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광장] 평화의 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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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에 대한민국 백성들에게 가장 큰 소망, 첫번째 간구는 평화다. 우크라이나와 팔레스타인 지역 외에서 우리만큼 간절히 평화를 갈망하는 사람들은 또 없겠다. 북한의 핵위협, 전쟁도발 때문이지만 그에 못지않게 국내의 정치갈등이 우리 가슴을 평화에 대한 염원으로 채운다. 그 뿐인가. 기후변화, 인구감소 및 고령화의 문제는 실생활에서 그 심각성이 가속화되고 있다. 

난제를 극복하기 위한 국제적 노력에 동참하고 대내적으로 대책을 세워 지도하는 것은 정치의 몫인데 정치인이 최악의 불신 대상이 되어있음은 이 나라의 가장 큰 문제이다. 오히려 위기의식을 기회삼아 심지어 ‘나쁜 평화라도 좋은 전쟁보다 낫다’느니 하는 요설로 국민을 기만하는 정치인이 나오고 있다. ‘나쁜 평화’라니, 져주고 양보해서 얻는 가짜평화를 그렇게 말하는가 본데, 진정한 평화가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를 그들이 아는가. 노벨평화상 수상자 리스트에는 상을 반납해야 할 이름들이 수두룩하다.

많은 기대에도 불구하고 작년에도 노벨상은 우리 대한민국을 비껴 갔다. 21세기 첫 해인 2000년에 당시 대한민국 김대중 대통령이 ‘햇볕정책’으로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것이 처음이자 마지막 인연이었다. 2018년 문재인 대통령이 그 나름의 포용정책으로 북한의 김정은을 세 차례 평양과 판문점에서 만나 대화를 나누고 그 중 한 번은 미국 트럼프 대통령도 자리를 같이하면서 한반도의 비핵화와 긴장완화를 모색하는 모습을 세계에 보여주었지만 노벨상에 가까이가지 못했다. 

노벨상 6개부문 가운데 문학상, 경제학상, 의학상, 화학상, 물리학상 수상자들은 각각의 분야에서 인류문화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평가받아 선정되는데 평화상의 경우에는 국가간이나 집단간의 평화를 유지 발전시키는데 공헌한 이력을 표창하는데 더하여 장래 그러한 노력이 지속되도록 격려하고 응원하는데 큰 의미가 있다. 평화라고 하는 것이 과학이나 문화예술 세계처럼 유형적인 소산이 있는 것이 아니고 인간이 영원히 추구하는 가치적 개념이기 때문에 평화를 향한 노력은 계속되는 과정일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유감스럽게도 노벨평화상이 수여된 후 사태가 뒤집어지고 이전의 갈등이 되살아나는 경우를 흔히 보게 된다. 

김대중 대통령 이후의 험난한 남북관계는 바로 오늘의 실상이요, 그 이전 1991년 아웅산 수찌 여사에게 상을 가져온 버마 민주화운동은 다시 군부통치에 짓밟혔다. 야세르 아라파트, 시몬 페레스, 이츠하크 라빈 세 사람에게 1994년 공동수상의 영예를 안긴 팔레스타인 협정은 30년 뒤 하마스-이스라엘 간 비인도적 살육의 불씨를 살려 두었던 셈이다. 내년 어느 시점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전쟁이 휴전에 이르게 된다면 이를 중재한 누군가를 찾아 2024년 노벨평화상이 수여될지 모른다. 그러나 그러한 공로자가 혹 있을지라도 그가 현명한 사람이면 아마도 그 상을 거부할 것이다. 푸틴 같은 지도자가 러시아에 있는 한 누구도 그곳에 지속적인 평화를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새해 4월에 있을 국회의원 선거에 벌써 우리 국민들의 마음이 온통 쏠려 있는데, 어느 편이 얼마나 의석을 차지하게 될까 이 같은 결사대결의 상황이 이전에 또 있었던가! 정치세력 간의 적대감이 국민 각자에게 스며들어 기초적 인간관계를 흔든다. 땅 위의 평화는 근본적으로 하늘 위로부터 내려오는 것이지만 내가 할 일은 내 앞의 너에게 먼저 화평의 손길을 펼치는 것이다. 

김명식 장로

• 소망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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