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이 넉넉한 계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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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밭이 황금물결치고, 온누리가 하나님의 물감으로 채색되어 아름답고 넉넉한 계절이다. 포근한 모습으로 단풍이 찾아와 붉게, 노랗게, 무지개 색깔로 산을 물들이고, 깊은 사색으로 안내한다. 가을이 주는 아름다운 선물이기에 우리는 만추를 사랑한다. 넉넉하고 풍요한 계절이기에 낙엽의 코러스가 감미롭게 들려오기도 한다.

하나님이 그려주신 산하가 위대한 작품으로 우리에게 보여 주신다. 감사의 노래를 소리 높여 부르고 싶다. 부끄러움을 가진 붉은 얼굴로 찾아온 단풍과 함께 높은 하늘 흰 구름처럼 자유롭게 유희하고 싶은 계절이기도 하다. 버려진 자기 아픔과 고통 속에서도 감사기도를 간절히 드리는 모습으로 가을을 겨울에 보내고 싶다. 마지막 한 잎마저 떨구인 채 첫 눈을 기다리게도 한다.

늦가을 냇가에 낙엽 한 잎 띄우고 외로히 떠나는 계절이기에 조용히 눈감고 생각에 잠겨 내일을 노래하고 싶다. 이 때에는 열매를 거두는 결산을 예측해 보아야 할 때이기도 하다. 기대한 만큼 결산이 나올 수 있을까? 그렇지 않으면 큰 손해는 보지 않을까 걱정도 된다. 예수님 앞에서 올해 가결산을 내면서 두려움이 앞선다. 기쁨보다는 부족했던 지난 시간까지의 모습을 더듬어 보면서 남은 시간에는 더 좋은 그림을 그려야 할 듯하다. 

이 푸르고 넉넉한 계절에 한 번 마음을 추스려 금년이 다가기 전에 그리스도의 희망과 꿈을 영글게 해야겠다고 다짐하는 때이기도 하다. 이 때가 되면 미국에 도착한 청교도들을 생각하게 한다. 미국 동북부지역 보스턴에서 한 시간 남짓 승용차로 가면 102명의 청교도들이 첫 도착지인 플리머스 항구가 나오고 그들이 타고 온 메이플라워 2호가 복원되어 있다. 그때는 그렇게 크지 않은 배에 어떻게 102명이나 타고 왔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작은 편이다. 아마도 신앙을 지키려는 청교도들의 필사적인 행동과 결단이 있어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1620년 12월 21일, 그들이 대서양을 건너 신대륙인 플리머스 땅에 도착했다. 이곳에 도착하기까지 선한 싸움을 한 그들의 용기에 깊은 감명을 받게 된다.

그들의 용기는 무엇을 의미하며 어떤 교훈을 남겼을까? 그들에 대한 대영제국의 종교적 핍박이 심해지자 자기가 태어나서 익숙하게 살던 곳을 떠나, 굶어 죽을지도 모를 척박한 대지에 내딛을 수 있었던 것은 하나님을 향한 믿음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한 선택이었다. 실제로 과반수가 괴혈병, 폐렴 등의 질병으로 죽었지만 그럼에도 그들은 믿음을 잃지 않았다. 그들이 그 땅에 도착하여 가장 먼저 한 일은 바로 교회를 짓는 일이었다. 그런 후에야 학교를 짓고, 가장 나중에 자기 집을 지었다. 농산물과 농기구들을 앗아가는 인디언들과 협력하여 풍요로운 가을을 맞이하게 된다. 인디언들과 함께 음식을 요리하고 하나님께 감사하며 축제를 가졌던 초기 추수감사예배를 생각하면서 믿음과 감사의 계절로 만들어가야 하겠다. 이 가을이 가기 전에 꿈을 잉태하는 푸른 계절이 오게 하자.

우리에게는 전반전도, 후반전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시간은 남은 연장전을 치르는 시간이다. 미리 승전가를 부르는 사이 0.04초차로 우승을 놓친 아시아 게임에서 주는 교훈이 크다.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여정을 통해 아름다운 마무리를 해야 할 것이다.

엄문용 장로

<전 미국 Midwest 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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