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긴과 보아스] 고립의 시대를 살아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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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정호승님의 ‘수선화에게’에 실린 한 구절입니다. 외로운 시대, 고립의 시대입니다. 

제가 살고 있는 성북구에서는 지난 해 늦가을 자살예방 심포지엄이 열렸습니다. 이 자리에서는 ‘사회적 고립감’을 자살의 주요 원인으로 진단하고 공동체의 회복을 통해 자살의 위험 요인을 제거할 수 있다는 해법을 제시했습니다.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2022년 전국의 자살 사망자 수는 1만2906명이며, 서울시의 자살 사망자 수는 2009명, 성북구의 경우는 78명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되었습니다. 자살 사망자 중 ‘중년’이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많았는데, 35~64세가 49.2% 노년층인 65세 이상이 26.1%. 청년층인 20~34세는 22.0%였으며, 전체 연령 중 ‘50대’가 유일하게 증가하는 추세였고, 성별로 보면 남자가 여자보다 2배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생명의 전화(월곡동) 김연은 관장은 성북구 지역사회보장협의체 복지현황 성과보고회 자리에서 ‘서울 시민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힘들 때 도움을 줄 사람이 있느냐는 질문에 10명 중 7명은 없다고 대답했으며, 힘들 때 말할 사람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5명이 없다고 대답했다’는 보고를 했습니다. 

고립의 시대요, 외로움의 시대입니다. 굶주림을 해소하는 복지 혜택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마음돌봄이 필요한 때입니다. 최근의 보도에 의하면 고립을 경험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일찍 사망할 위험이 32% 높았고, 외로움의 문제는 담배를 매일 15개비를 피우는 것만큼 치명적이라는 연구 결과도 발표되었습니다. 

우리 교회가 위치한 안암동은 1인 가구 비율이 성북구 20개 동 중에서 가장 높은 곳이며, 1인 가구를 구성하고 있는 연령대로는 청년층이 압도적으로 많고, 다음으로는 중년 남성이 뒤를 잇습니다. 지난 한 해동안 안암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에서는 협의체 위원들과 함께 주민센터, 복지단체인 생명의 전화와 협력하여 찾아가는 복지상담소인 ‘끌어안암’을 7회 시행했습니다. 현장 및 전화상담이 이어졌고 그 중 자살을 시도한 고립청년을 발굴하여 현재는 봉사자로 활동할만큼 고립의 늪에서 빠져나오게 되었습니다. 지역 교회를 비롯 7개 단체가 함께 협력하여 이루어낸 결실이었습니다. 한 생명을 살리는 일은 어느 한 사람만의 관심으로는 해결될 수 없습니다. 생명을 돌보는 씨줄과 날줄같은 공동체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우리 동네는 힘들 때 도움을 줄 사람이 있나요? 말할 사람이 있나요? 교회는 힘든 이웃에게 도움을 주는 곳인가요? 말벗이 되어주고 있나요? 쉽게 대답이 나오지 않습니다.

영암교회는 코로나 이후 ‘1인 1소모임 운동’을 전개하여 구역, 다락방(3040세대), 남녀소그룹, 큐티나눔방 모임을 진행했습니다. 교회는 함께 모여 예배하고 흩어져 소그룹으로 모이는 공동체입니다. 힘들 때 도움을 주고 말할 사람이 있는 곳, 서로를 돌아보며 수용하고 격려하여 살아갈 힘을 주는 곳이 교회입니다. 고립의 문제는 단순히 개인이 아닌 사회적인 문제입니다. 교회 밖, 우리의 삶의 현장은 어떤지요? 고립과 외로움의 위기에 처한 이에게 작은 관심과 사랑의 손길을 내밀어 생명을 보듬어주는 흩어지는 교회의 사명을 감당해야할 때입니다.

유상진 목사

<영암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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