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희 선교사] 잘 낫게 해주시는 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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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는 포카라의 병원에서 진료를 하고 있는데 왕진을 와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다. 

어떤 부인이 집에서 움직이지도 못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가서 보니 썩 괜찮게 사는 집안 같았다. 아이들도 꽤 컸던 것으로 보아 부인은 40대 후반이나 50대 초반인 듯했다. 

그런데 움직일 때마다 어지럽다고 고통을 호소했다. 카트만두에도 가보고 인도까지 가서 치료를 받았지만 좀처럼 어지럼증이 낫지 않아 종일 집에 누워 있기만 했다는 것이다.

나는 환자를 진찰하고 일주일치 약을 주고 왔다. 일주일 후에 그 집을 다시 찾아갔더니 자리를 털고 앉아 있었다. 약을 더 주고 일주 일 뒤에 다시 찾아갔더니 그 부인은 밭에 나가 풀을 뽑고 있었다. 

네팔 같은 나라에서 상류층 사람들이 오랫동안 앓다가 일어났다고 하면, 금세 소문이 퍼진다. 한국에서 온 의사가 카트만두와 인도의 병원에서도 어쩌지 못한 환자를 고쳤다는 소문은 삽시간에 포카라 전역에 퍼졌다. 

병원을 찾는 환자도 급증했다. 조금만 뒤집어 생각하면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요즘에야 노하우도 쌓이고 나만의 특별한 치료법도 많이 있지만, 그때는 내가 처방하는 약이 인도의 의사가 처방한 약과 아주 다르지도 않았을 것이다. 오지에는 병원 시설도 부족하고 의료 장비도 대개 형편이 없다. 그런 가운데서 내가 수술을 하거나 약을 처방해주면 회복 속도가 매우 빨랐다. 

나는 이것이 하나님께서 나를 불쌍히 여기시고 베풀어주신 은혜이자 기적이라고 생각한다.

네팔의 병원 응급실에는 현지인 간호사 외에 일종의 보조의사인 어시스턴트 헬퍼(assistant helper)가 있다. 그들은 나와 같은 전문의는 아니지만 청진기도 사용하고 간단한 처방도 내릴 수 있다. 그들이 나에게 가끔 질문을 한다.

“참 이상합니다. 강 선생님이 수술하고 치료하면 왜 염증이 잘 생기지 않는 걸까요? 환자들이 잘 낫고요.”

나의 의술이 특별히 뛰어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현지인 의료진들이 감탄할 정도로, 내가 진찰하고 수술한 환자들이 빨리 회복되는 사례가 많았다. 죽어가다가 다시 소생하는 일만 기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내가 수술하고 피를 뽑아준 시골 할아버지의 경우도 두세 달은 지나야 회복될 줄 알았는데, 불과 한 달 만에 퇴원했다. 사람들은 그럴 때마다 무척 신기해했다. 더 놀라운 일은 환자들이 이동진료 때 청진기만 들고 가는 나의 치료를 받고도 거의 다 나았다는 것이다. 그 때 나는 깨달았다. 이것은 내가 하는 일이 아니라 성령께서 하시는 일임을.

한번은 밤 10시쯤 다급한 환자가 있다고 해서 병원으로 갔다. 열 시간가량 진통 끝에 아이가 나왔는데 머리가 아닌 팔이 먼저 나온 것이다. 그대로 두면 아이가 걸려서 나올 수가 없기 때문에 산모와 아이 둘 다 위험하다. 아이의 팔을 잘 넣고 다시 돌려서 나올 수 있게 해야 하는 무척 어려운 상황이었다. 산파가 자신은 도저히 할 수 없으니 병원에 가야 된다고 해서 나한테 온 것이다.

그 밤에 남편은 산모를 셀파 바구니에다 실었다(히말라야 등산객들 짐을 지고 다니는 셀파들을 보면 바구니에다가 40~60킬로그램 되는 짐을 잔뜩 넣어서 이마에 걸치고 등 뒤로 돌려서 지고 다닌다). 산모의 발은 바구니 바깥으로 나오고, 다리 사이로 아기 손이 나와 있는 상태로 여섯 시간 동 안 걸어서 온 것이다. 

내가 봤을 때는 벌써 아기 팔의 피부가 검푸르게 변해 있었다. 가족들에게 내가 말했다.

“어서 산모를 카트만두로 데려가세요.”

산모의 시아버지가 얼굴을 붉히면서 말했다. 아주 강한 부정으로 ‘절대 안 돼’라는 뜻이다.

“나는 돈도 없고, 지금은 늦어서 갈 수도 없소.” 

나는 당장 수술을 할 수는 있지만 여러 문제점이 있어서 아이가 죽을 수도 있고, 산모가 수혈이 필요할 수도 있는데, 피도 부족한 상황이어서 산모도 위험할 수 있다고 설명을 했다. 시아버지가 다 듣고 나서 말했다.

“알겠소. 죽어도 좋으니까 여기서 해주시오.”

나는 할 수 없이 수술대에 임산부를 눕히고, 소독을 한 후 배를 열었다. 마취기도 없어서 국소 마취를 하고 제왕절개를 했다. 배를 열고 서둘러서 아이를 꺼내야 할 때 주사용 전신마취제인 키타민을 조금 줬다. 산모의 정신이 잠시 나갔다 오는 사이 빨리 아이를 꺼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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