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미나리謠(요)와 삼성호가(三聲好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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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망待望의 새 해가 밝았다. 갑진년甲辰年은 푸른 용의 해이다. 실제동물이 아닌 상상의 동물이다. 지혜롭고 용맹스러운 청용의 날개를 달고 화해와소망의 내일을 창조하는 해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어느 시절에나 우리들의 삶에는 빛과 그림자가 있었다. 지난 몇 해는 염병과 전쟁의 와중에서도 우리는 소망을 갖고 살아왔다. 살아 남은  상대적 빈곤감에 빠진 자들, 저 출산의 국가적 재앙을 맞은 우리네들의 가냘픈 소망을 새 해에 기대하는 것이다. 

세월이 가면 다 잊히게 된다는 ‘세월이 약’이라는 말이 간절하다. 조선 후기, 풍속사에는 서울 장안에 삼성호가(三聲好家)라는 말이 있었다. 그 하나-집집이 아가 울음소리가 들리는 것을 매우 좋은 징조로 보았던 것이다. 출산율이 많은 것은 나라의 번성을 뜻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였으리라. 우리는 인구절벽에 마주섰다. 인구소멸은 나라의 소멸을 암시하는 것이다.

지난 해 우리나라의 출산율이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져 국가적 재앙(?)의 수준까지 왔다는 뉴스를 접하게 되는 것은 참 안타까운 일이다. 과학문명시대에 3만달러의 소득을 자랑하는 우리네 삶도 허사가 아닌가. 

또 하나는 동리마다 이 집 저 집에서 다듬이질 하는 소리가 밤늦도록 들려나는 것이다. 이 역시 부지런한 여성들의 생산성을 장려하는 의미의 소리이다. 농한기에 부녀자들이 하는 길쌈 중의 하나이다. 물레질을 하거나 베틀로 피륙을 짜는 일등에서 다듬이질하는 소리는 아주 경쾌하고 리드미칼하다. 기나 긴 겨울밤 건너 마을에서 들려오는 다듬이질하는 소리가 밤하늘을 타고 온 누리에 퍼지는 세상은 국태민안의 평화로운 풍경이었다. 길쌈 낳이하는 일이 왜 고단하지 않겠는가. 이를 달래기 위해 많은 노동요들이 구전되어 오기도 했다.

세 번째 소리가 도련님 글 읽는 소리였다. 미래의 동량재(棟梁材)들이 천자문, 소학(小學)등을 익히고 수양해 가는 첫 단계과정이다. 서당에서 집에서 학문에 정진하는 꿈 많은 청소년들의 글읽를 가까이에서 들을 수 있었으니 그 또한 즐거운 가락이 아닌가.  필자는 지난 60년대에 골목 안에서 들려 나오는 피아노 소리에 귀 기울여 즐겨듣던 기억이 새롭다. 피아노 렛슨을 받는 어린의 들의 희망찬가였다.

그런데 지난 한 해의 서울 장안의 풍경은 어떠했는가? 정치 사회적 불안과 보기에 민망한 님비 족들의 소동,정치 패거리들의 상호비방과 모함등은 우리를 우울하게 했다. 저들이 붉은 띠를 두르고 허공을 찌르는 주먹질과 함께 내뱉는 구호들은 우리를 슬프게 했다. 국민적 정서불안 사태를 빚은 것이다. 건전한 시민의식에 좌절감을 가중시킨 국가적 동력을 빼는 진원지가 되고 말았다.

이 같은 세태에 좌절하고 실망감에 빠져 있을 수만은 없다. 오늘도 내일에도 아가의 울음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가정의 화목과 번성의 단란함을 기대하는 소망이 있기 때문이다. 한겨울 골목마다 길쌈낳이로 하는 다듬이질 소리가 그립다. 마치 밤하늘에 울려 퍼지는 화평의 가락처럼 들려온다. 미래의 희망을 약속하는 근면과 자애(慈愛)의 악음(樂音)으로 귀 부리를 적시는 나날이 되기를 기원한다. 또한 소년들의 글 읽는 소리에서 나라의 장래를 예감할 수 있는 목소리를 듣고 싶은 것이다. 

귀 속말로 퍼지는 소문,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가듯 꼬리를 물고 전파되는 소문은 민심이 되고 천심이 되어 돌아온다. 조선 19대 숙종(肅宗)의 후궁 장희빈(張禧嬪)의 세도에 휘둘려 폐위되었던 인현왕후(仁顯王后)의 애절한 소문에 민요가 탄생했다. 

“미나리는 사철이요 장다리는 한철이네”라는 미나리요가 입에서 입으로 구전한 것. 다음은 이 민요에 후렴을 붙인 필자의 시구(詩句)이다.

<미나리는 사철이오/장다리는 한철이네

민심은 사철이오/권세는 한 철이네

정비(正妃)는 영원하고/후궁(後宮)은 유한하네>

(시집<미나리는 사철이요 장다리는 한철이네>에서)

은유로 된 미나리요에 필자가 풍자시로 쓴 한 구절이다. 

80년대의 유비통신(流言蜚語), 오늘날엔 유튜브를 이용한 가짜뉴스(fake news) 공방(攻防)들이 소문의 진원지이다.  

새 해 청룡의 해엔 삼성호가만이 울려 퍼지는  국태민안(國泰民安)의 해가 되기를 기원해 본다.  

박이도 장로

< 현대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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