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로들의 생활신앙] 죽음을 기억하자(Memento mo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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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가 죽을 존재라는 것을 알고 있는 한 위험하지 않다. 이 세상엔 3가지가 없다고 한다. 공짜/비밀/정답이 그것이다. 정답이 없다 해도 명답은 있을 수 있다. 불가에서는 “만난 사람은 헤어지게 되어있고(會者定離) 태어난 사람은 죽게 되어있다(生者必滅)”는 말을 강조한다. 성경에서도 모든 인간은 죽게 돼 있고 죽은 뒤에는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히 9:27)

Everyone has to die once, then face the consequences. Christ’s death was also a one-time event, but it was a sacrifice that took care of sins forever. 그래서 사생관이 분명하면 인생관도 건강하다고 본다. 잘 죽으려는 사람은 잘 살 수도 있다. 이 세상 모든 사람의 태어나는 모습은 거의 대동소이하다. 그러나 죽는 모습은 천차만별하다. 그리하여 인간의 가치는 낳는 모습보다 죽는 모습에서 판별되는 게 맞다. 거룩한 죽음과 의로운 죽음이 있는가 하면 허망한 죽음, 동물 같은 죽음(예:개죽음)도 있기 때문이다. 죽음을 가리키는 용어도 다양하다. 예컨대 사망, 별세, 운명, 영면, 작고, 타계, 서거, 붕어, 승하, 선종, 입적, 열반 등이 있다. 모두 죽음을 가리키는 말이지만 그 의미는 조금씩 또 상당히 다르다. 우리나라 옛말에도 붕(崩), 훙(薨), 졸(卒), 종(終), 붕어(崩御), 승하(昇遐), 별세(別世), 운명(殞命), 영면(永眠), 작고(作故), 타계(他界), 서거(逝去) 등 여러 가지가 있다. 2009년 5월 23일에 16대 대통령을 지낸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은 고향인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서거(逝去)했다. 같은 해 8월 15일엔 15대 대통령인 김대중 대통령이 또 서거(逝去)했다. 서거(逝去)라는 용어는 아주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에게 사용되고 주로 대통령이나 그에 버금가는 공인의 죽음을 가리키는 데 쓰인다. 옛날 계급 사회의 죽음은 그 용어부터 달랐던 것이다. 붕(崩)이나 붕어(崩御)는 같은 말로써 황제나 임금이 세상을 떠났다는 뜻으로 쓰였으며 요즘에는 거의 쓸 일이 없는 단어다. 붕(崩)이라는 단어는 중국에선 황제에 우리나라에선 왕(君主)에게만 해당되는 용어였다. 비슷한 말로 승하(昇遐)라는 표현이 있다. 임금이나 고귀한 사람이 세상을 떠남을 높여 이르는 말이다. 현대에 사거(死去)나 작고(作故)의 높임말로 쓰는 서거는 원래 ‘서(逝)했다’ ‘거(去)했다’로 따로 쓰다가 합성어로 변했다. 일반적으로 사람의 죽음은 사망(死亡)이라고 쓰거나 ‘세상을 떠났다’는 말로 표현한다. 그러나 족보나 비문 또는 전기 등에서는 ‘사망’이란 말을 사용하지 않는다. 죽음을 나타내는 가장 기본적인 용어는 ‘죽다’지만 대개 자기보다 연장자이기에 ‘돌아가시다’(歸天)는 말로 표현했다. 우리나라 말에는 ‘죽음’을 표현하는 말이 이렇게 여러 가지다. ‘죽다’의 동의어로써 ‘돌아가시다’, ‘세상을 떠나다’, ‘별세(別世)’로 쓰고 드물지만 하세(下世)나 기세(棄世)로 쓰기도 한다. 운명(殞命)은 ‘목숨이 끊어졌다’는 뜻이고, 타계(他界)는 ‘다른 세계로 갔다’는 뜻이며 선비가 죽으면 불록(不祿/녹봉을 타지 않게 됐다)을 쓰기도 하고, 영원히 잠들었다는 뜻으로 영면(永眠)을 쓰기도 한다. 작고(作故)는 ‘고인이 되었다’는 뜻이다. 종교별로도 죽음을 표현하는 말은 다양하다. 가톨릭 교회에서는 죽음을 선종(善終/선하게 마쳤다)을 쓰는데 이것은 선생복종(善生福終)의 줄임말이니까 ‘선하게 살다가 복되게 마쳤다’는 뜻이다. 불교에서는 승려의 죽음을 가리켜 입적(入寂/고요함에 들어갔다)이나 열반(涅槃)을 사용한다. 기독교에서는 ‘천국입성’이란 말을 많이 쓰고 혹 소천(召天)되었다고 쓰기도 한다. 빌리 그래함 목사는 100세에 돌아가셨는데 죽기 전 친구에게 “자기의 부고를 듣더라도 믿지 말라. 주소를 하늘나라로 옮기는 것뿐이니까”라고 말했다.

김형태 박사

<한남대 14-15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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