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평전] 한국해양과학기술 현주소

Google+ LinkedIn Katalk +

최근 열린 유엔해양회의가 “전 세계 해저지형의 정밀지도를 23% 정도 그렸다”고 발표했다. 나머지 77%는 2030년쯤 완성될 예정이다. 바닷속 지도가 모두 완성되면 우선 해저 통신케이블과 송유관 등을 깔기 쉬워진다. 당연히 어족자원 관리, 생물 다양성 연구는 물론 지진·기후변화 예측에도 더욱 진전될 것이고, 무엇보다 전 세계 선박은 안전 항해를 할 수 있다. 사실 원양선박들은 지금까지 바다속 해저지형이 어떠한지 ‘깜깜이’ 상태로 운항해왔다. 

해저의 높은 해산(海山)이나 산맥은 항해에 있어서는 충돌 대상이어서 조심해야 할 대상이지만 해양생태계 보고이다. 다양한 야생 해종들은 해산이나 산맥 주위로 모여들어 어자원 관리와 보존 전략을 수립하거나 해양 생물 다양성을 연구하는 데도 전환점을 가져다준다.

해저정밀지도는 앞으로 미래 기후변화를 예측하는 모델을 개선하는 데에도 큰 도움을 줄 것이다. 해저지형은 해류의 움직임과 해수의 수직적 혼합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해류와 해수 표층·심층 혼합 작용 등은 지구가 받은 열을 지구 곳곳으로 분산시키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해저 정밀지도 데이터가 완성되면 기후변화 예측 모델에 해수의 영향을 반영해 기후변화 모델이 더욱 정확해진다. 해저지도는 군사안보와 해양주권 행사에서 보다 관계가 깊어진다. 그래서 강대국들은 언제든지 심해 지형을 군사적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심해 탐사에 동원되는 유압, 센서, 배터리, 재료, 로봇, 인공지능, 신경공학, 통신기술은 우주 탐사 못지않다. 심해일수록 생명유전의 자원이 무궁무진하다. 미개발 해저 지역의 심해 광물은 먼저 접근하는 자에게 우선권이 부여되는 것이 현행 국제 해양 법규 규정이다. 심해 해저 속에 묻혀 있는 망간단괴, 해저열수광상 등 산업의 비타민으로 불리는 희귀금속들이 우리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이것이 심해 탐사에 본격적으로 도전해야 하는 이유다. 『해저 2만리』에 가슴 뛰던 과학 인재들의 꿈이 심해 해양연구탐사를 통해 드넓게 펼쳐지길 바란다.

1970년대까지 한국은 해양 과학은 불모지였다. 일찌감치 해양 탐사의 중요성에 눈을 뜬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선진국들은 잠수정과 수중 로봇 등 첨단장비를 동원해 본격적인 심해 탐사에 나서고 있었지만, 1970년대까지 한국은 해양 탐사를 위한 연구선도 갖추지 못했다. 하지만 1973년 KIOST의 전신인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부설 해양개발연구소가 활동하면서 해양 탐사의 기초를 닦았고, 이제는 세계 최초의 정지궤도 해양 관측 위성과 해양 과학 조사선, 전국에 흩어져 있는 조위 관측소 등 첨단 인프라와 탐사 역량을 갖추게 됐다.

지난 2020년 12월 제주항 북서쪽 해상에서 저인망 어선이 전복됐었다. 거센 풍랑을 만난 어선은 선체가 뒤집혔고, 타고 있던 7명은 모두 실종됐다. 보름 넘는 수색을 통해 6명의 시신을 겨우 찾았다. 높은 파고와 빠른 조류의 영향에도 대부분의 시신을 찾을 수 있었던 것은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이 개발한 해양 예측 시스템 ‘KOOS’의 도움이 컸다. 위성 등 첨단장비로 사고 당시 강하게 불던 북풍과 동서로 왕복하는 해류의 움직임을 분석해 실종자 수색 범위를 좁힐 수 있었던 것이다. 

해양 연구가 새로운 물질의 발견으로 이어지고 있는 차제에 독도(獨島) 전문 연구기관으로도 지정된 KIOST가 2020년 독도 주변 해역 퇴적토에 서식하는 해양미생물에서 세 종류의 신물질을 발견했다. ‘독도리피드 A-C’라 명명한 신물질은 항암 효과를 가지고 있었으며, 연구 성과는 해양 의약 분야 국제 학술지 ‘마린 드럭스’에 게재됐다. 이 밖에도 독도새우에서 분리한 유산균이 항암 활성을 갖는다는 사실을 밝혀 특허를 출원하고, 해양 미세 조류인 ‘스피룰리나’에서 기억력 개선 물질을 추출해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개별 인정형 원료를 인증받는 등 해양 물질의 경제적 활용에도 성과를 내고 있다. 

마침내 부산시가 해양과 위성 기술을 융합하는 특화 산업 육성에 나선다. 2024년 부산 개최가 확정된 국제우주총회 유치 흐름에 힘입어 폭넓은 네트워크를 구축해 부산에 특화한 해양·우주 산업을 개척하겠다는 의지다. 부산시는 부산테크노파크, 부산산업과학혁신원, 지역 해양기업들, 한국해양대학교 등 지역 대학, 해양연구기관(KIOST, KMI 등) 등의 협조를 받아 해양·우주 융합 신산업 협의체를 구성하고 신규 연구개발 공동 기획, 기업 유치 및 성장 지원, 기술 개발, 산업 맞춤형 인재 양성에 협력할 예정이다.

부산시는 박형준 시장 주재로 열린 제29차 해양·우주 기술을 융합한 산업 육성 전략을 발표했다. <사진 : 부산시 제공>

 

김동수 장로 

•관세사

•경영학박사

•울산대흥교회

공유하기

Comments are clos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