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기고 싶은 이야기들]  인생을 살아가면서 가장 어려운 것이 있다면 용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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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가복음 11:25 

나는 지금까지 80여 년을 살아오면서 억울하고 분통이 터지고 기가 막혀서 땅을 치면서 세상을 향해 죽을 힘을 다해 소리를 지르고 싶을 때가 여러 번 있었다. 그러나 그때마다 하나님만은 내 억울함을 아시고 내 편에서 계신다는 것을 믿고 위로 받았다. 억울함으로 땅을 친 일 가운데 두 가지를 이야기하고 싶다. 

1953년 12월이었다. 크리스마스 축하 예배를 드린 후에 맹아원과 맹학교 선생님들과 밤이 새도록 윷놀이를 했다. 윷놀이가 끝나고 선생님들이 집에 돌아가게 되었는데, 어느 여선생님의 구두끈 하나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다음날 양○○ 사감이 김선태가 그 끈을 가져갔다고 하면서 나를 세워 놓고 한 시간 동안이나 대나무 회초리로 때렸다.

그 당시에 수면제가 있었다면 먹고 죽고 싶었다. 회초리가 아파서가 아니라 너무 억울하여 더 이상 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구두끈은 나에게는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것이고 가져갈 필요도 없는 것이었다. 사감이 나를 그렇게 때린 것은 내가 가진 것이 없어서 사감에게 선물을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감이 나에게 앙심을 품은 것이다. 지금 생각해도 끔찍하고 악몽과 같다. 아무리 예수님이 일흔 번씩 일곱 번이라도 용서하라고 하셨지만, 너무나 충격적이고 억울해서 잘 용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 나의 솔직한 고백이다. 그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모르지만 그를 찾고 싶지도 않고, 그때의 일이 잘 잊혀지지 않는다.

또 한 가지는 국립맹아학교에서의 일이다. 나는 부산 맹아원에서 그런저런 아픔이 있어서 서울로 가기를 원해서 도망을 쳐서 서울로 왔다. 서울에 와서 중학교 시험에 합격하고 입학했으나 그 당시 돈이 없어서 사친회비를 낼 수가 없었다. 나는 한 달 가까이 의자 없이 교실 바닥에서 공부했다. 김○○라는 국어 선생님이 받아쓰기를 할 것인데 다 받아쓴 사람은 ‘예’라고 대답하라고 했다. 나는 모든 것을 다 받아쓰고 “예”라고 대답했더니 그 선생님은 나한테 건방지다면서 주먹으로 열 대 이상을 때렸다. 그때 나는 돈이 없다는 이유로 의자에 앉지도 못하고 공부하면서 ‘이것이 맹학교인가?’라는 생각을 했다. 이유도 없이 맞았던 것이 억울하기 짝이 없었다. 

더욱이 어린 나이에 작은 손으로 일주일에 아홉 시간이나 안마하는 법을 배워야 했는데, 그 시간이 나에게는 지옥으로 가는 시간과도 같았다. 그래서 나는 새벽마다 100년 된 나무 밑에 앉아서 간절히 기도했다. 그리고 다시는 맹학교에서 공부하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그해 10월 청량리 임업시험장으로 전교생이 소풍 갔는데 먹은 음식이 잘못되어 전교생이 식중독으로 배탈이 나게 되었다. 신문에까지 대서특필이 될 정도였다. 그런데 나만 배탈이 나지 않았다. 이 일로 학교는 휴교령이 내려졌다. 

때마침 한국에 아버지와 아들이 모두 선교사로 와있던 분이 있었다. 곽안련 선교사님과 곽안전 선교사님이다. 그때 나는 아들인 곽안전 선교사님을 만났고, 그의 도움을 받아 일반 학교에 가기로 결심하고 맹학교에 자퇴서를 냈다. 그것이 동기가 되어 나는 일반 학교에서 공부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우리가 알거니와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 곧 그의 뜻대로 부르심을 입은 자들에게는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느니라”(롬 8:28)라는 말씀은 꼭 나에게 해당하는 말씀이다. 이런 억울함이 없었다면 오늘의 김선태는 무명의 사람이 되었을 것이다. 이런 일은 모두 배경 없고 돈 없고 가난했기에 당한 억울함이었다. 그러나 내가 당한 억울함, 설움, 악몽 같은 일들 가운데 참고 인내하며 하나님을 의지하고 기도로 간구하였더니 그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게 되었고, 오늘의 내가 존재하게 되었다.

나쁜 기억과 트라우마를 잊는 가장 좋은 방법은 용서이다. 하나님이 나의 죄를 기억하지 않으시는 건 나를 사랑하고 용서하셨기 때문이다. 용서를 하는 사람은 하나님의 마음을 아는 사람이며 하나님의 사랑을 실천하는 사람이다. ‘사랑의 원자탄’이라는 별명으로 잘 알려진 손양원 목사님이 바로 그런 용서의 사람이다. 그는 자기 아들을 죽인 원수를 용서하고, 그를 양자로 삼았다. 손양원 목사님의 하늘보다 높고, 바다보다 넓은 마음, 위대한 마음, 용서하는 마음을 닮았으면 한다.

“서서 기도할 때에 아무에게나 혐의가 있거든 용서하라. 그리하여야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께서도 너희 허물을 사하여 주시리라”(막 11:25)라고 말씀하고 있듯이, 우리 모두 인생을 살아가면서 하나님께서 우리의 죄를 용서하신 것처럼 형제의 허물과 죄를 용서하는 그리스도인들이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용서함으로 나쁜 기억과 트라우마를 잊고, 용서함으로 하나님의 사랑을 실천하는 그리스도인이 되었으면 한다. 

김선태 목사

<실로암안과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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