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계는 인간의 본성인가. 모두 남의 탓이다. 내 잘못은 아예 사전에 없다. 세상일이라는 게 혼자서 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있기 마련이어서 언제나 원인 제공자가 있고 결과적으로 득을 보는 사람과 손해를 보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본의와 상관없이 가해자와 피해자가 생기는 일이 다반사이다. 그러다 보니 결과적으로 내가 잘못한 꼴이 되었으나 모두 너 때문이라는 논리가 판을 치는 모양새가 많다. 그렇다 치더라도 옛날에 비해 많이 발전한 지금에 와서 모든 일은 다 너 때문이라고 한다면 나는 실수도 안 하고 옳은 일만 하는 전지전능한 사람이란 말인가? 도무지 이해하기 힘들다.
내가 잘못한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 때문에 지금 이런 상황이 벌어졌다는 말만으로도 부족해 조상과 역사까지 끌어들여서 모두 다 내 잘못이 아니라 그들의 잘못이요, 책임이라는 것이다. 귀가 따가울 정도의 이런 주장으로 인해 머리가 지끈거린다.
아담근성을 버리라고 목청을 돋우시던 어느 목사님의 말씀이 생각난다. 선악과를 왜 따 먹었느냐고 물으시는 하나님께 아담은 제가 범죄하였나이다 라고 자복하고 회개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내게 주신 그 여자가 먹으라 해서 먹었나이다 라고 핑계를 댐으로써 인류의 불행한 역사는 시작되었다. 뱀이 먹으라 해서 먹었노라는 하와의 대답은 그야말로 부창부수다.
우리 모두 그들의 후예답게 애나 어른이나 무슨 일에 자신의 책임을 통감하고 고백하는 사람은 없고 항상 ‘무엇 때문에’와 ‘누구 때문에’가 대세를 이루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본다. 시험 성적이 나쁘면 내가 공부를 덜 해서 그런 결과가 온 것이라고 인정해야 다음 시험을 잘 볼 수 있다. 그런데 문제가 너무 꼬여서 나왔다, 전날 몸살이 와서 머리가 아파서 그랬다 하는 식으로 핑계를 대는 한 그다음 시험도 잘 볼 수가 없다.
아이들이 무엇을 보고 배울까 걱정될 정도로 요즘 정치권 사람들이 해도 너무 한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은 어차피 실수할 수밖에 없는 존재가 아니던가? 단 한 번쯤이라도 자신의 잘못을 고백하고 진솔하게 용서할 줄 아는 어른을 아이들에게 보여주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오경자 권사
신일교회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