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조류(海藻類)라 하면 흔히 김을 떠올리지만 파래, 매생이 같은 녹조류와 미역, 다시마와 같은 다양한 갈조류도 포함된다. 그런데 한국의 김은 일본, 중국, 동남아시아 등에서 양식한 김과 달리 식감(食感)이 독특하다. 한 해에 1인당 180장을 섭취하는데 김을 많이 먹는 일본인의 2배를 넘는다. 영국 웨일스 지역에서도 김을 좋아하여 김과 버터, 오트밀 등을 튀겨 만든 ‘라버 브레드’(laver bread)가 유명하다. 파래는 김과 비슷하게 생겼지만 대부분 말려 분말 상태로 유통한다. 매생이는 김과 닮은 꼴이지만 연녹색 실크처럼 가늘면서 바다 향을 품고 있다. 매생이는 청정 바다에서만 자라는 무공해 식품이어서 특히 간 해독 성분이 콩나물보다 3배나 높아 해장국으로서는 최고의 식재료다. 김은 자연이 인간에게 준 최고의 선물이라고 불릴 만큼 비타민, 무기질을 고루 갖추고 있다.
이런 김(양식)이 올해(2017년) 수출 5억 달러를 달성하는 수산물 반도체로 부상했다. 2017년 김 수출액은 5억 1천300만 달러로 전년도(3억 5천300만 달러) 대비 45.4%가 증가했다. 수산물 단일 품목으로 참치(지난해 6억 2천500만 달러 수출)에 이어 두 번째로 5억 달러를 넘긴 것이다. 주목할 점은 김 생산의 신장세다. 김 수출은 2007년 6천만 달러에서 지난해 5억 1천300만 달러로 8배 이상 증가했다. 같은 기간 수출 대상국도 49개국에서 2배 이상인 102개국으로 증가했다. 1위 참치와의 수출 격차는 2008년 2억 1천800만 달러에서 지난해 1억 1천200만 달러로 줄었다. 지난 10년간 김의 연평균 수출 증가율은 23.8%로 참치의 8.8%에 비해서도 월등히 높다. 가히 김은 검은(black) 반도체다. 김은 2010년 수출액 1억 달러를 달성한 후 연평균 28%씩 계속 증가하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서구 사회에서 김은 우리나라와 일본만 먹는 바다풀(sea wood) 정도로 취급되었다. 서양인들은 김, 미역 등 해조류(海藻類)를 오랜 기간 바다 잡초로 여기면서 심지어 김은 블랙페이퍼(black paper)라고 부르기도 하고 혐오식품으로까지 취급했다. 그런데 K-POP 한류열풍으로 한국을 찾는 외국인이 급증하면서 양상이 달라졌다. 최근에는 미국, 유럽에서 주요 성분을 분석하여 김을 건강 식재료로 인정했다.
김 제품엔 크게 세 가지가 있다. 해초를 얇게 펴서 말린 마른 김, 마른 김을 작게 잘라 기름과 소금을 가미한 조미 김, 그리고 마른 김을 가공한 김 스낵 과자류가 있다. 이 가운데 우리나라의 조미 김은 세계 시장의 최고 강자다. 특히 미국에서 호평받고 있다.
우리나라 갯벌에 꽂은 김발을 매는 지주(支柱)가 1만 개 이상 될 것이라는 추측들이다. 기원제(祈願祭)가 끝나면 김발 실은 경운기가 바다로 향한다. 갯벌을 지나 앞바퀴가 잠길 정도까지 바닷물이 허리춤을 넘어 가슴까지 올라오면 어민들은 김발을 펼치고 줄을 당겨 기둥에 묶는다. 어민의 정성으로 열흘 정도 지나면 붉은색 포자가 김발에 엉겨 붙는다. 그리고 한 달 남짓 지나면 김발에 엉긴 김을 수확한다.
‘동국여지승람’(東國輿地勝覽)에 김의 주요 생산 해역은 전라도 경상도 충청도 해안(海岸) 일대 21개 군현에 이른다. 정약전(丁若銓·1758~1816)의 ‘자산어보(玆山魚譜)’에는 김을 ‘자채(紫菜)’, 속명은 ‘짐’이라 칭했다. 김은 조류 소통이 잘되고 담수가 적당히 유입되는 내만(內灣)이 적지다. 그래서 우리나라 낙동강 영산강 금강 한강 등 하구역과 다도해 연안에서도 양식을 많이 한다. 마침내 양식 기술의 발달과 내파성 시설들의 개발로 지금은 깊고 드넓은 바다에서도 부유(浮游)식으로 대규모 양식을 한다. 세월이 갈수록 옛날보다 시설이나 가공방법이 개선되고 있다. 하지만 밀물과 썰물에 따라 바다에 잠기고 바람에 씻기고 햇볕에 노출되며 자라는 방식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막 구운 김에 흰쌀밥을 올려 조선간장에 찍어 먹는 맛은 표현하기 어려운 오묘한 맛이다. 1950년대 쌀도 귀하고, 김도 귀한 시절! 흰 쌀밥을 검은 김에 싸서 간장을 적셔 먹는 그 오묘한 맛! 옛날에는 명절 세찬(歲饌)에서나 맛볼 수 있었다. ‘김’ 식사법! 김 한 장을 나누는데 격식이 있었다. 어머니가 김 한 장을 할머니는 4등분, 아버지는 6등분, 그리고 아이들은 수저를 덮을 정도로 작게 가위로 잘라 나누어 주었다. 그런 김이 이제는 풍성해졌고 아시아를 넘어 미국과 유럽으로 수출되고 있다. 김은 수산물 수출 1호다.
김동수 장로
•관세사
•경영학박사
•울산대흥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