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로] 생명의 길을 따라온 걸음 정봉덕 장로 (28) 남은 이들 앞에서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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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빛과 소금된 기독교인, 지역사회 선교 사명감 가져야   

이것은 하나님이 도처에 흩어져 사는 교인들에게 주신 일차적인 사명, 즉 아침저녁으로 만나는 이웃을 향한 선교의 사명을 저버리는 결과를 자아내고 말았다. 또한 교회차원에서도 교인과 교회의 일차적인 선교 현장이 다르기 때문에 지역사회 선교를 하기에 적절하지 못하게 되어 체제의 기능을 발휘하는 것에 지장을 받게 되었다. 주체적으로 선교 사명을 수행해야 할 이들이 교회가 속한 지역사회를 잘 알지 못하여 체계적으로나 기능적으로 교회와 하나가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나의 경우도 그렇다. 나는 서울 용산구 갈월동에 세워진 염천교회에 60년째 출석하고 있다. 염천교회의 교인은 2014년 기준으로 총 738세대 71개 구역 중 8개 구역이 갈월동 33개반에 112세대가 살고 있다. 약 628세대는 다른 지역에 거주하면서 대중교통이나 자가용을 이용해 교회에 오고 있다. 나도 마찬가지다.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로 이사한 이후로 18년 동안 약 1시간 반을 버스를 갈아타고 교회에 다니고 있다. 부끄럽지만 갈월동을 한 번도 둘러보지 않아 갈월동의 상황과 지역 문화를 잘 알지 못한다. 이것이 갈월동 선교의 사명을 지닌 염천교회의 교인인, 은퇴 장로의 모습이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햇빛마을 아파트에서 50미터 떨어진 곳에 교회가 있다. 그리고 우리 동에는 총 40세대가 있는데 그중 7세대가 기독교 가정이다. 내 가정이 집 근처 교회의 교인이라면, 또 나와 내 가족이 그 교회의 장로, 집사, 남녀전도회장, 제직회 부서장, 구역장 등 어느 직분이라도 가지고 있다면, 그 교회의 선교 정책에 따라 교회와 하나가 되어 능동적이고 효율적으로 기능할 수 있을텐데 하는 아쉬운 생각이 많이 든다. 자녀들도 분명 지역 주민들과 관계를 맺으며 어떠한 역할을 할 수 있었을 것인데 말이다.

그 지역을 가장 잘 알고, 지역사회의 변화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사람은 그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이다. 지역사회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 그곳에 있는 교회의 역할이라면, 그것을 가장 잘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은 그 지역에 살고 있는 교인일 것이다. 지역주민들이 다양한 문화적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안을 제시하고, 유해한 시설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노력하며, 약자들의 권리가 보장될 수 있도록 지역주민과 협력하는 역할을 제대로 하기 위해선 지역을 아는 것이 첫 번째이다.

살고 있는 지역의 교회를 섬기며 그리스도의 증인과 파수꾼의 역할을 감당하는 생동하는 기독교인들이 많아지기를 기대한다. 그러기 위해서 모든 기독교인들이 자신에게 맡겨진 지역사회의 선교 사명을 교회와 함께 감당하기 위해 출석하는 교회 가까이 이사하든지 아니면 살고 있는 지역의 교회로 옮기든지 믿음의 결단을 내려야 한다. 개신교에는 교구제가 없기 때문에 자발적으로 추진할 수밖에 없다. 세상의 빛과 소금된 기독교인이라면 교인 수평이동이 점진하는 현실을 직 시하고, 지역사회 선교에 대한 사명감을 가져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

주거지, 일터 등 교인들은 도처에 자리를 잡고 있다. 이것은 전국적인 선교 네트워크를 구성할 수 있는 조건이다. 이러한 조건을 제대로, 바르게 활용할 수 있다면 하나님의 선교사역에 매우 긍정적인 영향력을 갖게 될 것이다. 그 시작은 개인이 속한 가장 작고 기본적인 공동체, 가정에서부터이다. 그리고 이것은 부모의 역할이 매우 크다.

먼저 부모는 자신이 속한 일터와 지역에서 어떤 것이 필요한지 살피고 그것을 위해 자신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회사나 지역 공동체 안에서 기독교인들의 모임을 구성해도 좋다. 혼자서 할 수 없을 때 교회의 남선교회, 여전도회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 교회는 이런 것들을 일차적으로 도와야 한다.

선교는 특별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특별한 사람에게만 허락된 대단한 사명이 아니다. 성경말씀대로 이웃에게 하는 착한 행실이 곧 선교이다. 한 사람이 매일 만나는 이웃에게, 직장동료에게, 착한 마음으로 선한 행동을 하고 모든 영광은 하나님께 돌리는 것이 곧 선교이다.

하나님은 지금이라도 하루 만에 모든 사람들에게 믿음을 선물로 주실 수 있다. 하지만 결코 그렇게 하지 않으신다. 우리가, 하나님을 먼저 믿은 기독교인들이 복음 선포의 사명을 감당하기를 원하시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목소리를 높여 복음을 전하는 것 이전에, 이웃에 본이 되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교회가 세상에서 외면당하는 이유는 한 가지이다. 기독교인들이 교회가 선포하는 메시지대로 살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스도의 증인으로 살아가야 할 많은 기독교인들이 교회 안에서만 ‘아멘’을 외칠 뿐 그 ‘아멘’을 실천해야 할 삶의 현장에서는 전혀 본이 되지 않고 있다.

하나님은 우리가 뭔가 위대한 일을 계획하고 이루며 살기를 바라시는 분이 아니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바라시는 삶은 그리스도의 향기를 나타내는 삶이다. 공부를 하든, 운전을 하든, 밥을 짓든 이것이 곧 하나님의 일이라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하는 삶, 곧 하나님과 동행하는 삶이다. 내가 무엇을 하든, 어떠한 상황에 처하든 하나님이 나와 함께하신다는 사실을 잊지 않는다면, 우리는 세상에서 본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기독교인들의 모습을 통해 신뢰를 잃은 교회는 다시 하나님과 세상 앞에 바로 설 수 있게 될 것이다.

정봉덕 장로

<염천교회 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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