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모시 옥색치마 금박물린 저댕기가
창공을 차고나가 구름속에 나부낀다
제비도 놀란양 나래쉬고 보더라
한번 구르니 나무끝에 아련하고
두번을 거듭차니 사바가 발아래라
마음의 일만근심은 바람이 실어가네
남원 광한루에서 오월 단오날 하얀 모시옷 입고 춘향 아씨 그네 뛰는 모습이 연상 되는 그네 가곡의 작사자는 소설가 김말봉(1901-1962)이다. 작곡자는 그의 사위 경남여고 교감 김수현(1919-1992)이다.
김(金) 성을 민족의식에 따라 원발음 금으로 부른 금수현의 출생고향 김해 ‘현 부산시 대저동’에는 그네 노래비(1992)가 서 있다. 구포다리 입구에서 대상초등학교 입구까지 570미터 거리는 금수현 음악거리로 지명되어 있다.
부산 제2상업학교를 거쳐 일본 동경음악학교를 졸업(1940)하고 귀국하여 동래여고(1942) 경남여고(1945)와 다른 중고교 교장을 역임하고 1957년 문교부(현 교육부) 편수관이 되어 음악교과서 발행 때 외솔 최현배 박사님 한글정신을 존경하여 음악용어를 한글로 순화시켜 만들었다. 음악 월간지 발행에도 한글전용을 지켜 쓰고 자녀 이름도 금난새, 금노상, 금누리로 한글 이름짓기의 선구자가 되었다.
이런 한글사랑 공로로 제10회 외솔상(실천부문 1981)을 받았다. 종로 기독청년회관 강당에서 외솔상 수상 소감에서 “외솔 스승 모시고 맏아들 이름을 금같이 귀한 나는 새로 활동하라고 ‘금난새’ 최초 한글 이름을 호적에 올려 주었는데 결혼 반대한다고 부모 몰래 결혼식을 올려 아직도 화가 안 풀렸는데 존경하는 외솔 스승님 외솔상을 받은 기쁜 이 순간 금난새 아들의 잘못을 용서하겠다”는 말씀을 하셨다.
한글사랑 나라사랑의 민족주의자요, 훌륭한 음악가 금수현 선생은 장모와의 합작품인 ‘그네’ 작곡으로 더욱 훌륭한 음악가로 존경받았다.
1948년 한국가곡발표회에 불러 널리 알려진 이 가곡은 테너 엄정행을 비롯 박상록 송광선 등이 더욱 곱게 불러서 애창 명곡이 되었다.
1946년에 ‘그네’를 작사한 김말봉의 대표 통속소설 ‘찔레꽃’(1937 조선일보 연재)을 고교시절 나는 재미있게 읽었다. 주인공 대학생 안정순이 가정교사로 들어간 은행 간부 집에서 얽힌 애욕의 사건을 다룬 작품이었다.
부산 출생 김말봉은 서울 정신여고를 거쳐 일본 동지사대학 영문과를 졸업(1927)하고 귀국하여 중외일보 기자로 있으면서 보옥(步玉)이라는 필명으로 중외일보 신춘문예에 ‘망명녀’가 당선(1932)되어 계속 단편 ‘고행(苦行)’(신가정 1935) 장편 ‘밀림(동아일보 1935)’ ‘생명’(조선일보 1956) 등 단·장편 소설을 꾸준히 신문 잡지 등에 발표하며 애욕중심의 통속소설 작가로 활동했다.
한국 최초 여자 장로(1954)로 알려진 김말봉은 남편 사별로 재혼(1937)까지 한 신앙인이었다.
광복 직후 김말봉이 지은 1946년도 2절의 ‘그네’ 가사는 금수현 작곡자가 8분의 9박자로 변화된 5음계로 작곡했다. 우리 민요 3박자를 소박하게 변용하여 가사의 내용이 잘 녹아있다.
한복 입은 아가씨가 단오에 그네 뛰는 모습이 아름답게 연상되는 노래, 한국적 정서 깊은 가곡 ‘그네’ 명곡을 우리 모두 잘 부르고 사랑하자.
오동춘 장로
<화성교회 원로, 문학박사,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