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 에세이] 용서할 수 있는 특권

Google+ LinkedIn Katalk +

일곱 번씩 일흔 번이라도 용서하라.

용서라는 두 글자는 쓰거나 말로 할 때는 쉬울지 모르나 실천하기는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내 물건을 훔쳐가거나 재산을 축내고 간 사람을 용서하라면 그 손해가 얼마 안 될 때는 쉽게 결단할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거액이 걸린 문제라면 쉽게 실행하기 어려운 문제가 된다. 이것이 우리네 상식이다. 하물며 육친의 생명을 유린한 경우라면 미리부터 고개를 흔들 수밖에 없는 문제가 되고 마는 게 보통 사람들의 경우라 할 것이다. 손양원 목사님의 용서와 사랑이 우리 모두가 고개 숙이는 귀감이 되는 것은 이런 이유이다. 

그것은 인간의 힘이 아니라 하나님의 사랑으로서만 가능한 일이 될 수 있다고 본다. 깊은 신앙의 힘만이 해 낼 수 있고 믿는 자가 누릴 수 있는 행복한 특권이라 할 만하다. 몸부림치는 친구를 보면서 어떻게 입을 열까, 어디서부터 어떻게 실마리를 풀어줄 수 있을까 아무리 궁리해도 묘책이 떠오르지 않는다. 

생사기로에서 마지막 때를 기다리고 있는 남편을 보면서 젊은 날의 외도 때문에 남편을 미워하며 저주했던 자신의 잘못이 몹쓸 병을 끌어들였나 싶어 마음이 몹시 괴롭다고 흐느낀다. 이제 어차피 되돌릴 수 없는 일이니 조용히 서로를 용서하고 화해하라고 충고했다. 먼저 미안했다, 이제 용서하겠다고 말한 후 당신도 이제 한마디만 사과하고 우리 서로 풀자고 하라고 했다. 그러지 않고 그냥 떠나보내면 네가 괴로워 못 살 테니 너를 위해서 용단을 내리라고 간곡히 부탁하고 계속 기도한다. 우리 구원을 위해 목숨도 버린 주님을 생각하면 못할 게 무어랴. 

시앗 앞에서는 돌덩이도 돌아앉는다지 않는가? 친구는 울기만 할 뿐 그 말을 내가 먼저 해야하느냐고 울부짖는다. 자기가 먼저 사과해도 받아들일지 말지 모르겠는데 내가 먼저 그 일까지 해야 하느냐고 울먹인다. 그래도 해야 한다. 그래야 남은 네가 편히 살 수 있다. 이럴 때 용서할 수 있는 믿는 자의 특권, 용서하는 일이라는 보검을 마음껏 휘둘러보라고 강권하며 함께 눈시울을 적신다. 그 남편이 마음을 열고 세례를 받았다니 조금만 더 기다려 볼 일이다. 남편이 앞뒤 없이 그냥 미안하다며 손을 잡고 울었다니 사과로 알고 용서하고 보내라고 했다.

오경자 권사

 신일교회

 수필가

공유하기

Comments are clos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