이 함께하지 않으시면 일분일초도 선교 사역을 감당할 수 없다. 그래서 나는 하나님의 뜻을 제대로 알기 위해 성경을 손에서 놓지 않으려고 노력하면서 새벽마다 성경을 묵상하고 일기를 쓴다.

내가 산을 향하여 눈을 들리라 나의 도움이 어디서 올까 나의 도움은 천지를 지으신 여호와에게서로다(시 121: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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