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마드톡] 십자가와 은총 사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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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아침에 던진 한마디가 내 가슴에 꽂혔다. ‘받은 복을 세어보자’ 말하는 아내는 때로 내 삶의 등대 같은 여자다. 받은 복을 세며 사는 삶과 받지 못한 것에 더 욕심을 내는 삶은 다르다. 이솝우화에도 나오듯 자기가 가진 것보다 더 많은 것을 가지려 했던 여우가 이미 가진 것마저 잃어버린 것처럼 우리의 욕심은 끝이 없다. 

나는 다른 사람보다 결코 적지 않은 복을 받았음에도 그것에 만족하지 못했다. 더 소유해야 직성이 풀릴 듯 살았으니 삶은 고통 그 자체였다. 욕망이 우리를 고통스럽게 한다. 비우고 내려놓으면 편한 것을 나는 비우지 못하고 살았다. 더 갖지 못한 것으로 힘들어했다.

그리고 어느 날 지금은 고인이 되신 한준식 장로님을 만났다. 장로님은 자신에게도 가시가 있었노라며 그것을 십자가로 안고 사는 것이 인생이라고 말씀하셨다. 오늘 아침에 갑자기 그 기억이 난다. 가시와 십자가는 무엇인가? 바울은 자신에게 가시가 있었음을 고백했다. 육체의 가시라고 부른 그 가시는 끝없이 바울을 괴롭혔다. 

바울은 하나님께 자신의 가시를 제거해 달라고 세 번씩이나 기도했으나 하나님은 바울의 기도에 긍정적으로 응답하시지 않으셨고 결국 그가 받은 응답은 ‘네 은혜가 족하다’라는 것이었다. 바울은 그 가시가 자신이 자고 하지 않게 하시려 주신 것이라고 고백했다. 즉 교만하지 않게 하시려고 바울에게 가시를 주신 것이다.

그리고 어느 날 나도 내 삶의 가시를 그렇게 인정하게 되었다. 그 가시는 십자가가 아니라 은혜이며 감사의 조건임을 깨닫게 된 것이다. 자기 십자가를 짊어지고 당신의 뒤를 따라오라고 하신 주님이 떠올랐다. 우리는 각자의 십자가를 짊어지고 산다. 어느 누구든 각자의 가시와 십자가가 있다.

지금 주어진 은혜가 족하다. 그것만으로 감사하고 사는 것이 믿음의 삶이다. 결핍의 삶 속에서도 감사하고 사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십자가와 가시가 은혜가 되는 날까지 스스로 비우고 내려놓는 훈련이 필요하다. 

언젠가 그렇게 갖고 싶었던 것들도 허무함으로 다가오는 날이 있다. 무소유의 삶으로도 감사하고 사는 사람이 있다. 예수와 바울이 그랬고 불교의 법정도 그 말을 했다. 그렇게 보자면 우리는 얼마나 많은 것을 소유했는지 받은 복을 세어볼 일이다.

유해근 목사

<(사)나섬공동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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