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부터 상상하고 꿈꾸어 온 몽골 평화경제공동체를 구체적으로 만들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나는 우리의 미래를 생각하면서 2000년 초반부터 이 프로젝트를 구상해 왔다.
1990년 짧은 군목 생활을 마치고 곧장 배낭을 메고 떠난 곳은 독일이었다. 1989년 독일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1년 후 독일 통일이 이루어진 현장을 직접 보고 싶어서였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던 때 서독과 동독의 경제력 차이는 4:1이었다. 그리고 그런 경제적 격차는 동독 주민의 8%가 동독을 탈출하는 상황으로까지 이어졌으며 동독 주민의 탈출러시는 동독과 서독의 베를린 장벽을 무너지게 했다. 한마디로 동서독의 경제적 격차와 이로 인한 동독 주민의 탈출이 독일 통일을 이룬 것이다.
내가 주목하는 것은 이것이다. 현재 남과 북의 경제적 차이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다. 단순히 동독 주민의 8%가 동독에서 탈출했다는 숫자를 우리의 상황에 대입하기만 해도 그 결과는 엄청난 것이다. 북한 주민의 8%는 200만 명이고 남과 북의 경제적 격차를 약 50:1로만 보더라도 통일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탈북자 문제는 가장 심각한 리스크가 아닐 수 없다. 200만 명이 넘는 탈북자들은 어디로 갈 것이며 그들을 누가 돌볼 것인가? 탈북자 문제는 통일 과정에서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다. 이 문제를 잘못 풀면 통일은 우리에게 재앙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몽골만이 답이다. 몽골은 한반도 전체면적의 7배에 달하는 규모의 국가다. 몽골 인구는 약 340만 명뿐이니 광활한 대지에 우리의 미래를 설계하는 것은 얼마나 큰 그림인가! 뿐만 아니라 몽골과 북한은 1948년 수교를 맺은 후 가장 가까운 형제국가가 되었다. 몽골은 우리와도 1990년 수교를 맺었고, 그 후 경제적 교류와 협력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가 됐다. 한때는 몽골 인구의 3%가 넘는 몽골인들이 우리나라에서 살았다. 현재는 공식적으로 5만 명이 살고 있지만, 비공식적으로는 10만여 명이 두 나라를 오가며 경제활동을 하고 있다. 그들이 만들어 내는 경제력이 몽골 전체 경제의 약 20%를 차지한다는 사실은 이미 오래된 이야기다.
몽골은 교과서에서만 형제의 나라가 아니라 실제로 우리의 오랜 형제국가이며, 잃어버린 형제다. 민족사적으로 몽골과 우리는 한 뿌리다. 아마도 그들과 우리는 혈통과 언어와 경험을 함께 나눈 공동체의 일원이었을 것이다. 그러므로 통일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일어날 수밖에 없는 대량 탈북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국가로 몽골을 상상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리라.
몽골에 탈북자들이 살아갈 경제공동체를 미리 설계하고 준비하는 것은 지나친 상상이 아니다. 우리가 지금 해야 하는 사명이며, 노아가 방주를 준비한 것처럼 우리가 지금 해야 할 일인 것이다.
유해근 목사
<(사)나섬공동체 대표>